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풍나물죽과 나물무침

매거진 입력 2016. 5. 23. 21:11 수정 2016. 5. 23.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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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여주는
아삭하게 씹히는 맛과 독특한 향이 매력적인 방풍나물죽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수많은 인연을 맺게 됩니다. 때로는 예기치 않은 만남도 있지만 좋은 인연들이 모여 삶은 더욱 풍성하고 아름다워집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면 식물과 나누는 정도 사람 못지않은데, 방풍나물도 그런 식물 중에 하나입니다. 몇 년 전 여행길에서 처음 맛본 방풍나물은 입소문으로 전해 들었던 것과 사뭇 달랐습니다. 간장과 참기름으로 무친 나물은 감칠맛은 고사하고 한약 냄새가 훅 끼칠 만큼 거북하기만 했습니다. ‘몸에는 좋을지 몰라도 맛은 없구나’ 여겼고, 산골 밭에는 맛과 영양이 뛰어난 채소가 많으니 방풍나물쯤이야 없어도 그만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끝날 인연은 아니었나 봅니다. 이듬해 봄에 우연히 방풍 씨앗을 얻어서 밭을 만들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방풍(防風)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풍을 막아준다는 뜻입니다. 풍병과 골다공증 예방에 좋은 방풍은 혈액순환을 도와주며 면역력을 강화시키고 항염증, 항균작용을 합니다, 피부질환과 기관지염의 치료, 미세먼지나 황사로부터 몸을 보호해주는 효능도 있어서 봄철 건강식품으로 그만입니다. 방풍은 높이 1m남짓 자라는 세해살이 풀로, 봄에 씨앗을 뿌리거나 재래시장에서 모종을 구해 심을 수 있습니다. 싹은 더디 나지만 심어서 한 해만 지나면 제법 풍성하게 자랍니다. 월동한 뿌리에서 많은 잎이 나오며 밑 부분은 잎집에 싸여 도르르 말린 모양으로, 점점 자라면서 꽃처럼 활짝 펼쳐집니다. 세 해째 여름에는 흰색 꽃이 피는데, 이전까지는 잎을 여러 번 거둘 수 있습니다. 싱싱하게 잘 자란 방풍나물은 한 달 가까이 냉장고에 보관해도 여간해선 물러지지 않습니다.


손수 심고 거둔 방풍으로 죽도 끓이고 나물도 무쳐보니 지난 번 기억했던 방풍나물 맛과는 전혀 달라 놀랐습니다. 방풍나물죽의 풍미와 나물무침의 감칠맛은 단번에 입맛을 사로잡았습니다. 우리는 어떤 음식을 한두 번 먹어보고 맛이 없다고 판단할 때가 있지요. 조리법이나 양념이 적절하지 않았거나, 고유의 맛을 미처 알아채지 못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숨어 있는 맛 찾기는 요리하는 재미와 더불어 일상의 즐거움도 키울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방풍잎은 섬유질이 많고 잎자루가 통통해서 언뜻 보기엔 질길 것 같아도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좋고, 독특한 향이 매력적입니다. 향과 아삭한 식감에 한 번 반하면 부드럽고 향이 밋밋한 나물에는 손이 덜 갑니다. 포만감도 좋고 맛과 영양이 뛰어난 데다 소화가 잘되어 몸을 가뿐하게 해주는 식재료입니다.


방풍으로 만드는 음식은 죽, 나물, 생채, 전, 튀김, 장아찌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죽은 영양이 듬뿍 담기게 마련인데 특히 방풍나물죽은 생잎과 달리 향이 은근하고, 구수한 맛이 진하게 납니다. 몸에 닿는 좋은 느낌은 아마 누구라도 금세 알아볼 수 있을 듯합니다.


방풍나물죽


- 재료준비

현미멥쌀 1컵, 방풍나물 120g,

당근 60g, 바지락살 120g,

물(또는 방풍나물 데친 물) 5컵,

소금 1작은술, 참기름 1큰술


01. 방풍나물은 잎자루까지 거둬서 씻어 건지고, 현미는 한나절가량 물에 불린다.

02. 불린 현미는 물기를 빼고 분쇄기에 성글게 갈아준다.

03. 방풍나물은 1~2㎝ 길이로 썰고, 당근은 잘게 썬다.

04. 참기름을 두른 냄비를 달군 뒤 약불에서 쌀을 볶는다. 눌어붙지 않게 물을 약간씩 부어가면서 쌀이 어느 정도 익도록 볶는다. 남은 물을 붓고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불을 약간 줄이고 쌀이 푹 퍼지도록 끓인다.

05. 쌀이 푹 퍼지면 03과 바지락살을 넣고 눌어붙지 않게 주걱으로 저어가며 끓인다.

06. 채소가 부드럽게 익으면 소금으로 짜지 않게 간을 한다.


나물무침


- 재료준비

방풍나물 150g, 고추장 1큰술,

된장 3/4큰술, 대파,

반반 섞은 들기름과 참기름, 통깨


01. 방풍나물은 씻어서 건진다.

02. 냄비에 방풍나물이 푹 잠기게 물을 붓고 뚜껑을 닫지 않고 처음부터 같이 끓인다.

03. 팔팔 끓기 시작하면 좀 더 익힌 후 건져서 찬물에 헹구고, 데친 물은 식혀서 죽을 끓일 때 넣는다.

04. 나물은 물기를 짜고 4㎝ 길이로 썬다.

05. 훌훌 헤쳐서 볼에 담은 뒤 송송 썬 대파와 양념을 넣어 조물조물 무친다. 


직접 심고 거둔 방풍나물에 고추장과 된장을 넣어 무치면, 그 감칠맛이 남다르다. 사진 오른쪽은 방풍 모습


방풍나물죽을 맛있게 끓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현미를 물에 불린 후, 성글게 갈아서 참기름에 볶다가 끓입니다. 현미를 직접 끓이는 것이 한결 구수하고, 성글게 갈면 끓이기도 쉽고 식감도 좋습니다. 쌀이 푹 퍼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들지요. 물을 절반가량만 붓고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불을 끄고 뚜껑을 닫아서 5~10분가량 두면 자연스럽게 퍼집니다. 이렇게 해서 쌀이 푹 퍼졌을 때, 남은 물을 붓고 끓이면 쉽게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바지락살 외에 다른 종류의 조갯살이나 소고기로 대신해도 되고, 채소만으로도 구수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나물무침은 양념에 따라 감칠맛도 좀 다른 듯합니다. 집간장·참기름 무침은 방풍나물 고유의 향이 진해서 맛깔스럽고, 된장과 고추장을 섞어 무치면 적당한 단맛이 감돌면서 한결 부드러워집니다. 제각각 맛깔스러운 나물무침은 김밥, 주먹밥, 비빔밥에 활용하거나 샐러드처럼 떡이나 빵에 곁들여도 잘 어울립니다.

대개 나물은 팔팔 끓는 물에 데치는데, 방풍나물은 약성이 강하고 섬유질이 단단해서 찬물에 넣어 삶아도 됩니다. 지나치게 삶지만 않으면 데친 것과 다름없이 아삭하고, 서서히 익히면 약성도 잘 우러납니다. 이렇게 삶은 물을 식힌 후 죽을 끓이면 방풍나물의 좋은 성분을 알뜰하게 섭취할 수 있습니다.

방풍나물은 쌈을 싸거나 약간 칼칼하게 무치는 생채도 별미입니다. 집간장으로 만든 맛간장, 고춧가루, 참기름으로 훌훌 버무린 방풍생채는 입안 가득 퍼지는 향과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라 밥도둑 반열에 오를 만합니다. 나물전은 묽은 밀가루 반죽에 잘게 썬 나물을 넉넉히 넣고 얇게 지져야 맛있고, 밀가루에 현미멥쌀가루를 섞으면 더 바삭하고 고소합니다. 또는 도톰하게 부친 방풍달걀전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도 깔끔하지요.

방풍나물로 만드는 음식은 온 가족 건강식으로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제철일 때 입맛에 맞게 준비해보세요.


자운(紫雲)

글을 쓴 자운(紫雲)은 강원도 횡성으로 귀농하여 무농약·무비료 농법으로 텃밭을 일구며 산다. 그녀 자신이 현대병으로 악화된 건강을 돌보고자 자연에 중심을 둔 태평농법 고방연구원을 찾아가 자급자족의 삶을 시작했던 것. 건강이 회복되면서 직접 가꾼 채소로 자연식 요리를 하는 그녀의 레시피는 블로그 상에서 인기만점이다. 최근 『산골농부의 자연밥상』이란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http://blog.naver.com/jaun000


구성_이세정   |   사진_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6년 5월호 / Vol.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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