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중국 熱風, 한반도를 사우나에 가뒀다

김성모 기자 입력 2016. 5. 24. 03:07 수정 2016. 5. 2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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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0도까지 달아오른 공기가 한반도로 불어 5월의 폭염 불러 남쪽서 올라온 더운 공기도 한몫 "다음달도 초여름 더위 기승"

5월의 때 이른 땡볕 더위는 올여름 폭염(暴炎)을 알리는 전주곡일까. 지난 19~22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나흘 연속 섭씨 30도를 넘은 데 이어, 23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도 29.4도 가까이 오르며 1950년 이래 66년 만의 5월 더위를 기록했다.

24일에는 전국에 비가 오면서 더위가 수그러들겠지만 비가 그치면 또다시 더위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23일 '3개월(6~8월) 여름철 기온 전망'을 발표하고 "특히 6월과 8월은 평년보다 기온이 높거나 비슷한 날이 많아 더울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반도 사우나 효과' 발생

최근 이른 더위는 몽골과 중국 북부 지역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란 것이 기상 당국 설명이다. 지난주(5월 15~21일치)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위성사진을 보면 몽골과 중국 북부 지역 최고기온은 섭씨 35~40도에 이를 정도로 달아올랐다. 예년보다 3~5도 정도 높은 관측 값이다. 이 지역에 비가 오지 않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 데다 일사까지 강해 지표면이 계속 달아올랐기 때문이다. 이렇게 달궈진 몽골발 열풍(熱風)이 최근 기압 배치에 따라 한반도 상층으로 넘어온 것이 한반도의 이른 땡볕 더위의 주(主) 요인이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남쪽의 따뜻한 공기 덩어리는 한반도의 하층 부위로 꾸준히 흘러들어오며 더위를 가중시켰고, 이렇게 상·하층으로 흘러오는 더운 공기가 내륙 지방에 고스란히 모여 '한반도 사우나 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 기상 전문가들 설명이다. 게다가 배구 선수가 블로킹으로 공을 막고 버티는 것처럼 우리나라 동쪽에 기압계 흐름을 막고 버티는 '저지(blocking) 고기압'까지 발생해 뜨거운 공기가 흩어지지 않고 한반도를 거대한 사우나 속에 가두어 놓은 것이다. 그 결과 지난 19~22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 평균은 한여름 더위에 해당하는 31.4도까지 올라 평년 평균(23.6도)보다 7.8도 뜨거웠다. 올해 5월(1~22일) 최고기온 평균값도 25.4도로 평년값(최근 30년 평균값)보다 3.1도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온난화 가속… 빨라지는 여름

올해 5월에 나타난 한여름 더위는 여러 기상 요건이 한꺼번에 맞물려 나타난 이례적인 더위지만, 여름의 기준이 5월로 앞당겨지는 '온난화 가속' 현상은 더는 이례적 현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구온난화로 여름으로 들어서는 날짜도 차츰 빨라지고 있다. 여름이 시작되는 일자는 1980년대(1981~1990년대)엔 6월 1일이었다가 2010년대(2011~2015년)에는 5월 23일로 9일 앞당겨졌다.

케이웨더 이재정 예보팀장은 "전 지구적인 온난화로 중국 북부나 몽골에서 5월 하순부터 열풍이 좀 더 자주 부는 현상이 더 자주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른 더위가 정례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도시화 현상으로 인해 도심 지역 기온은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만만치 않을 올여름 더위

5월부터 이례적인 더위를 보인 올해는 초여름부터 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3개월 여름철 전망'을 통해 "6월과 8월 평균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고, 7월에는 예년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초여름인 6월에는 기온 변화가 크겠지만 평년(21.2도)보다 기온이 오르는 날이 많아 초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이 많고, 통상 장마 기간이 끝나고 본격 더위가 시작되는 7월에도 예년과 비슷하게 더울 것으로 예상됐다. 이어 8월에도 예년보다 비슷하거나 더운 날씨가 예상돼 올여름 더위와의 싸움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다만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은 올여름 1개 정도로 평년(2.2개)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됐다.

김현경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올여름 후반에는 동태평양·중태평양 일대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는 '라니냐' 현상이 예상된다"면서 "이럴 경우 태풍이 주로 중국 남동부 지역을 향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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