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이라고 값 두 배?..동심 울리는 상인들(종합)

김봉수 2016. 5. 6.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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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맞아 창신동 장난감 거리 가보니..손님 북적대지만 편의시설 부족 등 불만..일부 인기 제품 웃 돈 붙여 두 배 받기도
어린이 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한 동대문 문구 완구 거리가 북새통을 이뤘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기하영 수습기자]"인터넷에서 3만원대인
제품을 7만원대에 판다. 장난감을 도매가에 싸게 판다고 해서 왔는데 바가지 쓴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날인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한 동대문 문구·완구 거리를 찾은 한 시민의 말이다.

이날 이곳은 어린이날 특수 맞아 몰려든 부모와 아이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지하철 1·4호선 동대문역 4번 출구로 나와 20m정도 걷다보면 나오는 이곳은 500m라는 비교적 짧은 거리에 125개의 장난감 점포가 몰려 있다. 일반적으로 대형마트 등 다른 장난감 가게보다 다양한 물건을 갖추고 30% 이상 싸게 파는 곳으로 유명하다. 실속파 부모들이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등을 앞두고 반드시 찾는 곳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른바 '등골 브레이커'로 블리우는 '터닝메카드' 시리즈 장난감들이었다. 지난해부터 품귀현상을 일으키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터닝메카드는 올해도 역시 맹위를 떨쳐 이 골목 쇼핑객들 중에서도 터닝메카드를 사기 위해 먼 곳에서 원정한 손님들이 많았다. 중랑구에서 온 주부 이모씨는 “근처 마트에 터닝메카드 그리핑크스가 품절이라 이곳을 찾았다”며 “이번엔 꼭 사서 아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곳 장난감 상점들은 어린이날 특수를 이용해 한 몫 보려는 듯 터닝메카드 일부 인기 제품에 원가의 두 배에 가까운 가격을 받고 있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3만8000원을 받고 있는 터닝메카드 그리핑크스를 7만원에 팔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다.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들을 위하는 부모의 마음을 이용해 두 배에 가까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5살 아들과 함께 거리를 찾은 30대 부부는 "터닝메카드 그리핑크스 가격이 7만원이라 놀랐다"며 "인터넷에선 3만원 후반대면 살 수 있는데 바가지 쓴다는 생각이 들어 물건을 사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터닝메카드 시리즈들의 가격 논란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생산 업체 측은 초기에만 해도 수요 예측이 안 됐다, 중국에 제조 공장이 몰려 있어서 수요가 있어도 생산이 늦어진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 하지만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등 대규모 수요가 발생할 시기에도 인기 제품 품절과 가격 폭등의 현상이 지속되면서 생산업체 측의 의도적인 '방관'이 작용한 것 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제조업체들이 제고 부담을 지지 않고 유통 업체들이 모두 떠앉도록 돼 있어 소비자가에 지나치게 이윤이 많이 붙을 수 밖에 없는 유통 구조도 문제다. 이로 인해 아이들의 성화에 장난감을 살 수 밖에 없는 부모들 입장에선 터닝메카드 등 인기 시리즈 장난감들이 '등골 브레이커'로 불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터닝메카드 외 다른 장난감들의 가격은 비교적 저렴해 손님들의 손길을 유혹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헬로카봇 K캅스를 비롯해 레고, 나노블럭, RC카, 드론 등 다양한 종류의 완구류들이 30% 안팎의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손녀 어린이날 선물을 사기 위해 시장을 찾았다던 김문희(72)씨는 “손녀가 키티를 좋아한다”며 “이 키티가방이 7000원밖에 안 해 손녀에게 사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모차를 끌고 거리로 나온 젊은 부부들은 연신 모바일을 이용해 온라인 쇼핑몰과 이곳의 장난감 가격일 비교하며 꼼꼼한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동작구에서 온 안모(34)씨는 “뽀로로 낚시세트가 인터넷에선 최저가 6500원 정도인데 여기선 7500원”이라며 천 원 정도 더 비싸다고 말했다. “그래도 여기선 여러 개 사면 할인을 좀 더 해주니 다른 데도 돌아다녀봐야겠다”고 덧붙였다.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손자와 함께 거리를 찾은 김병철(74)씨는 “이 주변엔 유료주차장밖에 없다”며 “이렇게 부피가 큰 장난감을 양손에 들고 주차해 둔 곳까지 가기가 힘에 부친다”고 말했다. 실제 거리 주변엔 근처 동신교회에서 운영하는 유료주차장밖에 없다. 가격은 30분에 2000원이다.

더 큰 불편은 공용화장실이 없다는 점이다. 화장실이 어디 있냐고 묻는 손님들이 종종 있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멋쩍은 미소뿐이었다. 현재 동대문역 화장실도 확장공사 때문에 이용할 수 없었다. 좁은 길에 많이 가게들이 모여 있는 탓에 앉아 쉴 만한 공간도 마땅치 않았다. 거리 바닥에 앉아 물과 아이스크림을 먹던 한 가족은 “쇼핑에 지쳐 일단 여기 앉았지만 좀 더 편안하게 쉴만한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기하영 수습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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