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 벤치클리어링, 분위기 반전 계기 될까

이상필 2016. 5. 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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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미네소타 트윈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경기 도중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했다. / 사진=Gettyimages 제공
로빈 벤추라 감독 / 사진=Gettyimages 제공


[스포츠투데이 김윤겸 칼럼] 야구는 단체종목이다 보니 개개인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팀 분위기에 성적이 좌우되는 경향이 크다. 성적이 좋은 팀들의 필수 요소에는 언제나 선수들 간 좋은 케미스트리(chemistry)가 존재한다.

선수들 간의 단결력은 다양한 요인에서 비롯되곤 한다. 올 시즌 메이저리거의 좋은 성적을 거두는 팀들을 봐도 그 양상은 다양하다. 시카고 컵스의 경우 조 매든이라는 명장 아래 선수들이 융화하며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의 승률을 얻고 있다. 비록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 2위로 떨어지긴 했지만 한동안 1위를 차지했던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애덤 존스라는 걸출한 '캡틴'이 존재한다.

특정 사건이나 에피소드를 통해 팀이 단결하는 경우도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는 애덤 라로시의 아들이 라커룸을 출입하는 문제를 놓고 선수단과 프런트가 마찰을 빚기도 했다. 결국 라로시의 은퇴를 야기한 이 사건은 선수들의 결집력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했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화이트삭스의 호조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특정 사건을 통해 선수들이 똘똘 뭉치는 계기를 만드는 요소 중 하나는 벤치 클리어링도 있다. 모든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우르르 몰려나가는 벤치 클리어링은 간혹 가라앉은 팀의 분위기와 선수들 간의 케미스트리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13년 6월 LA다저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간에 일어났던 벤치 클리어링이다. 당시 다저스는 막대한 투자를 했음에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인 애리조나와 10게임 차이가 나는 지구 '꼴찌'였다.

당시 다저스는 야시엘 푸이그가 애리조나의 투수인 이안 케네디가 던진 공에 안면을 맞았고 이에 당시 다저스 투수인 잭 그레인키는 곧바로 다음 이닝에 보복성 빈볼을 던졌다. 이에 1차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났고 이후에도 케네디는 그레인키에게 다시 머리로 날아가는 빈볼을 던졌다.

이후 두 팀은 격렬한 난투극을 펼쳤고 다수가 중징계를 받았다. 당시 퇴장 당했던 마크 맥과이어 다저스 코치는 2경기, 투수 로날드 벨리사리오는 1경기 출전 정지를 받았다. 돈 매팅리와 커크 깁슨 양 팀 감독도 각각 1경기 출전 정지를 당했다.

하지만 벤치 클리어링 직후 다저스에게는 기적이 일어났다. 기존에는 무기력한 패배를 거듭하던 팀이 연전연승을 거듭하며 결국 지구 우승을 차지하고 시즌을 마무리한 것. 공교롭게도 당시 지구 우승을 확정 짓는 경기가 애리조나 원정이었고 다저스 선수들은 종료 직후 애리조나 홈구장 외야에 설치된 수영장에 뛰어들어 시원한 복수(?)를 했다.

7일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 화이트삭스의 경기에서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났다. 8회초 타석에 들어선 박병호가 화이트삭스 투수 네이트 존슨에게 머리로 날아오는 사구에 스쳤고 이에 다음 이닝에서 미네소타 투수 존 메이가 화이트삭스 타자 호세 아브레유에게 빈볼을 던진 것. 아브레유는 빈볼을 맞자 메이를 향해 걸어 나갔고 양팀 구성원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현재 아메리칸 리그 승률 최하위인 미네소타는 모든 것이 최악인 상황이다. 시즌 전부터 약체로 평가됐던 투수진은 예상대로의 모습을 보이고 있고 그나마 나을 것이라는 공격력도 조 마우어와 박병호를 제외하고 부진에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선수 간의 끈끈한 그 무엇인가가 보이지 않는다.

박병호로 촉발된 이번 벤치 클리어링이 향후 미네소타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자신의 팀 선수에게 위협구를 던지자 보복성 빈볼을 던진 존 메이의 행동이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분명 분위기도 가라앉고 성적도 바닥인 팀에게 필요한 행동으로 보이기도 한다.

한편으로 이날 벤치 클리어링은 잘 나가는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이날 해프닝으로 화이트삭스 감독인 로빈 벤추라는 퇴장 명령을 받았다. 벤추라는 평소에도 선수단 보다는 프런트 친화적인 감독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런 감독이 격렬한 항의로 퇴장 당했다는 것은 꽤 유의미하다.

김윤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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