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대중 구하라".. 美 메가톤급 '전두환 정권 제재' 입안

하윤해 기자 입력 2016. 5. 25.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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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 기밀해제 문서 단독 입수 <4>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980년 9월 16일 지미 카터 대통령에게 보고한 ‘김대중’이란 제목의 문서 앞장.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내란음모 혐의 등으로 1심 군법회의에서 사형선고를 받기 하루 전으로, 문서에는 당시 대한(對韓) 제재조치 실행을 놓고 미 정부 내 이견이 드러나 있다. 출처=미국 디지털 국가안보 기록보관소

미국이 1980년 9월 당시 사형선고를 눈앞에 두고 있던 ‘김대중 구명(救命)’을 위해 전두환 정권의 몰락을 촉발시킬 수도 있었던 초강경 제재조치를 입안했던 사실이 24일 확인됐다. 당시 검토됐던 조치들은 ‘한·미 군사관계 격하’ ‘남한을 배제한 북·미 정부 간 직접 접촉 검토’ ‘미국의 한국 철강 수입 규제’ 등이었다. 군사·외교·경제를 포괄한 메가톤급 전방위 제재조치들이다.

미국은 이들 조치들이 시행되면 “전두환에 대한 군부의 지지 약화로 ‘반(反)전두환 쿠데타’가 발생해 그의 몰락을 낳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지미 카터 행정부는 ‘김대중 처형’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호남을 중심으로 한 저항, 미국 내 인권단체들의 비판 등을 우려해 ‘김대중 살리기’에 주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제재조치에 대한 미 정부 내 이견과 사형 집행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 등에 따라 이들 조치는 실행되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은 국민일보가 입수한 미국 CIA와 백악관 기밀해제 문서를 통해 밝혀졌다. 미국이 김대중 구명을 위해 제재를 검토했다는 주장은 폭넓게 인정받고 있으나 미국 정부가 실제로 강력한 제재조치를 마련했음을 입증하는 문서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일보는 스탠스필드 터너 CIA 국장이 80년 9월 15일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보낸 ‘한국: 정책 옵션들’이라는 제목의 CIA 기밀해제 문서를 입수했다.

문서 작성 시점은 당시 야권 지도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내란음모 혐의 등으로 계엄령 하의 1심 군법회의에서 사형선고를 받기(9월 17일) 이틀 전이다. 또 전두환의 대통령 취임(9월 1일) 2주일 뒤였다.

터너 국장은 문서에서 “(카터) 대통령은 김대중에게 내려질 판결과 관련해 국방부가 마련한 대(對)남한 조치들의 영향력에 대해 나의 의견을 물었다”고 썼다.

미 국방부는 사형선고 이전부터 군사적 제재조치를 준비했으며 카터 대통령도 이를 알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 정부의 대한(對韓) 제재조치는 미 국방부가 주도적으로 마련했으며 다른 부처가 외교·경제 분야의 조치를 추가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정부는 네 가지 조치를 마련했다. 이 중 ‘한·미 군사관계 격하’ 등 세 가지가 강경책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전두환에 대한 카터 대통령의 개인적 호소’였다. 터너 국장은 제재조치를 분석하며 “군부 내에 반미감정이 발생할 것이며, 반전두환 쿠데타가 일어나면 전두환보다 나을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 그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미 정부 내에서 이견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브레진스키 보좌관이 9월 16일 카터 대통령에게 보낸 백악관 문서에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 있다. 문서 제목은 ‘김대중’이었다. 브레진스키는 “해럴드 브라운 국방장관은 4개의 제재조치들이 추진될 수 있다고 말하지만 나는 제재조치로 인한 피해를 지적한 터너 국장의 발언이 더 타당성 있다고 믿는다”고 카터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미 국방부는 제재조치 실행에 적극적이었던 반면 CIA와 백악관은 부정적이었던 것이다. 브레진스키는 또 “김대중 처형을 강행할 경우에 한해 제재조치를 강행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두환 정권은 미국의 예상대로 무기징역으로 낮췄다. 이와 함께 제재조치도 사라졌다.

블루밍턴(미국 인디애나주)=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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