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열풍, 왜 잠잠해졌을까?
[오마이뉴스 글:박창우, 편집:유지영]
▲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백종원. '슈가보이 신드롬'을 일으킨 첫번째 방송이었다. |
ⓒ MBC |
[하나] 쿡방의 식상함
우선 '쿡방'의 식상함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백종원이 브라운관을 점령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쿡방'이 방송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센스 있는 입담과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 그리고 실생활에 유용한 다양한 조리법을 겸비한 백종원은 '쿡방'에 가장 최적화된 캐릭터였다. 여기저기서 백종원에게 러브콜을 보낸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별 차이 없는 요리프로그램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셰프'라 불리는 요리사들의 방송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역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채널만 돌리면 비슷한 콘셉트의 '쿡방'이 방영되고, 똑같은 셰프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시청자의 피로도 또한 높아진 것이다. '쿡방'의 유통기한을 줄인 결정적 패착이었다.
무대가 좁아지니 백종인이 활약할 수 있는 공간 또한 자연스레 줄었다. 그나마 백종원은 현재 SBS <백종원의 삼대천왕>과 tvN <집밥 백선생2>를 이끌며 '쿡방'의 마지막 불꽃을 지켜내고 있지만, 두 프로그램의 인기 또한 예전만 못하다.
SBS <백종원의 삼대 천왕>은 MBC <무한도전>과 동시간대로 방영시간을 옮긴 이후 대중의 관심과 화제성에서 멀어졌고, tvN <집밥 백선생2>는 멤버 교체를 통해 새 단장을 마쳤지만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오히려 시청률은 시즌1보다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굳이 방송을 챙겨보지 않아도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맛집 정보를 공유하고 조리법을 배울 수 있기에 '본방사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둘] 연이어 터진 논란... 더는 적극적이지 않은 백종원
▲ 시즌2로 돌아온 <집밥 백선생>. 시청률과 화제성이 크게 떨어졌다. |
ⓒ tvN |
예전과 달리 위축된 모습으로 프로그램을 이끌다 보니, 재미 또한 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백종원이 가지고 있던 '슈가보이', '백주부'와 같은 예능 캐릭터가 힘을 못 쓰니 프로그램도 활력을 잃고 방황 중이다.
[셋] '사업가' 백종원?
끝으로, 대중이 느끼는 '방송인' 백종원과 '사업가' 백종원 사이의 괴리감을 꼽을 수 있다. '방송인' 백종원이 대중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친근한 이미지 때문이었다. 다른 스타 셰프들과 달리 백종원은 서글서글한 외모에 "~그렇쥬"와 같은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하면서 대중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 냈다. '옆집 아저씨' 같은 사람이 나와서 요리의 핵심비법과 '꿀팁'을 알려주니 빠져드는 건 당연지사였다.
하지만, 백종원의 방송 출연빈도에 비례해 그가 대표이사를 맡은 '더본코리아'의 매출과 매장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오히려 '역풍'이 불었다. '간접홍보' 논란이 불거진 것. 특히 '더본코리아'의 매장이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적합업종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면서,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백종원의 승승장구가 영세자영업자들에게는 생계의 위협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게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더본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이 1239억 원으로 알려지면서 백종원의 이미지는 '친근한 방송인'에서 '성공한 사업가'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과연 백종원은 달라진 대중들의 정서를 되돌릴 수 있을까? 분명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쿡방' 자체가 시들어진 시점인 만큼 머지않아 백종원은 방송과 사업 겸업에서 벗어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될 가능성마저 있다.
그는 스스로 '셰프'로 불리기를 거부하고, 그저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소박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대중은 아직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던 <마리텔>에서 우승한 뒤 아내에게 바치던 솔직한 고백을 기억하고 있다. 논란을 딛고 본래의 캐릭터를 뽐낸다면 대중에게 다시 사랑받는 방송인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그의 본업은 분명 방송이 아니라 사업가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가 방송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다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느니 본업에 충실한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한계를 극복하고 방송인으로서 대중의 기대를 충족시켜줄까, 아니면 본래 있었던 자리로 돌아갈까. 선택은 그의 몫이다.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속 백종원. 당시의 소탈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시청자와 소통하려던 그 캐릭터를 더는 보기 어려워졌다. |
ⓒ M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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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박창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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