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마피아 '영웅' 팔코네 폭살된지 24년..전쟁은 '진행형'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마피아 소탕에 앞장섰던 반(反) 마피아 진영의 '영웅' 지오반니 팔코네 판사가 마피아의 손에 폭살된 지 23일(현지시간)로 꼭 24년이 흘렀다.
이탈리아 영문뉴스 사이트 더 로컬은 24일 '반 마피아 영웅의 잔인한 피살이 어떻게 시칠리아를 변화시켰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팔코네 판사의 희생으로 시칠리아 마피아와의 싸움이 전기(轉機)를 맞았으나 사회에 깊숙하게 뿌리내린 마피아와의 싸움은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진단했다.
팔코네 판사는 1986∼1987년 진행된 일명 '맥시 재판'을 통해 시칠리아 마피아 342명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며 마피아와의 전쟁을 주도했으나, 1992년 5월 23일 팔레르모 공항 인근의 고속도로를 달리다 마피아 두목 지시로 차량에 설치된 폭탄이 터지며 아내, 경호원 3명과 함께 즉사했다. 당시 그는 53세였다.
팔코네 판사의 24주기 기일에 팔레르모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한 한 경찰관은 사고 당시 자신이 16세였다고 소개하며 "수 ㎞ 밖에서 폭탄이 터졌지만 도심 한가운데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들었니? 들었어'라고 물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활기찬 팔레르모 거리는 이내 충격에 말을 잃은 사람들로 모든 것이 멈춘 듯 순간 깊은 정적에 잠겼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마피아 연구자인 카리나 군나르손은 팔레르모 시민들을 깊은 충격에 빠뜨린 팔코네 판사의 암살 순간은 마피아에 대한 여론이 바뀌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팔코네 판사 암살을 마피아에 대한 인식을 바꾼 계기로 꼽는다"며 "그 사건은 마피아가 무자비하게 사람을 공격한다는 것을 생생히 보여줬고, 모든 사람이 그 장면을 TV 화면으로 지켜봤다"고 말했다.
팔코네는 사망했으나 마피아에 대항한 그의 끈질긴 집념과 의지는 인식이 전환된 대중들과 만나 새로운 마피아 저항운동 조직을 탄생시켰다.
2004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아디오피초'(addiopizzo)라는 이름의 이 조직은 시칠리아 마피아들이 자신들이 사업체를 보호해준다는 빌미로 식당 등 지역 사업체들에게서 관행적으로 뜯어가던 불법적인 돈을 내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며 마피아에 반기를 들었다.
그동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피초(마피아가 갈취하는 불법 세금)를 내던 사람들은 피초를 내면 마피아의 세력만 강화해주는 꼴이라는 각성에 이른 뒤 피초에 작별(addio)을 고하기로 작정한 것이다.
마피아의 세력이 워낙 강해 소수로는 엄두도 못 낼 일이었지만 다수가 동참하니 이 운동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경찰과 사법 당국이 아디오피초에 참여한 업체들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며 올해 들어서만 아디오피초를 선언한 업체가 1천 개가 넘는 등 이 운동은 성공적인 반마피아 운동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마피아와의 전쟁에서의 이런 의미 있는 진전에도 불구하고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군나르손은 "최근의 경제 위기로 사업체들이 일반적인 사회악보다는 자신들만의 문제에 집중하면서 시칠리아에서의 반마피아 운동이 둔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유명한 정부 각료들과 마피아가 공모 관계에 있다는 의혹을 받는 사건들에 대해 진행 중인 재판들의 향방도 앞으로 마피아와의 싸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중이 마피아가 이길지, 나라가 이길지 확신하지 못하는 한 사람들은 '좀 기다려보자'는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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