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 가장 짧은 독일 직장인도 "번아웃 증후군"

2016. 5. 2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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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압적인 직장 계급제, 비현실적 회사 요구, 칭찬에 인색한 상사 탓" WSJ "근면 문화, 걱정 문화 등 원인분석 다양"..회사들 저마다 스트레스 대책
프랑스 의사와 간호사들이 프랑스 정부의 노동시간 개혁에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 방침대로 되면 번아웃 현상이 늘어 환자 치료와 간호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2015.6.12

"위압적인 직장 계급제, 비현실적 회사 요구, 칭찬에 인색한 상사 탓"

WSJ "근면 문화, 걱정 문화 등 원인분석 다양"…회사들 저마다 스트레스 대책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제조업 부문 평균 1주일에 35시간 근무로 선진국 가운데 가장 짧은 시간 근무, 1년에 최소 4주간의 휴가 법적 보장, 최대 14개월간의 유급 육아 휴가, 임금의 약 70%가 지급되는 최대 72주간의 병가.

이런 독일 직장인들 사이에 믿기지 않지만 이른바 '번아웃'(burnout·탈진) 현상이 확산돼 사회 문제화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4일 전했다.

이 신문이 인터뷰한 사람 중에 한 국제적 대기업의 영업담당 임원은 사무실에서 갑자기 주저앉은 채 눈물을 흘리고, 한 제조업체의 종신 계약직 기계공은 친구들과 여자친구를 잃은 채 밤에 집에 홀로 앉아 무기력증에 시달리며, 베를린 한 병원의 간호사는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는 길에 허무감에 휩싸이며 자전거 소음에 폭발하고 만다.

갤럽이 올해 초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독일 노동자 약 4천만 명 가운데 10%인 410만 명이 정신적, 감정적 고통을 겪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히니커 크랑켄카세라는 건강보험 기금의 가입자들은 1년에 평균 15일 이상 결근했는데, 이 기금이 이 기록을 작성한 이래 가장 많은 결근 일수다.

이에 자동차 업체 다임러 AG는 직원들이 휴가 기간 중 받는 이메일은 자동삭제 처리하도록 허용하는 등 각 회사는 저마다 직원들 스트레스 경감 대책에 나서고 있다. 직장에 애완견 동반을 허용한 회사도 있다.

'번아웃 다스 무지컬'이라는 뮤지컬의 각본을 쓴 자비네 하이든은 "요즘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치를 입증하려면 모든 일에 열심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노동시간에서도 보듯이 과로가 독일 직장인들이 느끼는 번아웃의 주된 원인은 아니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

테히니커 크랑켄카세의 스트레스 연구와 직접 노동자들에 대한 인터뷰 결과를 보면, "어깨를 짓누르는 직장의 계급제, 직장에서 요구하는 비현실적인 기대치, 상사의 인색한 칭찬이나 인정"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신문은 한 기업 건강자문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 "번아웃은 대체로 나쁜 경영과 관계있다"며 직원들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의 근면 문화에서 원인을 찾는 전문가들도 있다. 실제 노동시간은 짧지만, "일을 많이 해야 좋은 시민이라는 생각, 그래야 번아웃이 됐을 때 그럴 만한 '좋은 병'이라고 인정받는다는 생각"이 문제라는 것이다.

마케팅 회사에서 매니저였던 마르쿠스 베이어(53)는 부하 직원들 다수가 번아웃에 무너지는 것을 보곤 회사를 그만두고 베를린에서 개 조련사로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그가 차린 비영리 단체인 '직장 애완견협회'엔 개를 직장에 데려올 수 있도록 허용한 회사 200여개가 등록돼 있다. 법률사무소, 보험회사, 피아노 제조업체, 시청 등 다양하다.

베이어는 "독일에선 일하기 위해 산다"며 "돈도 많고 힘도 많은데 그것을 위해 치른 대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휴가기간 이메일 자동삭제 프로그램을 시행 중인 다임러의 보건담당 헬무트 슈미트는 "직원이 개인적 위기에 처했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내 상담실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폴크스바겐은 아예 근무시간이 끝나면 이메일을 차단했다가 다음 날 출근하면 해당 직원 이메일 박스로 보내준다. "일과가 끝난 후엔, 비상상황이 아니면 휴식 시간을 존중해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독일인들이 워낙 스트레스에 약하다는 의견도 있다. '번아웃, 다스 무지칼'을 쓴 하이든은 "늘 걱정이 많고, 모든 게 잘못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독일인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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