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 세상] "자리 맡아뒀다?..그냥 새치기입니다"

박은수 기자 2016. 5. 1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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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식당 등 우리 사회 만연한 새치기..질서위반도 '경범죄 10만원'

[머니투데이 박은수 기자] [편집자주] 일상 속에서 찾아내는 정보와 감동을 재밌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좁게는 나의 이야기로부터 가족, 이웃의 이야기까지 함께 웃고 울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지하철·식당 등 우리 사회 만연한 새치기…질서위반도 '경범죄 10만원']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1. A씨는 큰딸의 유치원 학예회에 참석하기 위해 공연시작 1시간 전에 도착했습니다. 줄서서 대기하다 공연장 문이 열리자마자 1순위로 입장했습니다. 그런데 맨 앞줄 좋은 자리엔 벌써 '자리 있음'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습니다. 무시하고 앉으니 잠시 후 다른 학부모가 나타나 비켜달라고 합니다.

"먼저 입장한 사람 순서대로 앉는것 아니냐"고 물으니 상대방 학부모는 애들 무대 리허설 전에 미리 들어와 찜하고 나갔다가 지금 다시 들어온 거라며 자기 자리라고 주장했습니다. A씨는 1시간이나 일찍 온 보람이 없어 허탈해졌습니다.

#2. 지하철을 탄 직장인 B씨는 빈자리가 없어 서서 가던 중 앞자리 승객이 일어나 앉을 준비를 했습니다. 한발을 내딛는 순간 옆자리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가 손으로 자리를 맡더니 멀리 떨어져 있던 동행자를 큰소리로 부릅니다. B씨는 "자리가 난 곳에 서 있었던 건 난데 난데없이 자리를 뺏겼다"며 "아무리 연장자지만 기본질서는 지켜야 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공연장 맨앞줄 좋은 자리에는 문열기도 전에 벌써 '자리있음'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사진=인터넷커뮤니티 캡처

'앞에 아는 사람이 있다', '자리 맡아뒀다'며 중간에 슬쩍 끼어드는 일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예약이나 좌석번호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아직 오지도 않은 사람의 자리를 맡아놨다는 것이 이상합니다. 대학생 황모씨(20)는 "강의실에 들어가보면 볼펜, 종이 한장으로 자리를 맡아놓는 경우도 많다"며 "친구 없으면 강의도 못듣겠다"고 말합니다.

선착순으로 인원수를 제한하는 경우 한 사람의 자리 맡아두기 만으로도 피해를 보는 사람이 생깁니다. 10번째로 도착했는데 앞사람들이 한명씩만 자리를 맡아둬도 20번으로 밀려납니다.

'자리 맡아두기'가 사회적으로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도서관 얌체족'일 겁니다. 책, 가방 등을 쌓아놓고 몇 시간씩 자리를 비우는가 하면 며칠 동안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얌체족을 막기 위해 좌석 예약제, 4시간 제한제와 더불어 관리자가 시간마다 돌아다니며 빈자리를 체크하는 등 다양한 대책이 생겼습니다.

우리나라 법률에 따르면 새치기도 경범죄에 해당됩니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36호에 의하면 공공장소에서 승차·승선, 입장·매표 등을 위한 행렬에 끼어들거나 떠밀거나 하여 그 행렬의 질서를 어지럽힌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광화문에는 점심시간마다 근처 직장인들로 줄이 길게 늘어서는 만두집이 있습니다. 이 식당은 약속한 인원이 모두 도착해야 자리에 앉을 수 있습니다. 1명이라도 늦으면 뒷사람이 먼저 들어가는 경우도 생깁니다. 처음엔 다른 식당에서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 당황스럽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그대로 두면 그 주변으로 범죄가 확산된다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처럼 '나 하나쯤이야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우리 사회의 무질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관행적으로 하는 '자리 맡아두기'가 혹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박은수 기자 utopia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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