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하루 200t.. 백화점·대형마트 식품쓰레기 산더미

2016. 5. 2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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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점 2시간전에도 진열장 채워..못 팔면 버리지만 '울며 겨자먹기'

지난 19일 오후 7시 서울의 A 백화점 지하 1층 베이커리 매장. 폐점 시간을 1시간 앞두고 매장 측이 재고 소진 세일(30)에 들어가자 한산하던 매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할인을 노린 ‘알뜰족’들이 하나둘씩 매장을 찾으면서 계산대 앞에는 빵을 든 고객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폐점 30여 분을 남기고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재고는 진열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 베이커리 매장에서 이날 버려진 빵은 40㎏으로 추정됐다. 20㎏짜리 밀가루 2포대에 달한다. 밀가루 1㎏으로 소보로빵 40개를 만든다고 가정하면 1600개의 빵이 버려지는 셈이다.

23일 서울시내 한 백화점의 베이커리 매장에 빵들이 진열돼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식품 가운데 상당수는 고스란히 폐기처리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이제원 기자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심각한 수준이다. 한 백화점 직원은 “개당 3000∼4000원 하는 고급 빵들이 쓰레기통으로 버려지는 것을 보면 너무 아깝다”고 아쉬워했다.

백화점 협력사들의 불만도 크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판매하고 남은 빵과 케이크가 쓰레기통으로 버려지는 것을 알면서도 백화점의 품격 등을 위해 진열장을 가득 채워 놓아야 한다”며 “엄청난 낭비가 아닐 수 없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23일 서울시내 한 백화점의 한 매장에 판매하기 내놓은 셀러드류가 진열되어있다.
이제원 기자
주말인 21일 밤 10시 30분 수원의 B 대형마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84년 만에 찾아온 때아닌 5월 폭염에 야간 쇼핑객이 줄면서 초밥, 김밥, 생선회 등 즉석 및 신선 식품들의 재고가 남아돌았다. 매장 직원들은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마감세일을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보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밤 9시가 넘으면 최대 50% 이상 할인 판매한다”며 “그래도 팔다 남는 것은 모두 폐기 처분한다”고 말했다.

식품 안전을 고려해 당일 판매를 하고 남은 재고는 모두 폐기 처분하기 때문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한 점포에서 하루에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는 약 2.5t(2500㎏)이다”며 “국내 백화점이 90여 개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 평균 200t 이상의 음식물쓰레기가 발생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체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수요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백화점은 인구 120만∼150만명, 대형마트는 인구 10만∼15만명을 상권으로 보고 출점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전국 마트별로 하루 품목별 소비량을 정확히 맞추기는 힘들다”며 “그래서 수량이 부족할 때가 있고, 남아돌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백화점은 품격 유지를 위해 폐점 2∼3시간 전까지는 매장 진열대를 볼륨감 있게 구성, 기존 가격 정책을 고수한다. 음식물이 남아도는 결정적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남는 식품 등을 푸드뱅크 등을 통해 사회에 기부하는 방식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유통 입점업체들은 만일의 식품 사고로 ‘골치 아픈 일’이 생길 가능성을 우려해 ‘폐기 처분’하는 게 속편하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 유통업체의 남는 음식을 사회에 기탁해야 하는 강제 법안은 없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버려지는 음식물이 하루 평균 1만1397t에 달한다.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연간 115조원에 달하고, 음식물쓰레기 처리 비용만으로 연간 20조여원의 국가예산이 들어간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정지혜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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