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미라서 '평화의 음악회'.."문화유적 파괴한 야만에 항의"(종합)
(카이로·모스크바=연합뉴스) 한상용 유철종 특파원 =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점령했다가 최근 시리아 정부군에 탈환된 시리아 고대도시 팔미라에서 '평화의 음악회'가 열렸다.
AP 통신과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5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가 팔미라의 고대 원형극장에서 연주회를 열었다.
'팔미라와 함께, 팔미라를 위해'로 명명된 이 연주회에는 현지 시리아 주민과 시리아 및 러시아 군인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러시아 문화부 장관도 자리를 함께했다.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러시아 작곡가 로디온 셰드린과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곡과 첼로곡, 교향곡 등이 전쟁으로 폐허가 된 팔미라의 하늘에 울려 퍼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인 마린스키 극장 예술감독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를 맡았고 역시 푸틴의 오랜 친구인 첼로 거장 세르게이 롤두긴이 첼로를 연주했다.
게르기예프는 "세계 문화 유적을 파괴한 야만인들에 대해 항의하려고 이 콘서트를 열었다"며 "연주회는 평화와 화합에 대한 호소"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연주회에 앞서 화상 연결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한 축사에서 "테러리즘으로부터 해방된 팔미라에서 놀라운 연주회를 조직한 모든 사람에게 감사한다"며 "연주회가 목숨을 아끼지 않고 테러리즘과 싸우는 모든 이들에 대한 감사와 기억 희망의 증표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TV 채널 '로시야-1'과 '로시야-24' 등은 생방송으로 연주회 상황을 전했다.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 유적지와 문화재가 다수 분포한 팔미라는 지난해 5월부터 약 10개월간 IS 점령하에 있었으나 지난 3월 말 러시아 공군의 지원을 받은 시리아 정부군이 탈환했다.
'야자수의 도시'라는 뜻을 지닌 팔미라는 오아시스 도시라는 입지를 이용해 동서양을 연결하는 실크로드 무역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며 1∼2세기 때 번영을 누렸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페르시아, 비잔틴 등 다양한 동서양 문화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중동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적지 중 하나로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되기 전에는 매년 15만 명의 여행객이 찾는 관광도시였다.
IS 대원들은 점령 기간 중 우상 숭배라는 이유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팔미라의 세계문화유산을 잇달아 파괴했다.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군이 팔미라를 탈환한 뒤 자국 공병을 파견해 유적지 곳곳에 매설된 지뢰를 제거하는 작업을 벌였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슈 박물관은 파괴된 유적지 복원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날 연주회에 대해 러시아가 시리아 사태 해결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고 이 나라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주고 있으며 특히 팔미라의 고대 유적을 구하는데 크게 기여했음을 널리 알리기 위한 홍보 목적이 담긴 것으로 해석했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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