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로비전 攻防.. 반년째 고민하는 공정위

김봉기 기자 2016. 5. 24.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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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 심사 지연 배경에 관심 SKT "결론 내야" "합병 심사 이례적으로 지연돼.. 향후 투자 계획에 차질 우려 "KT·LG는 "당연" "방송 독과점 문제 발생 가능성.. 충분히 시간 갖고 심사해야" 공정委 "사안마다 기준 달라.. 심사 더 길었던 적도 있다"

2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심사에 착수한 지 175일째를 맞았다. 당초 SK텔레콤에서 늦어도 4월 중순까지 심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던 만큼, 공정위의 심사 결과 지연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텔레콤 측은 "합병심사가 이례적으로 지연되고 있다. 향후 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는 반면, 경쟁사인 KTLG유플러스 측은 "유료 방송시장 독과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공정위가 충분히 시간을 갖고 심사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SKT "각종 투자 계획 차질 우려"

SK텔레콤이 인터넷TV(IPTV)와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하는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국내 최대 케이블TV인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추진을 발표한 것은 작년 11월 2일이었다. SK텔레콤은 한 달 뒤인 작년 12월 1일 공정거래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에 인수합병 심사를 신청했다.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심사일수는 접수일로부터 최장 120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계속 심사 결과 보고서를 내놓지 않으면서 미래부의 최종 심사도 늦어지고 있다. 공정위에서 먼저 인수합병이 시장 지배력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심사 결과가 나와야 미래부에서 소관 심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측은 심사 보고서 채택이 늦어지자 속으로 애를 태우고 있다. 2002년 초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합병 심사 (145일), 2009년 KT와 KTF 합병 심사(35일), 같은 해 LG텔레콤·데이콤·파워콤 합병 심사(47일)에 비해 심사기간이 훨씬 길어졌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심사 지연으로 새로 출범할 합병 회사의 각종 투자 지연 등 사업계획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승인이 지연될 경우 합병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투자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수 주체인 SK브로드밴드가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해 32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발표했지만 합병 승인이 지연되면서 콘텐츠 투자도 한없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기업결합 심사 기간은 사안마다 다를 수밖에 없고, 과거에는 더 심사가 길었던 사례도 있다"고 반박했다. 과거 케이블업체인 현대HCN이 지역의 케이블방송사를 인수하거나 CJ케이블넷이 지역 케이블방송사 등을 인수할 때 1년 넘게 심사를 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내심 반기는 KT·LG유플… 전문가는 엇갈려 공정위 심사가 늦어지는 데에는 여론과 정국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일부 방송사까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합병 인수를 강하게 반대하고 나선데다 4·13 총선 이후 '여소야대'로 정치 지형이 달라진 점도 심사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시민단체들이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야당까지 이를 문제 삼을 수 있기 때문에 공정위가 섣불리 결론을 못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KT·LG유플러스는 공정위의 심사 지연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LG 유플러스 유필계 부사장은 "이번 인수합병은 이동통신 1위와 케이블 1위의 기업결합 시도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심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사 장기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김성환 아주대 교수(경제학과)는 "타이밍이 사업 추진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며 "방송통신 산업에 역동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란 점을 정부가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방과)는 "SKT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은 방송과 통신 시장의 독과점뿐 아니라 IPTV사업자의 지역 보도채널 우회 소유 등 문제점이 많다"며 공정위의 철저한 심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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