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 세상]한국인이 못 읽는 말, '당기시오' 왜 있지?

김주동 기자 2016. 5. 2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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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에 따라, 타인을 배려해, 보안을 위해 한쪽으로만 열리는 문 있어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편집자주] 일상 속에서 찾아내는 정보와 감동을 재밌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좁게는 나의 이야기로부터 가족, 이웃의 이야기까지 함께 웃고 울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규정에 따라, 타인을 배려해, 보안을 위해 한쪽으로만 열리는 문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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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있는 한 가게 문. 만약 밀어 열린다면 보행자에 방해가 될 수도 있겠지요.

'한국인이 가장 못 읽는 단어.' 꾸준히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글의 제목인데요. 클릭을 하면 아래와 같은 내용의 사진이 나옵니다.

"당기시오", "당겨주세요 ^^*".

당겨야 하는 문인데 밀었다가 안 열려서 당황한 경험, 많이들 있을 겁니다. 재미도 있지만 공감 가는 면이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보고 공유할 텐데요.

이런 사진을 놓고 "우리나라 사람들 참 말 안들어", "성격 급한 한국인" 등의 반응도 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맞는 말 같습니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양쪽으로 다 열리는 문이 많다 보니 습관적으로 밀게 된다는 겁니다. 사실 그런 문들이 주변에는 많습니다. 그리고 미는 건 당기는 것보다 쉽지요.

공공장소의 모든 문이 다 양쪽으로 열리면 편할까요?

화장실 변기 칸 문은 보통 안쪽으로 열립니다. 투명하지 않은 이 문이 밖으로 열린다면 기다리던 사람이 때아닌 변을 당할 수도 있겠지요. 이처럼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문이 한쪽으로만 열리는 것도 있습니다.

법 규정에도 관련된 문구를 찾을 수 있습니다.(국가법령정보센터(www.law.go.kr)에서 누구나 검색이 가능합니다.)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을 보면 "문화·집회시설(전시장 및 동·식물원 제외), 종교시설, 장례식장 등 건축물에 바깥쪽으로의 출구로 쓰이는 문은 안여닫이로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규칙이 있습니다. 만약 화재와 같은 급한 상황에 사람들이 우르르 나가는데 문을 당겨야 한다면 또 다른 위험한 장면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도 있습니다. "건축물의 내부에서 계단실로 통하는 출입구…(중략), 그 출입구에는 피난의 방향으로 열 수 있는 것으로서…(후략)" 건물의 비상구를 보면 그 문 역시 비상계단 쪽으로 밀게 돼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건물 밖으로 연결되는 1층은 반대입니다.

지하공공보도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지하도상가에 설치하는 점포의 출입문은 미닫이 또는 안여닫이 구조로 할 것"이라는 문구도 있습니다. 넓지 않은 지하도에서 점포의 문이 길 쪽으로 열린다면 보행자가 불편할 겁니다.

/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법 규정에는 없지만 은행들은 대부분 안여닫이 문을 쓰고 있습니다. 은행강도가 만약 들었을 때 도망가는 데 조금이라도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바보 은행강도' 해외 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죠. 영상 속에서 한 남자는 강도 짓을 하려고 은행 창구로 갔는데 갑자기 비상 벽이 쳐집니다. 당황한 남자는 도망치려고 하는데 문이 안 열립니다. 계속 밀기만 하다 포기하는데요. 자포자기로 있던 중 다른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그는 운좋게(?) 탈출합니다. (영상보기☞ https://m.youtube.com/watch?v=dTG7P6eWy-4)

'당기시오'를 읽지 못하는 게 급한 국민성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아쉽다면 배려심일 텐데요. 뒷사람을 위해 열린 문을 슬쩍 잡는 것, 누군가 잡아 준 문을 제몸만 빠져나가지 않고 잡는 행동, 길가 상점 문을 열 때 지나가는 사람이 부딪히지 않게 조심하는 것, 요즘 많이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닙니다. '당기시오'는 때로는 배려입니다.

김주동 기자 news9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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