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만튀' '슴만튀' '얼평'까지.. '길괴'를 아십니까

신훈 기자 2016. 5. 6. 18: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방송 부작용 속출.. 목격자 없으면 처벌도 어려워

“안녕하세요. 예쁘시네요. 저랑 가위바위보 한 판 하실래요? 이기면 2만원 드릴게요.”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A여대 앞. 한 남성이 여학생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당황한 여학생들은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리고 카메라를 피하느라 바빴다.

이 장면은 같은 시간 인터넷에서 ‘얼평’(얼굴 품평)으로 방송되고 있었다. BJ(인터넷 방송 진행자)는 ‘○○여대 S급 미녀 찾기’라는 제목을 내걸고 여학생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인터넷 방송 시청자들이 주는 아이템을 받아 현금화할 목적으로 벌이는 짓이다.

채팅창에는 시청자들이 한바탕 외모평을 쏟아냈다. ‘S급은 아니다’ ‘오크 지나간다’ ‘못생긴 애들이 성질도 나쁘다’ 등 저마다 한마디씩 내뱉었다.

이 방송은 두 시간가량 이어졌다. 참다못한 김모(21·여)씨가 “왜 제멋대로 학교 앞에서 ‘미녀 찾기’ 방송을 하는 거냐”고 따지자 BJ는 “당신이 찍혔느냐”며 비아냥거리다 자리를 떠났다.

‘길거리 괴롭힘’을 아십니까

‘길거리 괴롭힘’이란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인물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는 괴롭힘을 말한다. ‘엉만튀’(엉덩이 만지고 튀는 것)나 ‘슴만튀’(가슴 만지고 튀는 것) 같은 신체 접촉만 길거리 괴롭힘은 아니다. 성차별적 발언에 노골적인 시선, 얼굴 품평 방송까지 다양한 괴롭힘이 길거리에 도사리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길거리 괴롭힘에 대응하기 위해 ‘노상의 진상을 고발한다’는 캠페인을 통해 다양한 괴롭힘 사례를 수집하고 있다. 사례를 보면, 처음 보는 사람으로부터 ‘못생겼다’는 말을 듣는 건 아주 흔하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골목에서 위아래로 몸을 훑어보는 노인과 마주치기도 한다. 휴대전화 대리점 앞을 지나다 직원에게 손목을 불쑥 붙잡히기도 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지난해부터 길거리 괴롭힘 사례 130여건을 분석한 결과 엉만튀·슴만튀(16%), 언어적 성희롱(13%), 불쾌한 시선이나 몸짓(10%), 성기노출(8%), 쫓아오기(8%) 등 다양한 길거리 괴롭힘이 존재했다.

처벌 사각지대에 놓인 ‘길거리 괴롭힘’

길거리 괴롭힘에 대한 처벌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피해 사실 입증이 어렵기 때문이다. 품평 대상이 된 여학생들도 BJ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일선 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 팀장은 6일 “엉만튀나 슴만튀는 강제추행을 적용할 수 있지만 CCTV나 블랙박스 영상 등 증거가 없으면 사실상 처벌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길거리에서 언어적 폭력을 당한 경우에도 목격자가 없으면 모욕이나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방이슬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팀장은 “법이나 제도로 길거리 괴롭힘을 막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그보다 먼저 길거리 괴롭힘이 범죄임을 인식하고 누군가 길거리 괴롭힘을 당했을 때 가해자를 질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뉴스 미란다 원칙] 취재원과 독자에게는 국민일보에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고충처리인(gochung@kmib.co.kr)/전화:02-781-9711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