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노믹스 추락하자 '100엔숍'만 날개 달아

입력 2016. 5. 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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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 "경기 불확실" 지갑 닫자.. 할인점들 공격적으로 점포 늘려콧대 높던 유니클로도 가격 내려.. 엔고 겹친 대기업들은 투자 꺼
[동아일보]
엔고와 주가 하락으로 아베노믹스가 위기에 빠지고 일본의 경기 회복에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면서 대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 반면 저가로 승부하는 100엔숍 등 할인매장만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100엔숍 업계 2위인 세리아는 올해 점포 150개를 추가로 내기로 했다. 지난해보다 20개 많은 것으로 점포 추가 개점으로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10%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형 유통체인 다이에의 할인전문점인 빅에이는 도쿄(東京)를 포함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약 200개인 매장을 연내에 300개로 늘리기로 했다. 매장 증설 규모로 보면 지난해보다 10배나 많은 것이다. 회사 측은 앞으로 3년 동안 매년 100개씩 늘리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 회사 미우라 히로시(三浦弘) 사장은 “지난해 가을부터 소비자들이 제품 값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지갑을 닫는 모습은 패션의류 분야에서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업계 2위인 시마무라는 ‘상품 평균가격 900엔(약 9700원) 이하’ 원칙을 지키면서 3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반면 2014, 2015년 잇달아 가격을 5∼10% 올린 업계 1위 유니클로는 백기를 들고 2월부터 일부 품목의 값을 인하했다. 시마무라는 내친김에 3년간 270개 매장을 개설할 방침이다.

할인매장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대기업들은 돈 보따리를 푸는 데 주저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이 대기업 121곳을 조사해 2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70% 기업이 현 경기상황을 ‘정체 상태’로 느끼고 있다. ‘완만한 회복세’라는 답변은 연초 53%에서 20%로 뚝 떨어졌다. 전년보다 설비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은 31%로 3곳 중 1곳밖에 안 된다.

아베노믹스는 돈을 풀어 엔화 약세와 주가 상승을 유도하고 이로 인해 여유가 생긴 기업들이 투자와 임금 인상에 나서 소비를 활성화시킨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최근 엔고는 아베노믹스의 기본 논리를 무너뜨리며 일본 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엔화 환율은 최근 달러당 106엔 안팎으로 연초보다 14엔가량 떨어졌다. 일본 대표기업인 도요타자동차는 환율이 1엔 떨어질 때마다 수익이 400억 엔(약 4300억 원) 줄어든다. 일본 정부는 연일 환율시장에 개입할 뜻을 밝히고 있지만 미국으로부터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돼 노골적으로 개입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일본 기업들은 적정 환율을 달러당 115∼120엔으로 보지만 시장에서는 달러당 90엔까지 떨어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돈이 풀리면서 잠깐 온기가 도는 듯하던 내수 경기도 침체되고 있다. 민간 조사기관 14곳은 일본의 1분기(1∼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소폭 증가하지만 윤년이라 하루가 더 많은 효과를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일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GDP의 60%가량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도 윤년 효과를 감안하면 마이너스라는 견해가 많다.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하며 소비심리를 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가계의 평균소비성향(가처분소득에서 차지하는 소비지출의 비중)은 아베노믹스 이전인 2012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중국 등 신흥국 경기 둔화로 수출도 여의치 않다보니 일본 내에서는 비관적 전망이 대세다. 한때 20,000엔을 넘던 닛케이평균주가도 16,000엔대로 주저앉았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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