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서원대 주변 점령한 백로떼..학생들 '악취 고통'

글·사진 이삭 기자 2016. 5. 26.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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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작년엔 청주남중 뒷산 서식, 주변 나무 베어내자 옮겨가
ㆍ“냄새·울음소리에 잠 설쳐” 시 “환경단체와 대책 협의”

지난 24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모충동 서원대학교 여자기숙사. 기숙사 옥상에 올라서자 바로 옆 야산 나무에 빼곡히 모여 있는 백로떼가 한눈에 보였다. 나무마다 4~5마리의 백로가 둥지를 틀어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쉼 없이 들리는 백로떼의 울음소리는 소음에 가까웠다. 백로가 내려앉은 나무들은 배설물로 뒤덮여 있었고, 기숙사 쪽으로 바람이 불 때마다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난 24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모충동 서원대학교 여자기숙사 옆 야산에 수백여마리의 백로떼가 모여 있다.

2년째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김가영씨(21·중국어과 2학년)는 “지난해에는 한 마리도 없던 백로들이 올해 3월 개강하면서 모여들기 시작했다”며 “처음엔 10마리 정도였는데 갑자기 수백여마리로 수가 늘어나 기숙사 옆 산을 뒤덮었다”고 말했다.

서원대는 백로가 먹이활동을 하는 무심천과는 1㎞ 정도 떨어져 있다. 백로떼로 인한 악취와 소음 때문에 기숙사 학생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이 학교 여자기숙사 2동에는 328명의 학생들이 생활하고 있다. 백로 서식지와 기숙사와의 거리는 2~3m 정도로 가까워 학생들은 소음과 냄새로 인한 불편을 겪고 있었다. 강수민씨(21·수학교육과 2학년)는 “방충망에는 항상 백로 깃털이 붙어있는 데다 냄새 때문에 창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며 “게다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쉼 없이 들려오는 백로 울음소리 때문에 편하게 쉬어야 하는 기숙사에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원대 일대를 백로떼가 점령하기 전 앞서 지난해에는 서원대와 직선거리로 1.6㎞가량 떨어진 청주남중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학교 뒷산에 서식하고 있는 백로떼가 급격하게 늘어나 인근에 사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큰 불편을 겪었고, 이들이 민원을 제기하자 학교 측은 소나무 120여그루를 베어내는 ‘간벌’을 했다. 올해 청주남중을 찾는 백로는 크게 줄었다. 하지만 청주남중의 ‘간벌’로 인해 서식지를 잃은 백로떼가 서원대 여자기숙사로 옮겨갔다.

서원대는 백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청주남중과 마찬가지로 섣부르게 간벌을 했다가 또 다른 피해를 낳을 수 있어서다. 이원식 서원대 홍보실장은 “지금 백로를 쫓아내면 결국 다른 곳으로 옮겨가 우리 학교와 똑같은 피해를 줄 것”이라면서 “청주시, 환경단체 등과 협의해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는 일단은 그대로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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