[성승헌의 MMA 백야드] 10년의 기다림, 마이클 비스핑의 위대한 도전

조형규 2016. 5. 2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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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조형규 기자] 완벽한 언더독이다. 이미 파이터로서는 전성기를 넘긴 나이. 게다가 경기 출전 제의는 시합을 불과 2주 앞두고 급하게 요청을 받았다. 두말할 것도 없이 팬들의 기대치는 밑바닥을 맴도는 수준이다. 그 누구도 이변을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잃을 것이 없다. 전술한 내용의 주인공인 마이클 비스핑(37, 영국)은 그래서 되레 이 상황을 즐긴다.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매번 미끄러진 그가 결국 돌고 돌아 10년 만에 그토록 원하던 타이틀샷을 받았기 때문이다.

10년 만에 UFC 미들급 타이틀샷을 따낸 마이클 비스핑(사진=Zuffa, LLC)

37살의 노장 파이터는 그렇게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기회를 간신히 부여잡았다. 엠파이트와 성승헌 캐스터, 이정수 기자가 진행하는 ‘성캐의 MMA 백야드’에서 비스핑의 타이틀 도전사 10년을 되짚어봤다. 
▶성캐의 MMA 백야드 7화 - 마이클 비스핑편(영상)

■ 화려한 데뷔, 그러나 그에게 따라붙는 비운의 꼬리표

비스핑은 영국이 낳은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다. 물론 구기종목의 입지에 비교할 순 없지만, 영국은 비스핑을 가리켜 데이비드 베컴(41, 영국)과 함께 자국을 대표하는 가장 섹시한 스포츠 스타로 표현하곤 한다.

그의 UFC 데뷔는 2006년 ‘The Ultimate Fighter(디 얼티밋 파이터, 이하 TUF) 시즌3’를 통해 이뤄졌다. 당시 라이트헤비급 결승전에서 우승을 거두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비스핑은 영국 종합격투기 최고의 스타로 초고속 성장을 이룬다. 특히 기존의 영국 선수들이 ‘반쪽 파이터’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것에 반해, 비스핑은 실력과 외모, 스타성을 두루 갖춘 최고의 재원이었다.

하지만 성공적인 시작에도 불구하고 그의 커리어는 이상하리만치 불운이 작용했다. 타이틀 도전자 결정전, 혹은 유력한 톱 콘텐더를 가리는 길목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차라리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깨끗한 패배라면 논란의 여지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매번 그의 패배가 큰 화제를 낳은 것은, 그를 꺾은 상당수의 파이터들이 이후 약물 문제에 얽히며 급격하게 기량 하락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팬들은 그를 두고 ‘약물 판독기’라는 웃지 못 할 별명까지 붙여주곤 했다. 물론 비스핑 본인 또한 약물 논란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파이터가 됐다. 그렇게 비스핑은 10년 동안 타이틀샷의 기회 한 번 갖지 못한 채 은퇴할 것으로 보였다.

■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은 마이클 비스핑

그런데 UFC 199를 앞두고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당초 미들급 타이틀전으로 예정되어 있었던 루크 락홀드(31, 미국)와 크리스 와이드먼(31, 미국)의 2차전에서 부상으로 와이드먼이 하차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와이드먼의 대체자로 호나우도 ‘자카레’ 소우자(36, 브라질)를 꼽았다.

물론 자카레는 UFC 198에서 이미 경기를 치렀지만, 당시 벨포트를 1라운드 만에 상처 하나 없이 꺾었기 때문에 타이틀전에 무난히 출전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카레는 MRI 검사 결과 심각한 무릎 부상을 안고 있었고, 결국 수술을 결정했다.

자연히 바통은 다른 파이터들을 향했다. 그리고 이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비스핑이었다.

그는 와이드먼의 하차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트위터를 통해 “2주밖에 남지 않았지만 나는 문제없다”며 가장 먼저 자신을 어필했다. 그리고 제일 강력한 도전자가 사라진 상황에서 결국 UFC는 비스핑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미들급 타이틀을 향한 비스핑의 여정이 시작됐다.

마이클 비스핑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 비스핑이 승리를 자신하는 세 가지 이유

2주밖에 남지 않은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비스핑이 출전을 감행한 것은 물론 10년 간 이어온 타이틀에 대한 열망이 가장 컸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감성적인 동기는 논외로 하고서라도, 그는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나름대로의 가능성을 설득력 있게 설파했다.

최근 비스핑은 빈 디젤 주연의 영화 ‘트리플엑스’ 후속작에 조연으로 낙점되었다. 동시에 그는 카메라에 잘 어울리는 외모를 가꾸기 위해 마침 식이요법을 병행 중이었는데, 마침 미들급 타이틀전의 대체자로 출전 제의가 온 것이다. 게다가 식이요법으로 인해 컨디션도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전한 비스핑은 최소한 감량 문제에 있어서 자유로운 상황이다.

또한 그는 락홀드를 이길 수 있는 자신감과 함께 그 요인 중 하나로 과거 스파링 경험을 꼽았다. 비스핑은 이미 락홀드와 스파링을 뛰어본 경험이 있었는데, 그 당시 락홀드를 제압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둘의 1차전 경기 당시에 대해서도 “2라운드에 헤드버팅이 있었다. 하지만 1라운드는 내 페이스대로 순조롭게 흘러갔었고, 나의 라운드로 봐도 무방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비스핑은 최근 들어 “나이를 먹어가면서 과거와 달리 정신적으로 많이 성숙해졌다”고 말했다. 또한 무리한 감량을 하지 않아도 되는 최적의 타이밍에 출전제의가 들어온 것을 강조한 비스핑은 “물론 100%의 몸 상태는 아니다. 하지만 나에게 찾아온 완벽한 기회이고, 충분히 싸울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 10년의 기다림, 마이클 비스핑의 마지막 도전 

누가 보더라도 완벽한 언더독이지만, 이처럼 비스핑은 각종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승리공식을 주장했다. 게다가 비스핑 역시 입담이 뛰어난 선수 중 한명이다. 그의 인터뷰를 듣고 있으면 귀가 솔깃할 정도의 이야기들에 가끔씩 고개가 끄덕여질 때도 있다.

물론 지금도 대부분의 관계자들과 팬은 락홀드의 무난한 승리 예상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은퇴할 때까지 타이틀을 방어할 것 같았던 절대 무적의 챔피언 앤더슨 실바(41, 브라질)와 조제 알도(29, 브라질)가 허무하게 왕좌에서 내려왔고, 역대 최고의 배당률을 자랑했던 언더독 맷 세라(41, 미국)는 보란듯이 조르주 생 피에르(35, 캐나다)를 꺾어내며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된 바 있다. 게다가 해외 현지에서 이번 대결이 ‘마침내 10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비스핑의 마지막 도전’이라는 감성적인 프레임으로 설계되고 있다는 점은, 비스핑에게 심리적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모든 스포츠에는 항상 ‘절대’라는 명제가 없다. 특히 종합격투기는 그 명제에 더욱 충실한 스포츠다. 과연 10년의 기다림은 불운의 아이콘에게 ‘기적의 드라마’라는 해피엔딩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뚜껑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영상] 박제영, 황채원 PD
[사진] Zuffa, LLC/마이클 비스핑 인스타그램
[기사]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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