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선 行' 올라타다

송용창 입력 2016. 5. 26.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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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25일 오후 제주 서귀포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 만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주포럼 사무국

제주 관훈클럽 간담회 참석

“임기후 국민으로서의 역할 고민

국내 분열… 통합 지도자 나와야

남북 대화채널 유지 내가 유일”

정치 거론하며 출마 강력 시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국내 정치권을 겨냥해 “남북 분단도 큰 문제인데 내부에서 여러 가지 분열된 모습 보여줘 창피하게 느낄 때가 많다”며 “이건 정치가 아니라 정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 총장은 임기를 마친 뒤에는 “한국에 돌아와 국민으로서 역할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1년여 만에 방한한 반 총장은 이날 제주 중문단지 롯데호텔에서 중견 언론인들의 모임인 관훈클럽과 가진 간담회에서 “누군가 대통합을 선언하고 나와 솔선수범하며 국가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그런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 재임 10년간 국내 정치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비판한 것은 처음으로 대권 도전을 강력하게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 총장은 특히 북한 문제에 대해 “남북 고위급 간에 대화채널을 열고 있다”며 “남북간 대화채널을 유지해온 것은 제가 유일한 게 아닌가 생각하고, 기회가 되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경색된 대북 문제를 풀 수 있는 적임자는 자신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반 총장은 아울러 “남북 문제는 숙명”이라며 “대북압박을 계속 해나가는 과정에서도 인도적 문제를 통해 물꼬를 터가며 대화하고 긴장을 완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혀,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압박 노선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지원 속에서 여권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반 총장이 박 대통령과의 노선 차별화도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 총장은 다만 대권 도전 여부에 대해 “유엔 사무총장에서 돌아오면 그 때 국민으로서의 역할을 생각하겠다”면서 즉각적인 답변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으로 거론되는 데 대해) 제가 헛되게 살지는 않았고 노력한 데 대한 평가가 있구나 하는 자부심을 느끼고,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 “(많은 국가 정상들이) 자기들이 많이 도와주겠다, 선거운동 해주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며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쳤다. 반 총장은 이어 “내년 1월 1일이 되면 한국 사람이 되니까 그 때 결심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유엔 사무총장 직위를 벗은 뒤에 본격적인 대권 도전을 선언하겠다는 뜻을 예고한 것이다.

4ㆍ13 총선의 여권 참패로 ‘반기문 대망론’이 부각되는 시점에 이뤄진 이번 방한에서 반 총장은 정치적 언급을 자제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반 총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기존 정치권 전체를 싸잡아 비판하면서 남북 통일과 국민 통합을 강조해 자신의 리더십 색채를 분명히 했다. 반 총장은 또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결, 미얀마 민주화 등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성과를 강조하며 일각에서 제기된 리더십 부재를 반박하는 데도 주력했다. 그간 국내에서 제기됐던 여러 의혹과 비판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사실상의 대권 도전 선언”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반 총장은 이날 오후 4시45분께 제주공항을 통해 입국해 방한 일정을 시작했다. 반 총장은 26일 제주포럼 개회식 기조연설 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으로 건너 간 뒤 27일 밤 다시 서울로 돌아와 30일까지 경기 일산, 경북 안동ㆍ경주로 이어지는 5박6일 간의 방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제주=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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