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에 취해, 재즈에 젖어 이 전율 꼭 느껴보세요

2016. 5. 2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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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뮤직페스티벌 권하는 5인

지난해 열렸던 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벌.

1999년 한국 최초의 록페스티벌인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은 폭우에 따른 안전 문제로 소방당국에 의해 ‘철수’당했다. 당시 폭우가 쏟아지던 현장에 있었던 계명국 자라섬재즈페스티벌 국장은 참석자들 신발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신발이란 신발은 모두 진흙밭에 빠져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일정 취소로 끝나버린 그 페스티벌 현장에 있던 이들은 드림시어터와 크래쉬의 열정적인 무대 또한 기억한다. 이후 한국의 뮤직페스티벌은 이디엠(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힙합, 포크, 록으로 장르별 다양화를 이뤘고, 마니아만이 아니라 가족과 연인을 겨냥하며 세분화와 확산의 길을 걸었다.

5월 사상 최고의 뜨거운 날씨를 기록한 가운데, 음악 페스티벌의 계절이 훅 다가왔다. 5월28~29일 서울재즈페스티벌을 시작으로 10월까지 전국 곳곳에서 수십개의 음악 축제가 팬들의 함성을 기다리고 있다. 축제의 철을 맞아 한번 발이 빠지면 신발 다 벗고 찾아다니게 되는 페스티벌의 즐거움을 알리려 뮤직 페스티벌과 인연 깊은 이들이 모여 ‘페스티벌 부흥회’를 열었다. 어쩌다 페스티벌 마니아의 길을 걷게 됐는지, 얽힌 ‘추억’들과 올해 축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를 콕 짚어본다. 한자리에서 나눈 방담을 개인별로 요약해 전한다.

정리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서정민갑/음악평론가

서정민갑 음악평론가. 2005 광명음악밸리축제가 끝난 직후 메인 무대 앞에서 당시 스태프와 함께.

“2005년 광명음악밸리축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개막 두 시간 전 의자 1천개를 깔았다. 개막식에는 시장님도 오신다 했다. 그런데 비가 왔다. 스태프들이 부랴부랴 의자를 다 닦았다. 30분 전에 또 비가 쏟아졌다. 또 닦아야 했는데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당시 텔레비전에만 나오는 인기가수가 아닌, 우리가 생각하기에 최고라고 생각하는 가수들의 무대를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설레고 기뻤다. 그 축제 얼마 전 상주콘서트에서 사고가 났었기 때문에, 전투경찰이 무대를 에워싸고 디귿(ㄷ)자 형태로 섰다. 그런데 무대에서 이병우씨가 일렉트릭 기타로 애국가를 연주하는 걸 듣고는 한 전투경찰이 그러더라. “멋있다.” 보통 사람들도 멋지다고 느끼는 공연이었다는 게 뿌듯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페스티벌이 다양해지고 규모가 커졌다. 세상이 암담하다가도 기꺼이 즐거움과 기쁨을 위해서 순수해질 수 있다는 게, 그렇게 절망적이기만 한 상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 욕망에 솔직하고 좋은 삶, 즐거운 삶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사회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근거가 아닌가.”

■ 최강 라인업은 여기

“올해에는 펜타포트 페스티벌의 라인업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서울재즈페스티벌은 여러 단골손님을 포함하고 있지만 최강의 라인업이다. 처음 오는 고고펭귄 무대가 궁금하다. 2014년 머큐리상을 수상한 팀이다. 12회 이상 그래미 어워드에 노미네이트된 커트 엘링의 무대도 기대된다.”

계명국/자라섬재즈페스티벌 기획자

계명국. 페스티벌 기간에는 차가 너무 막혀 스쿠터를 이용한다. 2014년 무대에서 필요하다고 무전이 온 마대자루, 쇼핑백 등을 싣고 달려가고 있다.

“가수 이상은씨를 좋아했다. 이상은씨를 따라다니다 보니 매년 쌈지사운드페스티벌(쌈싸페)에도 가고 작은 소극장 공연도 갔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여자친구가 근무하던 한 식품회사에서 ‘쌈싸페’에 어묵을 나눠줬다. 여자친구를 따라가 그 일을 했다. 당시에는 티켓값 1천원에 귤이랑 포도 음료, 아이스크림, 치킨도 나눠줬다.

나는 애초 축제는 ‘일탈’이라고 생각했다. 기획자로 일하다 보니 1년에 12번도 넘게 축제를 보러 해외 출장을 간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감동받은 축제는 지역민들의 일상에 가까운 축제더라. 일탈이 아니라. 주민들이 집을 꾸미고 동네에서 작은 공연을 벌이는 그런 것. 지금은 일상처럼 와서 일상처럼 있다가 가는 축제가 꿈이다.

그런 면에서 재즈와 가평시에 빚이 있다. 우리나라에 재즈 음악 기반 자체가 약한데, 재즈 페스티벌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생각만으로도 눈물겨운 재즈 음악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찾고 있다.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서 프랑스 ‘재즈 수 레 포미에’ 축제에 5개의 한국 재즈 연주팀을 보내고 우리 무대에도 6개의 프랑스팀이 서는 교류를 한다. 페스티벌에 ‘키즈 재즈’ 시간을 만들고, ‘뽕즈’라는 시니어 프로그램도 만들려고 한다. 지역에서 난 농산물로 페스티벌 상품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포도주, 막걸리를 만들고 커피숍에 페스티벌 음료 받침대를 나눠준다. 재즈와 가평에서 지지를 받다 보면 일상이 페스티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록에 취해, 재즈에 젖어 이 전율 꼭 느껴보세요

■ 즐겨라, 빗속의 축제

“자라섬은 1, 2, 3, 4회가 내리 비가 왔다. 한 번은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에 갔는데, 빌리 조엘이 나오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 저거 비닐로 싸야 되는데 스태프들 어딨어 하는데, 관객들이 벌써 옷을 벗고 있었다. 안에 수영복을 입고 왔더라. 우리나라라면 공연장은 질척거리고 우비도 안 주고 컴플레인 장난 아니었을 거다. 올해에는 성숙한 페스티벌 고어들을 보고 싶다.”

박현숙/공연 인프라 서비스 꽃가마 대표

박현숙 공연 인프라 서비스 꽃가마 대표. 2014년 슈퍼소닉 페스티벌 막간에.

“항상 주변에 음악을 헤비하게 즐기는 분들이 많았다. 20대 중반 사표를 내고 35일간 지구를 한 바퀴 돌면서 첫 번째로 에든버러페스티벌을 찾아갔다.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나 같은 이를 위한 사업 아이템을 구상했다. 초심자 혹은 문외한이 페스티벌을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사업. 음악 즐기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망할 것 같다면서 지산밸리록페에 가보고 뭔가 느껴보라고 제안했다. 그렇게 처음 뮤직페스티벌이라는 걸 알게 됐다.”

■ 노을에 취해, 음악에 취해

“페스티벌은 ‘도둑질’ 같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밤새는 줄 모른다고 하지 않나. 페스티벌 동안 일을 하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즐기는 처지는 안 되지만 가끔 공연을 보러 들어간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에서 나윤선씨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던 순간은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노을이 쫙 깔리고 있었는데 엄청난 공기 속에 들어간 느낌이었다. 뮤지컬은 세팅된 공간에서 계산된 음악을 듣게 되는 반면에, 야외 페스티벌에서 바람을 맞으며 듣는 건 특별한 감동이었다. 한 번 맛을 보면 잊지 못하는 강렬한 중독성이 있다. 가보지 않으신 분들은 ‘도둑질’ 입문하시길. 이번 ‘꽃가마’의 일본 서머소닉(도쿄) 상품이 많이 갈수록 적자가 커지게 ‘잘못’ 설계된 상품인 것을 귀띔드린다.”

하박국/영기획 대표·국내 유일의 전자음악 페어 ‘암페어’ 개최

하박국. 2013년 글로벌개더링에서 무대를 보면서 찍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여러 축제를 다녔다. 서울대에서 얼트바이러스 주최로 했던 ‘소란’은 지금으로서는 열릴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페스티벌이었다. 가리온과 성기완 등의 장르를 망라한 공연이 이어지고 한쪽에서는 일렉트릭 음악을 다룬 책 <입 닥치고 춤이나 춰>에 나오는 노래들을 테이프로 판매했다. 2002년에는 형·누나들을 따라서 일본 후지록페스티벌을 갔다. 당시 소닉유스 등 쟁쟁한 팀이 많이 와서 원정을 간 것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한쪽 무대에서 하루 종일 레게 공연만 하던 게 인상적이었다. 같이 간 형은 원래는 실험적인 록을 좋아했는데 다녀와서는 ‘레게’로 인생이 바뀌었다.”

■ 전자음에 맞춰 댄스 삼매경에

“한국의 이디엠 페스티벌은 젊은 도시인들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페스티벌이다. 젊은 친구들은 지하철 끊기기 전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페스티벌을 찾게 된다. 올해는 하이네켄 프레젠트 스타디움(5tardium)에 오는 위웩(Wiwek)의 무대가 기대된다. 한국 페스티벌에서 잘 들을 수 없는 하드하고 복잡한 리듬의 댄스 뮤직을 들려준다. 음악에 집중하는 작은 페스티벌도 중요하다. 테이크아웃드로잉의 ‘51+페스티벌’과 함께 영기획에서 하는 ‘암페어’를 조심스럽게 홍보해본다.”

최고은/가수·영국 글래스턴베리 2회 초청

최고은 가수·영국 글래스턴베리 2회 초청. 지난해 영국 글래스톤베리 무대를 함께한 왼쪽부터 황현우, 진성은, 박상흠, 나, 목정원, 김보리.

“펜타포트 페스티벌 무대에 처음 섰다. 유명하지 않은 뮤지션이니 낮에 오프닝으로 시작했다. 내가 예상했던 무대는 관객들이 꽉 차 있고 노래를 따라 부르고 눈물도 흘리는 거였는데, 막상 올라간 무대는 아래를 보니 사람보다 땅이 훨씬 넓었다. 그런데도 그 무대가 너무 떨렸다. 처음에는 뮤지션이라는 정체성보다는 관객 입장이었다. 그러다가 아무래도 출연진 처지다 보니, 무대의 뮤지션 상태에 신경이 가게 되더라. 낮에 공연을 하는데 따뜻한 무언가를 마시면 쟤 지금 목 푸는구나, 숙취 때문에 그러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 아기도, 할아버지도 함께

“실제로 보면 잘 못하는 공연도 많다. 그럴 때는 ‘못하네’라고 판단하기보다는 관객의 입장에서 에너지를 전달해주고 싶다. 처음에는 목이 잘 안 풀려 있더라도, 그리고 세팅이 잘 안 맞춰져 있더라도 꾸준히 한 시간을 한 결과 잘하게 되는 공연이 인상적이더라. 2010년 지산록페스티벌에서 본 코린 베일리 래의 공연이 그랬다. 첫 연주를 끝내고 그 상황에서 흐름을 만들어내더라. 이번 서울재즈페스티벌에도 오는데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된다. 외국 페스티벌에는 갓난아기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온다. 일상에 음악이 깃든 모습, 페스티벌에 나이 든 사람들이 오는 걸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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