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뉴스]최은영 '먹튀'·정몽준 '침묵'·이재용 '뒷짐'..오너들의 '구조조정 자세'

주영재·김원진 기자 입력 2016. 5. 27. 07:23 수정 2016. 5. 2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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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조선·해운업계에 구조조정 한파가 찾아왔습니다. 한때 수주잔량 기준 세계 5위였던 STX조선은 법정관리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도 대규모 인원 감축을 추진합니다.

구조조정으로 노동자들은 실직의 고통을 안게 됐지만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경영진과 부실대출을 눈감아준 금융 당국은 뒤로 물러나 있습니다. 구조조정 대상이 된 기업 오너, 대주주들의 도덕적 해이는 큰 지탄을 받습니다.

기업이 어려워지면 대주주, 채권자, 노동자 순으로 책임을 져야 함에도 대주주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챙기는 데 몰두합니다. 특히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은 회사가 자율협약을 신청하기 전 보유하던 주식을 모두 팔아 손실을 회피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사재 출연 요구에 침묵하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 등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경영난을 겪으면 정부에 손을 빌리고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구조조정 기금으로 회생한 뒤에는 다시 그 과실이 제것인양 여기는 재벌 오너들의 행태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경영에는 무능하면서 책임 회피에만 능하고, 실직 위기에 처한 직원들은 도외시하고 제 호주머니 챙기기에 급급한 이들 오너들의 면면을 살펴보았습니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지분 팔고 ‘먹튀’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54)의 현재 직함은 유수홀딩스(전 한진해운홀딩스) 회장입니다. 지난 2014년 69억3050만원을 받아 여성 기업인 중 연봉 1위였죠. 최현열 CY그룹 명예회장(82)과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신정숙씨(79)의 장녀이자 신춘호 농심 회장과 신준호 푸르밀 회장이 최 회장의 외삼촌입니다.

최 회장의 프로필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남편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동생인 고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입니다. 최 회장은 일본 세이신여자대학교 영문학과를 나왔고 대학 졸업 한 달 뒤 한진그룹의 조수호 전 회장과 결혼했죠. 두 딸인 조유경 유수홀딩스 상무(30), 조유홍씨(28)도 일본에서 공부했습니다.

최 회장은 한진해운 회장으로 있던 2014년 11월 여성동아와의 인터뷰에서 “해운 사업은 멀리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전인 2011년 7월29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개최한 한 포럼에서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장기적 안목을 가진 오너 경영인과 능력이 검증된 전문 경영인이 상호보완하고 견제하며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속한 의사결정과 장기적 안목을 가진 오너 경영인의 자질은 어디로 갔을까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한 데 쓰인 건 아닐까요?

최 회장과 두 딸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결정이 나기 전인 지난 4월6일부터 20일까지 보유 중이던 한진해운 주식 전량을 매각했습니다. 한진해운의 주가는 22일 장 마감 후 신청한 자율협약 이후 급락했는데 최 회장 일가는 주식을 미리 판 덕에 10억원 정도의 손실을 회피할 수 있었습니다.

한진해운이 오늘날의 위기에 빠진 데는 최 회장이 맺은 용선료 협상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해운사가 선주들에게 배를 빌린 대가로 지급하는 게 용선료인데, 업계가 호황일 때 무리한 가격으로 계약을 맺은 겁니다. 한진해운은 요즘 시세의 5배가 넘는 한 해 1조 원에 달하는 용선료를 내고 있습니다.

결국, 재작년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에서 손을 뗐는데요, 마지막 2년간 회사가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며 순손실만 1조8000억원을 냈는데도 최 회장은 무려 97억원을 임원 보수와 퇴직금 명목으로 받아갔습니다.

그는 2013년 12월14일 한진해운의 전략회의에서 “전시상황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선제적 대응, 구성원들의 응집과 협동을 통해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 세계 경기의 장기적인 침체상황에서는 남들보다 한발 앞서는 의사결정과 유연한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최 회장은 ‘전시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옛 직원들은 놔두고 자기 이익만 챙겨 달아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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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내부정보 이용해 차명주식 처분 의혹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72)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처분한 혐의로 검찰 수사선에 올랐습니다. 금융당국은 김씨가 계열사인 동부건설이 법정관리로 넘어가기 직전인 2014년 말, 20년간 보유하던 차명주식 수십만주 중 일부를 매각해 손실을 회피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동부건설이 법정관리로 넘어가기 두 달 전인 2014년 12월 31일 김 회장이 보유하던 차명주식 62만주(지분율 1.24%, 시가 7억3500만원)를 매각해 약 2억7000만원의 손실을 회피했다고 봅니다.

김 회장의 차명주식은 당시 시가로 수백억원대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 18일 김 회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증권선물위윈회는 “김 회장이 주식처분 과정에서 지분의 보유 및 매도 사실을 보고하지 않아 대량 보유 및 소유 주식 보고의무를 위반한 혐의가 있고,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앞두고 보유 주식을 매도한 것이 미공개 정보이용 혐의에 해당돼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동부그룹 측은 “김 회장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개인 재산까지 내놓았는데 몇 억원 손실을 줄이려고 주식을 팔았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주식처분 대금도 구조조정 자금으로 모두 쓰였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김 회장은 차명주식을 매각한 한달 뒤에 동부건설 회사채 859억원 어치를 상환하는데 앞장서기도 했습니다. 1.24%의 건설 지분을 판 뒤에도 여전히 24%의 보유지분은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차명주식을 매각한 돈을 구조조정 자금으로 썼다고 하더라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했다는 사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기업 총수와 임직원에 대한 채권단의 정확한 감시와 부당한 내부정보를 이용한 사람에 대한 엄중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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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 수천억 배당 받았어도 사재출연 요구엔 ‘침묵’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사재출연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정 이사장은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로 이 회사 주식 771만7769주(10.15%)를 가지고 있습니다.

노조는 “정몽준 대주주가 지난 10년 동안 가져간 주주배당 이익금만 2300억원”이라며 “정몽준 대주주가 직접 경영에 참여해 회사 위기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노조는 “부실을 낸 경영진은 책임지지 않고, 노동자 희생만 요구하는 구조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정몽준 대주주는 사재 출연을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조선·해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인력 감축이 진행 중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희망퇴직을 통해 사무직 과장급 이상 직원을 1000명 넘게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체 사무직 인원의 10%에 육박하는 수치입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에도 긴축 경영을 선언하며 과장급 이상 직원 1300여명을 감축했습니다. 이번에 감원으로 전체 사무직 인원은 사실상 핵심 필수 인력만 남았다고 합니다.

현대중공업그룹 산하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은 다음 주부터 2주간 생산직 희망퇴직도 시작합니다. 대상자는 3000여명으로 이 중 500여명 정도가 옷을 벗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지역 20대 총선 무소속 김종훈 당선인(울산 동구)은 12일 연 기자회견에서 “노동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일자리를 축소하고 양극화를 부추기는 IMF식 구조조정은 위기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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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해 1200여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현대중공업에서 나갔고, 협력업체에서 일하던 7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며 “천문학적인 배당금을 받은 정몽준 이사장은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느냐”고 말했습니다.

현대중공업 측은 노조의 사재 출연 요구에 “정 이사장은 현대중공업 경영에서 손을 뗀 지 오래되어 최근의 경영악화와 직접 상관이 없는 만큼 노조의 주장처럼 고통분담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정 이사장은 1988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 현대중공업 회장에서 물러났고, 2002년 고문직도 내려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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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경영권 포기해도 사재 출연은 “안 돼”

한진해운은 지난달 25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이 신청서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해운 경영권 포기 각서와 자구계획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대주주의 사재 출연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았습니다.

산업은행 등 7개 채권금융기관은 한진해운이 제출한 신청서에 대해 한 차례 보완 요구를 한 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채권단 회의를 열고 한진해운의 조건부 자율협약 안건을 100% 동의로 통과시켰습니다.

채권단 일각에서는 앞서 3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한 현대상선 현정은 회장처럼 최은영 전 회장이나 조양호 회장이 사재 출연으로 경영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결국 사재출연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한진그룹 측은 사재출연 요구에 대해 “조양호 회장은 2년 전 위기에 빠진 한진해운을 맡아 한진칼과 대한항공 등 계열사들에서 지원해왔다”고 설명합니다. 회사가 실적 부진과 유동성 위기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던 2014년 조양호 회장이 경영권을 맡아 1조원 이상 재원을 조달한 노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죠.

조 회장은 지난해 대한항공 등 3개 계열사에서 총 64억1000여만원의 보수를 받았지만 한진해운에서는 연봉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걸로 책임을 다한 걸까요?

순환출자를 고리로 문어발식 확장을 하면서 한 곳에서 보수를 받지 않았다고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진다면 마땅히 전 계열사에서 보수를 받지 않고 백의종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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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300억원 사재출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 2월 자율협약 신청 과정에서 유동성 위기를 겪는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300억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했습니다. 현 회장의 행보는 사재 출연에 입을 다물고 있는 다른 재벌 오너들과 비교하면 그래도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한 대목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정은 회장은 그룹 계열사들이 매각을 포함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던 지난해 현대그룹에서 45억3200만원의 보수를 받았습니다. 경영 책임자로서 고통을 나누려는 태도를 보였다면 먼저 연봉부터 줄여야 하지 않았을까요?

게다가 현 회장은 현대상선 주식 매각으로 경영권 방어와 손실회피의 효과를 거뒀다는 지적도 받고 있습니다. 현 회장은 현대상선이 유동성 위기를 겪던 2014년 10월27일 자신이 갖고 있던 현대상선 주식 287만여주(지분율 1.70%)를 모두 현대글로벌에 넘기는 대신, 현대글로벌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지급받는 ‘주식교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계약에는 현 회장을 비롯해 김문희(77만여주), 정지이(4만여주), 정영이(1만여주), 정영선(2만여주) 등 특수관계인 5인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이 계약으로 당시 현대상선의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의 1대 주주는 현대글로벌에서 현정은 회장으로 바뀌었습니다. 현대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해 현대상선 주식을 매각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또한 현 회장이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한 법인인 현대글로벌은 현대상선 지분을 사들여 손해를 봤지만,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식가격은 크게 올라 현 회장 일가는 현대상선 주식을 팔아 손실을 피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5일 현 회장 일가의 사익 편취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공정위는 현대증권과 현대로지스틱스가 현 회장의 동생 현지선씨 가족이 소유한 업체 두 곳에 일감 몰아주기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과징금은 현대로지스틱스 11억2200만원, 현대증권 4300만원, 두 회사의 거래 상대로 현지선씨 가족이 대주주인 쓰리비·에이치에스티(HST)가 각각 7700만원과 4300만원이었습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습니다. 그러나 공정위는 현대증권과 에이치에스티 간 사무용 복합기 공급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총수 일가 처벌이 가능한 새 공정거래법 조항을 적용했다면서도 정작 현 회장 일가는 고발하지 않았습니다. 공정위는 “거래액이 크지 않고, (현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직접 지시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입성하는 채이배 국민의당 공정경제TF 팀장은 경향신문에 “조선·해운 경기 불황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계속되온 거다. 경영진이 대비했어야 한다”며 “그런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한테 책임을 묻는 게 없다. 금융권도 채권자로서 역할을 안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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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할론 대두

삼성중공업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삼성중공업의 자구안에 대해 “부족하다”며 그룹이 직접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적극적인 행보를 바라고 있습니다.

삼성그룹에 삼성중공업 지원을 요청할 명분은 충분합니다.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는 17.62%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전자입니다. 다른 계열사와 특수 관계인의 지분까지 합하면 그룹의 삼성중공업 지분율은 24.09%까지 올라갑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조원대의 영업손실을 내기 전까진 매년 1000억원 내외의 현금배당을 실시했고 삼성 계열사들도 수백억원의 배당금을 받았습니다.

이 부회장의 삼성엔지니어링 지원 사례도 거론됩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이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하자 “사재를 출연해서라도 살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부회장의 참여 소식만으로도 유상증자는 대성공을 거뒀고,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채권단 등은 삼성엔지니어링 사례에서 입증된 이 부회장의 ‘파워’가 삼성중공업에서도 재현되길 원합니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삼성중공업은 부채비율이 254% 수준으로 낮은 편이고, 사내유보금(이익잉여금)도 3조6102억원이 있어 단기 유동성 문제만 넘기면 경영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삼성엔지니어링처럼 절체절명의 상황이 아닌 이상 이 부회장이 나설 이유도, 효과도 별로 없다는 게 삼성의 판단입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직접 지원에 나서지 않는 이유로 삼성중공업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계열사’가 아닌 점을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올 연말까지 ‘수주절벽’이 지속될 경우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경향신문에 “삼성중공업 상황이 나빠져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순간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작업도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정상화가 안된다면 결국은 이 부회장이 직접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다른 기업 오너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까요? 이 부회장의 행보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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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재·김원진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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