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북한 보양음식 체험이 공익사업(?)..비전코리아 사업계획서 입수

구교형 기자 2016. 5. 2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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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어버이연합 ‘이중대’ 의혹…정부 보조금 수혜대상 겹쳐

·행사계획 ‘안보 투어’ 방불…진선미 “사업자 선정 재검토”

통일부에 등록된 비영리민간단체 비전코리아가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해 제출한 공익사업 추진계획서에서 각종 행사 참석대상을 ‘북한이탈주민 및 저소득 어르신 300여명’이라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비전코리아는 보수단체 집회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어버이연합과 주소지가 같고 임원진이 겹쳐 우회적인 자금지원 통로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특히 이 단체가 계획서상에 밝힌 수혜대상이 일당을 받고 ‘관제데모’에 참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어버이연합과 그 산하단체 탈북어버이연합의 회원 구성과 중복된다는 점에서 단체 유지를 목적으로 보조금을 타내려고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이 행정자치부에서 입수한 ‘2016년 공익사업 추진계획서’에 따르면 비전코리아는 올해 4월23일부터 12월31일까지 남북 주민의 문화 이질감 극복을 위한 공익사업 추진 명목으로 ‘너와 나 우리는 한마음’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비전코리아는 최근 관제데모 논란의 당사자인 추선희 사무총장이 이끄는 어버이연합과 주소지가 일치한다. 이 단체 대표는 어버이연합 산하단체인 탈북어버이연합과 동일한 김모씨가 맡고 있다. 김씨는 어버이연합이 일당을 주고 집회에 탈북자들을 동원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업계획서상에 행사는 매달 1회 개최하는 것으로 적혀 있다. 행사별 참석대상은 ‘북한이탈주민 및 저소득 어르신 300여명’이다. 홍보방법은 “탈북단체 업무 협의를 통해 소속 회원들 모집” “탈북 집중 거주지역 구전 홍보” “지방자치단체 협조를 통한 저소득 어르신 및 소년소녀가장 세대 모집”이라고 밝혔다. 추 사무총장과 탈북자 김씨가 각각 이끄는 어버이연합과 탈북어버이연합 회원들을 공익사업의 수혜 ‘타깃’으로 간주한 것 아닌지 의심가는 대목이다.

비영리민간단체 비전코리아가 행정자치부에 제출한 2016년 공익사업 추진계획서. /자료 제공=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

구체적으로는 5월7일 서울 인근에서 잔치를 열겠다고 밝힌 ‘우리는 한가족’ 사업의 경우 “소외감을 느끼고 살아가는 북한이탈주민과 저소득 어르신들로 새로운 인연을 맺게 해 서로에게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회 마련”이라고 활동내용을 소개했다. 9월13일을 목표했던 축제 형식의 ‘우리 명절 좋을시구’ 사업도 “고유의 명절 추석을 맞아 가족과 친인척이 없어 외로운 북한이탈주민들과 저소득 어르신들이 함꼐 어우러져 즐길 수 있는 즐거운 시간 마련”이라고 사업목적을 밝혔다.

또 ‘사회통합과 복지증진’이라는 정부의 공익사업 선정 취지와 달리 ‘안보 투어’를 방불케 하는 답사 일정이 비중있게 다뤄졌다. 사업별로 보면 ‘자랑스런 우리나라(4월23일)’는 인천·강화지역 유적지 답사를, ‘내 나라! 우리 조국!(6월3일)’은 대전 현충원·현충사 역사문화 탐방을, ‘대한독립만세(8월12일)’는 독립기념관·해군2함대 방문을, ‘지키자 내 땅! 빛내자 내 조국!!(10월19일)’은 동해 해군기지 방문과 통일전망대 관람을 계획했다.

비전코리아가 행정자치부에 제출한 2016년 공익사업 추진계획서 밝힌 단위사업 세부추진계획. /자료 제공=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

사업계획서에는 북한 음식을 나눠먹는 게 남북 문화 이질감 극복이라는 내용도 등장한다. 7월20일로 계획된 ‘함께하는 장마당 체험’은 “북한이탈주민들이 주축이 돼 북한에서 인기 있는 인조고기밥, 북한순대, 북한식 삼계탕 등으로 지역내 저소득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장마담 체험”이라고 세부내용을 밝혔다. 행사 가운데 김장과 연탄배달 등 공익적 목적이 뚜렷한 봉사활동이 포함돼 있었지만 이 역시 수혜대상이 어버이연합·탈북어버이연합 회원들과 겹쳐진다.

계획서에는 ‘가까와질(가까워질)’ ‘자긍심ㅇ르(자긍심을)’ 등의 오타도 눈에 띄었다. 비전코리아는 통일부에서 등록된 민간단체로, 이번 보조금 지원사업은 민간인으로 구성된 공익사업선정위원회가 심사했다. 심사 결과 비전코리아는 행자부에서 3500만원을 지원받을 예정이었다. 공익사업선정위원회에는 국회의장과 여당과 야당에서 추천한 3명과 등록된 비영리민간단체 추천자 12명 등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진 의원은 “비전코리아는 어버이연합 우회지원 통로 아니냐는 의혹이 일자 ‘내부 사정’을 앞세워 돌연 보조금 사업을 포기했다”면서 “행자부는 앞서 보조금 지급대상 선정 과정에서 부실·졸속 심사가 없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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