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맥" 암호댔더니 90만 원짜리 갤럭시 S7엣지가 30만 원대로

홍지영 기자 2016. 5. 26. 09: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년 된 휴대전화를 교체하려고 최신기종을 알아보던 A씨는 90만원대의 만만치 않은 최신 단말기 가격 때문에 망설이다가, 친구가 소개하는 휴대전화 대리점 점주 B씨와 이야기하면 불법 보조금을 33만원 가량 받을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친구는 자신도 공장출고가 83만6천원인 LG전자 최신 휴대전화기 G5를 25만원 가량의 공시지원금에 불법보조금까지 받아 26만원에 샀다고 자랑했습니다.

"갤럭시 S7엣지 화이트 있나요. 치맥" 친구에게 번호를 건네 받은 A씨는 대리점주 B씨에게 구매를 문의하는 카톡 메시지를 친구가 알려준 암호 '치맥'을 붙여 보냈습니다.

바뀌는 암호는 B씨가 소수만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네이버 밴드에 공지되는데, 이 밴드에 가입하려면 직장명함과 재직증명서를 제출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합니다.

사흘 뒤 B씨로부터 온 답장에는 A씨의 직업과 주소, 생년월일을 물었고, 몇 시간이 지난 뒤, "(갤럭시 S7엣지·32G 기준) 공장출고가가 92만4천원에서 매일 20만∼29만원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공시지원금을 빼고, 대리점에서 기기를 변경하는 특별 고객에게 주는 구매지원비용(불법보조금) 33만5천원을 제하면 30만원대에 기기를 살수 있다"는 안내 전화가 왔습니다.

A씨는 공시지원금(23만원)을 기준으로 통신사를 변경해 총액 36만원에 기기를 구매하겠다고 의사를 밝히자 B씨는 "집으로 물건을 보내겠다"며 전화를 끊었고, '은밀한 접선' 며칠 뒤.

A씨는 택배로 휴대전화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택배 상자 내에는 "대리점을 신고해 손해가 발생하면 손해금액의 2배를 청구하겠다"는 취지의 조항을 담은 계약확인서도 들어 있었습니다.

2014년 10월 불법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지 1년7개월이 지났지만 불법 보조금은 은밀한 방식으로 여전히 지급되고 있습니다.

통신사들이 대리점에 통신사 변경을 유도하도록 '리베이트'를 주면 대리점은 이 리베이트 일부로 고객에게 불법보조금을 주는 식입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글들은 '갤럭키(갤럭시S7), 새로운사과(아이폰6S), 현아(현금 완납)'등 은어로 보조금 조건을 알리고 대리점으로 손님의 방문을 유도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글을 보고 손님들이 대리점을 찾으면 오피스텔로 손님을 데려가 영업을 하거나,고객과 제3의 장소에서 다시 만나는 등 당국이 적발하려 해도 증거수집이 어렵게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적발에 애를 먹는 데는 고객들의 적극적인 고발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도 한몫합니다.

한 불법보조금 관련 커뮤니티 가입자는 "기존의 판매업자가 단속되면 다른 판매자를 또 찾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고, 다른 업자를 찾더라도 내부 규칙을 다시 터득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기존의 업자를 신고하기 보다는 감싸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는 불법보조금 지급 등 휴대전화 거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신고를 하면 1인당 연 1회에 한해 1천만 원의 신고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홍지영 기자scarlet@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