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어린 투수들의 구속저하 어떻게 봐야할까?

이웅희 2016. 5. 24.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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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선발 고원준이 2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롯데와 KIA의 경기 4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 강판되고 있다. 고원준은 3이닝 동안 홈런 2개를 내주며 5실점을 기록했다. 2016. 4. 23. 사직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투수들에게 빠른 공은 곧 자존심이자, 자신감이다. 큰 파열음을 내며 포수 미트에 빠른 공이 꽂힐 때면 보는 팬들도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 하지만 아무리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라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선수 생활 말년에 구속 저하로 힘겨워한다. 결국 수년 간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경기 운용의 묘를 앞세워 선수생활을 이어간다. 문제는 아직 앞날이 창창한 젊은 선수들의 구속 저하다. 삼성 정인욱, 롯데 고원준, 한화 이태양(이상 26) 등이 그렇다. 남 부럽지 않은 공을 뿌리던 이들의 구속이 갑작스럽게 떨어지며 고전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선발 정인욱이 9일 오후 사직 구장에서 진행된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1회에 이어 2회에도 실점하며 흔들리자,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2016.04.09. 사직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닮은꼴 차세대 에이스들
대구고를 나온 정인욱은 삼성의 육성 프로젝트 대표 주자였다. 스무살인 2010년부터 1군 마운드에 섰고 주로 선발등판하며 미래의 10승 투수로 키워졌다. 평균 구속 140㎞ 중후반대의 공을 뿌리며 2011년 31경기에서 6승2패, 방어율 2.25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2년 시즌을 마치고 입대했다가 돌아온 지난해 12경기에서 2승2패, 1세이브, 방어율 8.28에 그쳤다. 올해도 지난 14일 대구 롯데전에서 처음으로 5회를 채울 정도로 좋지 않았다. 직구 평균 구속이 130㎞ 후반대에서 140㎞에 그치며 자신감까지 잃었다.
고원준도 넥센 시절 유망주로 주목받았고, 롯데는 2011년 트레이드로 고원준을 영입했다. 당시 150㎞에 가까운 빠른 공을 던지며 2011년 9승(7패)으로 아쉽게 10승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2012년 19경기 3승7패, 2013년 1승4패로 좋지 않았고 이후 상무에 입대했다. 상무가 속한 퓨처스리그(2군)에서 꾸준히 선발로 등판하다 통증을 느끼던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고 재활 후 스프링캠프에서 147㎞까지 찍었다. 완벽히 회복된 듯 했던 고원준은 아직까지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시즌 초반 등 담 증세 등으로 고생하더니 부상 복귀 후 구속까지 130㎞ 후반대로 떨어졌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고원준의 구속이 너무 안 나와서 몸을 더 만들도록 지시했다”며 2군으로 보냈다.
이태양은 2012년 한화에서 데뷔해 2013년부터 1군에서 본격적으로 뛰었다. 그 해 31경기에서 3패에 그쳤지만 2014년 7승(10패)을 거뒀다. 무엇보다 힘있고 빠른 직구를 앞세워 탈삼진을 96개나 잡아내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지난해 개막 전 시범경기 때 팔꿈치 통증을 호소해 수술대에 올랐다. 긴 재활 끝에 돌아왔지만 예전의 빠른 공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 평균 구속 130㎞대의 공을 던지는데 그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선발 이태양이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진행된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1회 첫 실점에 이어 사사구가 이어지자 정민태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2016.05.11. 대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무엇이 문제인가.
베테랑이 아닌 어린 투수들의 구속이 떨어지는 이유를 현장의 코치들에게 물었다. A코치는 “둘 중 하나다. 혹사를 당했거나, 어딘가 아픈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투수는 예민하다. 몸 어느 곳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밸런스가 흐트러져 구속이 떨어진다. 무리를 해서 어느 부위에든 통증이 있거나, 아픈 경우에 어리더라도 갑자기 구속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정인욱은 상무 시절 어깨 통증으로 운동을 쉰 적 있고, 고원준도 시즌 초반 등 담 증세를 호소하는 등 몸이 좋지 않아 2군에도 다녀왔다. 이태양은 팔꿈치 수술 후 아직 제 밸런스를 찾지 못했다는 평가다. B코치도 “어린 선수들의 구속이 떨어지는 경우는 대부분 몸 어딘가에 이상이 있기 때문이다. 몸상태를 회복시켜 최대한 자신의 구속을 되찾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코치는 “운동 부족도 구속 저하에 영향을 미친다. 제대로 몸이 만들어지지 않아도 구속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정)인욱이는 상무에서 통증으로 쉬었는데 오히려 쉰 후유증으로 구속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인욱은 시즌 시작 두 달쯤 된 지난 14일 대구 롯데전에서 비로소 최고 구속 147㎞의 빠른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지난 20일 마산 NC전에서도 140㎞ 중반대 공을 뿌리며 5이닝 2실점으로 2연승을 거뒀다. 이제야 몸상태와 구속이 올라온 듯 한 모습이다. 고원준도 초반 몸상태 회복 기간 동안 운동을 쉬었는데 그 시점 이후로 구속이 떨어졌다. 롯데는 시간을 두고 그의 구속 회복을 기다리기로 했다. 이태양도 지난 22일 대전 kt전에서도 선발등판해 1회에만 홈런 3개를 허용하며 6실점했다. 역시 평균 구속이 130㎞ 후반대에 형성되며 난타당했다.
부상이나 통증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게 구속 회복을 위한 지름길이다. D코치는 “한 번 아파본 어린 투수들이 ‘또 한번 아프면 어떡하지?’, ‘또 (인대 등이) 끊어지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을 느낀다. 그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어차피 끊어질 거라면 마음먹고 강하게 던져보라’고 주위에서 말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부상을 이겨낸 경험을 가진 선배들의 말이 도움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원준과 이태양은 수술 전력이 있다. 코치들의 말처럼 조그만 통증에도 덜컥 겁부터 날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겨내야하는 게 그들의 숙명이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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