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 포커스] 명승부 탄생, 냉온탕 오간 서울의 '140분'

유지선 기자 2016. 5. 26. 05:3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풋볼=서울] 유지선 기자= K리그와 J리그의 자존심이 걸린 한판승부답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마지막에 활짝 웃은 건 FC 서울이지만, 냉탕과 온탕을 수차례 오가며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140분`이었다.

서울은 25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라와 레즈와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 2차전 경기서 연장전을 3-2로 마친 뒤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7-6으로 승리하며 극적으로 8강행 기차에 올라탔다.

:: 서울의 120분을 책임진 `아데박 트리오`

서울의 믿음직한 공격카드는 역시 `아데박` 트리오였다. 전반 내내 공격권을 쥐고 우라와 수비진을 괴롭히던 서울은 전반 29분 아드리아노의 패스를 이어받은 데얀이 문전에서 침착하게 득점으로 마무리하면서 선제골을 터뜨리며 균형(1차전 결과 포함)을 맞췄다. 상대 수비수로부터 위험 지역에서 공격권을 따낸 아드리아노와 패스를 이어받아 지체 없이 슈팅으로 마무리한 데얀의 환상적인 호흡이 빛을 발한 득점이었다.

다급해진 우라와도 서둘러 공격에 무게를 실었지만 서울의 파상공세에 좀처럼 포문을 열지 못했고, 서울은 연장 전반 4분 박주영이 내준 패스를 아드리아노가 문전에서 깔끔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추가골을 터뜨렸다. 문전에서 볼을 잡은 박주영이 욕심 부리지 않고 아드리아노에게 양보하면서 완벽한 득점찬스가 만들어진 것이다.

사실 아드리아노와 데얀, 박주영은 지난 1차전 원정에서 나란히 부진했다. 아드리아노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던 순간적인 돌파와 공간을 찾아들어가는 움직임, 골 결정력이 빛을 바랜 것이다. 전반전 활약한 데얀과 후반전 교체 투입된 박주영도 움직임이 무디긴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세 선수는 1차전 원정과 달리 홈에서 정상 컨디션을 되찾았고, 서울의 믿을 수 있는 공격카드는 역시 `아데박` 트리오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줬다.

:: 수비 불안에 발목 잡힌 서울, `난세에 영웅` 된 고요한

그러나 승부는 생각했던 것처럼 쉽게 마무리되지 않았다.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린 탓이었을까. 서울은 연장 후반에 돌입하면서 수비가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서울의 수비 뒷공간을 집요하게 노리던 우라와는 연장 후반 6분 이충성이 서울 수비진을 흔든 뒤 슈팅을 날리면서 한 골 차로 추격했고, 4분 뒤 또다시 수비 뒷공간을 공략하며 2-2의 스코어로 따라잡았다. 1차전 결과까지 고려했을 때, 우라와가 8강 진출에 성큼 다가선 것이다. 침통한 표정을 짓던 우라와 서포터석에서도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난세에 영웅이 등장했다. 고요한이 연장 후반 16분 상대 수비를 제친 뒤 마무리한 대포알 같은 슈팅이 그대로 우라와의 골문을 가른 것이다. 양 팀 서포터의 희비가 또다시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고요한은 "드리블을 하는 순간 상대 수비를 제치는 느낌이 들었다. 이후 자신 있게 때려보자는 생각으로 슈팅을 때린 것이 득점으로 연결된 것"이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최용수 감독도 고요한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기쁨을 만끽했다.

:: 승부차기까지 버릴 것 하나 없던 명승부

`아데박` 트리오와 고요한이 이전까지 서울 극장의 주연이었다면, 승부차기서는 수문장 유상훈이 주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신들린 선방으로 서울을 8강행으로 이끈 것이다. 서울은 세 번째 키커로 나선 오스마르가 실축한 뒤 분위기가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뜻밖에 변수가 등장했다. 우라와가 니시카와 골키퍼를 다섯 번째 키커로 선택한 것이다. 니시카와가 득점에 성공하면 경기가 그대로 종료되는 상황이었지만, 유상훈의 선방에 가로막히며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최악의 한수가 됐다.

이후에도 양 팀은 일곱 번째 키커가 승부차기에 나섰을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했다. 그러나 우라와의 일곱 번째 키커로 나선 고마이가 유상훈을 속이려는 의도로 한 템포 늦게 슈팅한 것이 무위에 그치면서 8강행 티켓은 결국 서울의 차지가 됐다. 유상훈은 경기 종료 후 "골키퍼가 키커로 나와 당황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오히려 나머지 선수들이 킥에 대한 자신감이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덕분에 자신감이 붙었다"며 일본이 꺼내든 비장의 카드가 서울에 승리를 안겨준 셈이 됐다고 밝혔다.

1차전서 당한 뼈아픈 패배는 결과적으로 좋은 예방주사가 됐다. 서울은 이번 시즌 K리그를 넘어 더 넓은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한고비를 넘기며 전북 현대와 나란히 8강행을 이뤄낸 서울, ACL 정상으로 향하는 서울의 도전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사진= 윤경식 기자

Copyright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