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이재용 부회장이 바꾼 삼성의 6가지

박종진 기자 2016. 5. 23.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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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최대 행사 '호암상 호텔신라 만찬' 26년만에 폐지..의전·관행→내실·합리 위주로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삼성 최대 행사 '호암상 호텔신라 만찬' 26년만에 폐지…의전·관행→내실·합리 위주로]

삼성이 대표적 연례행사인 호암상 행사에서 26년 만에 수상자 만찬을 없앤다. 호텔신라에 저명인사들을 초청해 성대하게 열던 만찬을 폐지하고 수상자와 삼성 임직원 중심의 차분한 내부행사로 바꾼다.

대외적인 화려함보다는 내실과 행사의 본래 의미에 집중하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담겼다.

'이재용 체제' 2년을 맞아 국내 대표기업 삼성 곳곳에서는 의전과 외형, 관행보다는 합리와 실용, 투명성을 중시하는 변화들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일면 소소해 보여도 '총수' 이재용 부회장이 아니면 바꿀 수 없는 변화들이다.

◇'시끌벅적' 성대한 만찬→차분한 내부 행사, 호암상 본래 의미에 집중

22일 삼성에 따르면 6월1일 오후 3시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리는 호암상 행사 시상식은 예년과 그대로지만 당일 저녁 장충동 호텔신라 수상자 만찬은 열리지 않는다. 1990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호암상을 제정한 이후 처음이다.

대신 삼성은 저녁 7시 경기도 용인 서천동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음악회를 연다. 수상자와 가족, 심사위원, 삼성 직원들 위주로 참석하는 내부 행사 성격이다.

삼성 관계자는 "더 많은 삼성 직원들이 함께해 수상자를 축하하고 상의 의미를 나누자는 취지로 호텔신라 만찬을 열지 않고 인재개발원 내 행사로 대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호암상은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 회장의 인재 제일주의를 이어받기 위해 이건희 회장이 1990년 제정했다. 과학과 공학, 의학, 예술, 사회봉사 부문 수상자를 뽑아 업적을 기리는 호암상 시상식과 만찬은 매년 삼성의 최대 행사로 치러졌다.

특히 호텔신라 만찬에는 수상자는 물론 학계, 문화계, 정·재계, 언론계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초청하고 삼성 오너 일가와 주요 CEO(최고경영자) 등 그룹 수뇌부들이 대거 참석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뜻이 아니면 호암상 행사 운영을 바꿀 수 없다"며 "이 부회장이 매번 취재진만 100명 이상 몰려 북새통을 이루는 시끌벅적한 대외 만찬보다 수상자와 임직원 중심의 내부 행사가 상을 기념하는 데 더 적합하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

◇출근 순간부터 업무스타일, 잘못 시인까지…남다른 'JY(이재용 부회장의 약칭)식 변화'

이 부회장이 몰고 온 유사한 변화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고위 임원들이 사옥 보안 게이트를 드나들 때 일반직원과 똑같이 사원증을 찍고 다니는 풍경도 오래전부터 이 부회장이 모범을 보였기 때문이다.

원래 고위 임원들은 직급에 따라 보안요원들이 문을 미리 열어주는 등 예우를 받았지만 이 부회장(부회장이 되기 전부터)이 직접 사원증을 찍고 다니자 자연스레 이 같은 의전은 사라졌다.

아버지 대신 그룹을 이끌기 시작하면서 변화는 더욱 가시화됐다. 지난해에는 그룹이 보유한 전용기를 모두 팔았다. 굳이 비용이 많이 드는 전용기를 운용할 필요를 못 느낀 탓이다. 평소 이 부회장은 수행 없이 혼자 다니는 데다 해외출장도 나홀로 여행용 가방을 끌고 다니는 경우가 흔하다.

지난해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이 부회장의 '대국민사과'도 우리나라 대기업 오너들이 그동안 보여줬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회피하지 않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 '체면보다 책임'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삼성 안팎에 각인시켰다.

◇현장 중심 사옥 재배치, 이사회 의장 개방…이재용 색깔 '선명'

서울 세종대로 삼성생명 사옥을 팔고 삼성전자 본사기능을 수원으로 이전하는 등 과감한 계열사 본사 재배치 작업도 '이재용 발(發)' 변화다. 부동산에 연연하지 않고 상징성보다는 현장을 중시하는 경영 스타일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올해부터 모든 계열사 이사회 의장직을 외부인사(사외이사)에게 개방한 조치도 이 부회장의 지향을 잘 보여줬다는 평가다. 한국적 관행보다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추구하고, 당장의 효율을 최우선으로 하기보다 투명성과 균형의 가치를 좇는 방향이다.

재계 관계자는 "인수합병이나 그룹 지배구조 개편 같은 거대한 변화와는 별도로 오너가 아니면 결코 바꿀 수 없는 관행 하나하나를 이 부회장이 자기 색깔대로 탈바꿈시키고 있다"며 "자율과 창의, 소통과 개방이 중요해지는 미래 융·복합 산업 환경에 어울리는 실제 삼성의 체질 개선으로도 이어질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박종진 기자 fre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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