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5공 인사 "5·18, 북한군 침투 보고 없었다"

배동민 2016. 5. 1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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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용 당시 특전사령관 등 증언…5·18왜곡 제동
"발포 명령은 내리지 않았다" 5월 단체 등 반발

【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1980년 5월 보안사령관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과 당시 군에서 주요 보직을 맡고 있던 5공 인사들이 5·18민주화운동 당시 북한특수군이 광주에 침투했다는 보고를 받은 적 없다고 증언했다.

5·18의 '북한군 배후설'을 끊임없이 주장하는 지만원(74)씨와 보수단체들의 5·18 역사 왜곡과 폄훼에 제동이 걸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 전 대통령 등은 5·18 당시 "발포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혀 5월 단체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17일 김충립 한반도프로세스포럼 대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자신이 내란·반란죄 등으로 수감됐을 때 사면을 요청하는 탄원 운동을 한 천태종 운덕 대종사와 정호용 전 의원, 고명승 전 3군사령관 등과 함께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전 전 대통령은 5·18 때 북한군이 광주에 침투했다는 정보보고를 받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그는 보안사령관으로서 북한군 동향 등에 대한 정보·수사 책임자였다.

김 대표는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북한 특수군 600명이 내려왔다는 지만원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전 전 대통령은 '오늘 처음 듣는 얘기'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 특전사 보안 대장이었던 김 대표도 "보안대장을 하고 있었는데 북한군이 내려왔으면 내가 몰랐을 리 없다"며 "지씨 등의 주장은 북한의 거짓말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연희동 자택 회동에 함께 했던 정호용 당시 특전사령관도 이날 뉴시스에 "남파돼 있던 북한 간첩들이 광주에 들어갔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면서 "그러나 북한 특수군 600명이 광주에 침투했다는 보고나 말은 들은 적 없다"고 말했다.

연희동 자택에 참석했던 또 다른 인사도 "북한 특수군 600명 얘기를 우리가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1980년 5월 북한군 동향에 대한 정보 책임자와 당시 군 주요 요직자들이 일제히 "광주에 북한 특수군이 침투했다는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만원씨 등 일부 보수단체가 주장하는 '북한 배후설'을 사실상 부인한 셈이다. 일부는 지씨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씨는 지난해 5월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광수들이 1980년 5월 광주에서 폭동을 일으킨 공로로 북한에서 요직을 차지했다', '5·18은 북한군이 배후에서 조종한 폭동'이라는 내용의 황당한 주장을 펴왔다. 시민군 상황실장 박남선씨를 주체사상 이론가이자 노동당 비서인 황장엽으로, 여성 고소인 1명은 인민군 원수를 지닌 리을설로 지목하기도 했다.

최근까지 등록된 게시물에서 지씨가 '광수'로 지칭한 5·18 시민군은 440명에 이른다

지씨는 '광수'로 지목된 시민군 등에 의해 3차례 고소를 당했으며,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지씨의 주장을 허위 사실로 판단하고 지씨를 사자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씨에 대한 첫 공판은 오는 19일 열린다.

전 전 대통령 등의 발언이 지씨의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 전 대통령은 "5·18 당시 발포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오월 단체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

김 대표는 "5·18 당시 발포 지시를 본인이 하지 않았지만 전직 대통령으로서 총체적인 책임이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당시 사실상 최고 권력자였고 3개월 뒤 대통령이 된 전두환이 발포 명령을 하지 않았다면, 당시 누가 발포 명령을 내린 것인지 밝혀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진실 규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양심 고백이다. 이후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만 역사적 대죄를 조금은 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그러면 그 때 그 많은 군인들이 알아서 총을 쐈다는 것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5·18 영령들을 정면으로 모독하는 발언"이라고 직격했다.

gugg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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