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슈> 감천문화마을 성공의 그늘..주민 사생활 침해

2016. 5. 1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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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주민 체감 복지 높여야 반발 없어"

전문가 "주민 체감 복지 높여야 반발 없어"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온 종일 웅성거려요. 시끄러워 여름에는 창문도 못 연다니까. 낮잠도 못 자는 늙은이 팔자야."

계단식 집과 벽화로 유명한 부산 감천문화마을의 주민인 A(74)씨는 볼멘소리를 했다.

A씨는 감천문화마을이 성공적인 도시재생형 모델로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지만, 주민들의 생활에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말해다.

◇ 산토리니 마을…매년 관광객 100만 명 발길

감천문화마을은 '부산의 산토리니'라고 불린다.

6·25 때 피란민의 정착촌으로 생겨난 마을이다.

피란민들이 몰리며 산아래 자리한 집들 뒤로 산등성이를 따라 하나 둘 집이 생기더니 어느 순간 산 허리까지 집이 촘촘하게 들어섰다.

집을 조망을 고려해 뒷집이 앞집 지붕보다 높은 곳에 지어지면서 계단식의 독특한 마을 풍경이 탄생했다.

이 모습이 그리스 산토리니와 닮았다고 해서 '부산의 산토리니'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이 마을에 예술이 스며든 건 2009년이다.

미술프로젝트가 시작되며 골목 곳곳에 벽화가 그려지고 조형물이 생겼다.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2011년 2만5천 명이던 관광객이 지난해는 138만 명에 달했다.

커피,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생기며 10개도 안 되던 점포가 40개로 늘었다.

주민들도 9개의 마을기업을 설립하고 관광객들로부터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은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도시재생 모델'의 성공작이라는 호평도 쏟아졌다.

재개발 재건축에서 벗어나 도시의 옛 모습을 그대로 두면서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도시재생'은 당시 큰 이슈였다. 비슷한 시기 경남 통영에서는 동피랑 마을이, 서울에는 이화마을 등이 생겨났다.

◇ 집안으로 고개 불쑥, 소음·교통체증 시달려

A씨 집은 이 마을 안 여러 사진 촬영 명소 중에서도 인기가 많은 대형 물고기 조형물 부근에 있다.

이곳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로 늘 장사진을 이룬다.

A씨는 "몇 년 전에는 소음이 심하고, 창문을 열어놓으면 관광객이 고개를 불쑥 안으로 집어넣어 내부를 들여다보는 통에 구청에 민원을 넣었더니 방범 이중창을 달아줬다"면서 "요즘은 문을 닫아놓으면 덜하지만 사생활 침해는 여전한 편"이라고 말했다.

A씨는 이런 불만이 있어도 공공연하게 털어놓기 어렵다고 말한다

A씨는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면서 그 덕을 보는 주민들도 많다 보니 괜히 문제를 제기했다가는 언쟁이 벌어지기 일쑤"라면서 "처음에는 관광객들이 다른 주민들과 몇 번이나 싸웠지만 지금은 싸우기도 귀찮고 인내심만 늘었다"고 전했다.

마을 내 또 다른 사진촬영 명소인 어린 왕자 동상을 조금 지나 골목길로 접어들면 발아래 있는 집 지붕의 슬레이트에 금이 가 있거나, 슬레이트가 듬성듬성 빠진 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집 지붕 위로 올라가면서 생긴 현상이다.

집주인 B(66·여)씨는 "슬레이트가 깨진다고 집 지붕을 밟지 말라고 울타리를 쳐도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지붕 위에 올라간 관광객에게 주의를 줬더니 '금방 끝내겠다'며 태연히 사진을 다 찍고 내려오는 일도 있어 울화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관광객이 몰리며 생긴 극심한 교통체증과 주차공간 부족은 주민들이 겪는 또 다른 고통이다.

이 마을에 사는 직장인 C(39)씨는 "주말에 차를 몰고 나갈 때면 5분이면 빠져나갈 거리를 30분씩 갇혀 있을 때도 있다"면서 "주민들 주차공간에 관광객들이 차를 대기도 해 골치"라고 말했다.

◇ "주민들 체감복지 높여주는 게 해법"

전문가들은 도시재생사업으로 인해 생활의 불편함을 겪게 된 주민들이 변화된 마을 덕분에 체감할 수 있는 복지가 많아진다면 불만이 줄어들고 상생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감천문화마을의 경우 재생사업 초창기 쏟아졌던 많은 불만 사례가 지금은 많이 줄어든 상태다.

감천문화마을 주민협의회에서 운영하는 9개 마을기업에서 벌어들이는 수익금 중 일부가 피해를 보는 주민들의 집수리 비용에 쓰이면서 부터다.

마을기업의 수익금은 매년 늘어 2013년부터는 5천만원 정도가 피해주민 집 방범창 달기, 울타리 조성, 도배, 장판교체 등에 쓰인다. 또 지역 경로당 비품구매와 고등학생 자녀 진학 축하금 전달, 노인 이불빨래 봉사에도 사용된다.

정승교 사하구 창조도시계장은 "재생사업 초기에는 관광객의 쓰레기 무단투기로 주민불만이 높았는데 구와 주민협의체에서 환경미화원을 대거 동원하면서 오히려 재생사업 전보다 거리가 더 깨끗해져 주민들이 좋은 평가를 하고 있다"면서 "주민들 교통불편에 대해서도 마을 노인을 위한 전용버스 구매를 추진하는 등 발생하는 민원에 대해 하나씩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는 최근 주민들과 논의해 감천문화마을 관람을 유료화하는 방안도 검토한 적이 있다. 안동 하회마을이나 경주 양동마을처럼 관람객에게 입장료를 받아 마을 유지 보수에 쓰자는 것이다.

하지만 유료화와 관련해서는 막대한 예산으로 재생한 마을을 구경하는데 다시 돈을 내야 하느냐는 시민들의 의견도 많아 아직 가시적인 진행 상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는 또 관광객을 선착순이나 예약제로 받아 관광객 총인원을 줄이는 방법으로 주민불편을 줄여보자는 아이디어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계획가로 활동하는 오광석 한국해양대학교 교수는 "도시재생사업의 성장통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 "성숙한 관광문화가 정착되고, 관광형 도시재생 사업으로 주민이 수익을 내고 이 수익이 마을과 주민을 위해 다시 쓰이는 선순환의 고리가 완성되면 주민들의 불만도 대부분 해소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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