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개 비석으로 읽는 중국 역사
[오마이뉴스이상기 기자]
▲ 함양박물관 |
ⓒ 이상기 |
그러므로 크게 보면 서안 이틀, 함양 이틀을 구경하는 것이다. 첫날 자료는 함양박물관과 무릉(茂陵) 그리고 곽거병((?去病)묘를 다루고 있다. 함양박물관은 진나라의 수도인 함양에 있는 박물관으로, 진(秦)과 한(漢) 시대의 문화유산을 전시하고 있다. 이곳에는 진과 한 왕조 시대의 유물 600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이 박물관은 1371년 건설된 공자(孔子) 사당 문묘(文廟)를 활용해 1962년 문을 열었다고 한다.
▲ 한무제 무릉 |
ⓒ 이상기 |
중국의 역사가 새겨져 있는 비석
둘째 날 자료는 서안 성벽과 그 안에 있는 문화유산을 다루고 있다. 그중 청진대사(淸眞大寺)와 비림(碑林)이 특이하다. 청진대사는 이슬람사원이고, 비림은 비석박물관이기 때문이다. 청진대사는 742년 불교사원과 같은 양식으로 지어졌고 명, 청대 현재와 같은 양식으로 중건되었다. 사원은 4개의 진원(眞園)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바깥 4진원부터 가장 안쪽 1진원까지 패방과 누각으로 영역을 구분하고 있다.
▲ 청진사 |
ⓒ 이상기 |
비림박물관에는 중국 역사상 중요한 비석 4000개 이상이 전시되어 있다. 비림은 송나라의 여대충(呂大忠)이 당나라의 개성석경(開成石經)이 황폐해지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문묘 뒤로 옮기고, 현종(玄宗) 황제 어주효경비(御註孝經碑)와 안진경(顔眞卿), 구양수(歐陽修), 저수량(?遂良), 서호(徐浩), 몽영(夢瑛) 등이 쓴 돌비석을 그 주위에 세워 보존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명(明)나라의 성화(成化), 청(淸)나라의 강희(康熙)·건륭(乾隆)·가경(嘉慶) 연간에 수리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 개성석경 |
ⓒ 이상기 |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기독교의 중국 전파를 알리는 대진경교유행중국비(大秦景?流行中國碑)다. 이 비석은 당 건중(建中) 2년(781) 2월 페르시아 출신의 동삭방절도부사(同朔方節度副使) 이사(伊斯: Mar Yazdhozid)의 주청으로 대진사(大秦寺) 경내에 건립되었다. 비문은 총주교인 경정(景淨)과 신부(傳敎士)인 아당(亞當: Adam)이 짓고, 태주사 참군(台州司 ?軍)을 지낸 여수암(呂秀岩)이 새겼다. 이수, 비신, 귀부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 대진경교유행중국비 |
ⓒ 이상기 |
대안탑과 소안탑에서 문명교류의 흔적을 찾다
둘째 날 보는 대안탑과 소안탑은 부처님의 법을 담은 불경을 간직하고 있다. 대안탑은 황실 사찰 자은사(慈恩寺)에 세워진 불탑이다. 자은사는 당 고종이 황태자였던 648년, 어머니 문덕황후(文德皇后)의 극락왕생을 위해 세운 절이다. 10여 개의 전각에 1897칸의 대규모로 만들어졌고, '대자은사'라는 사액을 받았다. 인도에서 귀국한 현장(玄?, 602~664)을 맞이해서 상좌(上座)로 삼고, 번경원(?經院)에서 역경에 전념케 했다. 현장을 대자은사 삼장법사라고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 자은사 대안탑 |
ⓒ 이상기 |
현장은 태종 원년 627년 장안을 떠나 육로로 인도에 가서 불교를 공부하고 불경을 가지고 645년 2월 장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태종의 칙명을 받아 3년 동안<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를 집필하였다. 이 책은 138개국의 역사와 지리, 문화와 풍토, 불교를 기록한 대하 다큐여행기다. 그리고 그 후 20년 동안 불경 번역에 전념해 <반야바라밀다경> 등 74부 1335권을 불경을 번역했다.
소안탑(小雁塔)은 707년 당나라 승려 의정(義淨, 635~713)이 인도에서 가지고 온 불경을 보관하기 위해 천복사(薦福寺) 경내에 세운 탑이다. 처음에는 15층탑이었으나 지진으로 2층이 무너지고 지금은 13층 43m만 남아있다. 대안탑이 깨끗하고 현대적이라면 소안탑은 옛 모습을 간직해 고답적이다.
의정은 현장과 달리 해로로 인도를 다녀왔다. 672년 11월 37세의 나이로 광주(廣州)를 출발 수마트라의 팔렘방을 거쳐 2년 만에 인도 동부 갠지스 삼각지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범어를 배운 뒤 불교학의 중심지 나란다(Nalanda, 那爛陀) 사원으로 간다. 그는 675년부터 685년까지 10년간 불교연구에 몰두한다.
▲ 천축국으로 법을 찾아 떠나는 승려의 모습 |
ⓒ 이상기 |
그때 가지고 온 불경은 68부 290권에 이르렀다고 한다. 의정은 자신의 인도 여행과 불교 공부를 위해 인도를 찾은 승려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발간했다. 전자가<남해기귀내법전(南海寄歸內法傳)>이고, 후자가 <대당서역구법고승전(大唐西域求法高僧傳)>이다. <대당서역구법고승전>은 56명에 이르는 순례승들의 프로필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중 7명은 신라승이고, 1명은 고구려승이다.
사마천의 <사기>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
▲ 진시황릉 |
ⓒ 이상기 |
진시황릉은 서안 동쪽 임동(臨潼)에 있다. 능의 높이가 76m, 동서 길이 475m, 남북 길이 384m나 된다. 그가 즉위한 다음해인 기원전 246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그가 죽은 지 2년 후인 208년 완성되었다고 한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시황본기(本紀)>에 의하면, 시황제 즉위 초 착공되었으며, 모두 70만이 넘는 죄수를 동원해 무덤을 완성했다고 한다. 내부에는 수은으로 강과 바다를 만들었고, 천상과 지상을 모방한 지하 궁전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능안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화살 자동발사 장치까지 갖추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 진시황제 |
ⓒ 이상기 |
[…]
태자 호해가 제위를 계승해 2세 황제(二世皇帝)가 되었다. 그리고 그해 9월에 여산(?山)에 진시황을 안장했다. 옛날 진시황이 처음 즉위해 여산에 치산(治山) 공사를 벌였는데, 천하를 통일한 후에는 전국에서 이송되어온 죄인 70만여 명을 시켜서 깊이 파게하고 구리물을 부어 틈새를 메워 외관을 설치했다. 모형으로 만든 궁관(宮觀), 백관(百官), 기기(奇器), 진괴(珍怪)들을 운반해 그 안에 가득 보관했다.
장인(匠人)에게 명령해 자동으로 발사되는 궁전(弓箭)을 만들어 놓고 그곳을 파내어
접근하는 자가 있으면 그를 쏘게 했다. 수은(水銀)으로 백천(百川), 강하(江河), 대해(大海)를 만들고, 기계로 수은을 주입해 흘러가도록 했다. 위에는 천문(天文)의 도형을 장식하고 아래에는 지리(地理)의 모형을 설치했다. 그리고 도롱뇽의 기름으로 양초를 만들어 오랫동안 꺼지지 않게 했다."
흥선사와 법문사에서 만날 수 있는 삼보
▲ 흥선사 대웅보전 |
ⓒ 이상기 |
공개적인 가르침을 표방하는 현교(顯敎)와 달리, 밀교는 마음을 통해 비밀스럽게 가르침을 전파한다. 그러므로 밀교는 주술적인 요소가 많으며, 깨달음과 해탈에 이르기 위해 진언과 다라니 같은 주문을 활용한다. 또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방편으로 만다라와 금강저(金剛杵)를 활용한다. 신라 출신의 혜초(慧超, 704~787) 스님이 중국으로 유학, 불교를 배운 곳이 바로 흥선사다. 혜초는 금강지의 권유로 해로와 육로로 인도를 다녀왔으며, 그 여행 기록을<왕오천축국전>으로 남겼다.
법문사(法門寺)는 말 그대로 법의 문을 연 절이다. 2세기 후반 후한 영제(靈帝) 때 건설되었으며, 창건 당시 이름은 아육왕(阿育王, 아소카왕)사라고 하였다. 당시 아육왕탑이라는 목탑이 있었다고 한다. 618년 법문사로 개칭되었고, 당대(唐代)에 13층 전탑으로 개축되어 진신보탑(眞身寶塔)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이곳에는 부처의 진신사리(眞身舍利)가 봉안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해서 역대 황제들의 사리공양이 행해졌다. 그때 바친 공양물이 지금 법문사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 법문사 사리장엄구 |
ⓒ 이상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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