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조기 등판' 반기문 변수..셈법 복잡해진 여야 잠룡들

구혜영·유정인 기자 2016. 5. 26.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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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새누리,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 반기문 대망론 불 지피기
ㆍ야권, 박근혜 정부 심판론 희석될까 곤혹…견제 분위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72)의 조기 등판으로 차기 대선 구도가 급변하고 있다.

4·13 총선 패배로 암흑기에 빠진 새누리당은 반기문 대망론에 불을 지피는 분위기다. 홍문표 사무총장 대행은 26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반 총장이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오면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총선 승리 등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는 야권은 달갑지 않아 한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반 총장이 정치권의 북풍한설을 견딜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여야 잠룡들은 복잡한 ‘반기문 셈법’ 속에서 승천과 추락의 기로에 섰다.

■여권 잠룡은 ‘잠행’

반 총장 등장으로 여권은 일단 교통정리가 이뤄진 모습이다. ‘반기문 대망론’이 뚜렷한 대선 주자가 없는 새누리당의 대안 부재론을 깨뜨린 것이다. 반면 다른 잠룡들은 내상을 입고 잠행하는 처지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총선 패배 뒤 지지율이 급락했다. ‘패장’을 자처한 뒤 중앙 정치 개입을 자제하고 있다. 지난 24일 정진석 원내대표, 최경환 의원과의 ‘3자 회동’이 ‘복귀’ 신호탄으로 해석됐지만 회동 결과가 분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낙선이라는 치명상을 입었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 등은 지자체장에 집중, 개인 브랜드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무소속 유승민 의원도 때를 기다리는 중이다. ‘반기문 대망론’이 ‘반기문 대세론’으로 굳어지면 세대교체론 등 반작용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여권 소장파 주자들의 기회 요인이다.

■야권 잠룡은 ‘견제’

야권 주자들은 견제 심리가 뚜렷하다. 반 총장 등판으로 대선 구도가 흐트러질 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 심판론’도 희석될 수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정권심판 이슈를 주도할 수 있는 잠룡이다. 하지만 반 총장은 박근혜 정부와 직접적 연관성이 없어 ‘정권 심판론’을 내밀기가 머쓱해진다. 반 총장의 외교·안보 전문성도 문 전 대표로선 곤혹스럽다.

‘반기문 변수’는 야권 분열에도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현 다자 경쟁 체제에선 전통적 지지층 이외에도 무당파, 부동층 확보가 절실하다. 반 총장은 이들의 지지를 잠식하고 있다. ‘외연 확대’ 기반이 두꺼운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은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안 대표는 반 총장의 대권 의지 표명에 대한 입장을 묻자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반 총장 등장이 ‘문(재인)·안(철수)’ 양강구도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까지 읽힌다. 박 시장은 연일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반 총장 방한 첫날 “유엔 결의문을 존중해야 한다”며 퇴임 후 대권 도전 문제를 제기했고, 다음달 3일에는 2박3일 일정으로 충청을 방문할 예정이다.

최근 정치권 ‘새판짜기’론을 제기하며 기지개를 켜고 있는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도 반 총장의 대통합 중도 노선과 겹쳐 차별화된 입지 구축이 쉽지 않다.

<구혜영·유정인 기자 koo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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