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도 못 나가는 '어버이연합 게이트' 수사

고영득·이진주 기자 입력 2016. 5. 5. 22:09 수정 2016. 5. 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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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5일 오후 찾은 서울 종로4가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실. 한창 리모델링 중인 건물 입구에는 어버이연합 회원 한 명이 앉아 있었다. 2층 어버이연합 사무실도 내부 공사 중이었다. TV를 보고 있던 또 다른 회원에게 추선희 사무총장의 행방을 묻자 “아는 것 없다. 나가라”며 기자를 완력으로 밀어냈다.

‘어버이연합 게이트’의 열쇠를 쥐고 있는 추 사무총장의 행적이 10여일째 오리무중이다. 그는 지난달 25일 JTBC 항의 집회를 예고했다가 취소한 이후 잠적했다. 추 사무총장이 사용 중인 4대의 휴대전화 중 3대는 꺼져 있고, 나머지 1대는 켜져 있지만 받지 않고 있다.

지난달 11일 어버이연합의 ‘알바 동원 세월호 반대집회’ 보도가 나온 직후 누리꾼의 접속이 폭주해 마비된 어버이연합 홈페이지는 이날 복구된 상태다. 홈페이지 내 자유게시판에는 최근 어버이연합이 고소한 언론사를 포함해 어버이연합과 알력을 빚고 있는 탈북단체 인사들에 대한 비난 글들이 올라와 있다. 어버이연합 우회지원 의혹의 당사자인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여전히 침묵 중이다. 결재권자로 지목된 이승철 상근부회장은 돌연 미국으로 떠났다가 지난 1일 귀국했지만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는 귀국 당시 “지금 종합적으로 확인하고 있고, 나중에 확인 결과가 나오면 전체적으로 말하겠다”고 밝혔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어버이연합에 돈을 준 대기업들도 쉬쉬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SK와 CJ만 어버이연합에 돈을 줬겠느냐. 거긴 직접 줘서 걸린 것”이라며 “이 정도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어버이연합에 줬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종 의혹의 실체를 밝혀줄 검찰 수사도 아직은 제자리걸음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6일 어버이연합 관련 사건들을 형사1부에 배당했지만 본격적인 수사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어버이연합 수사가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흐지부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간담회에서 “(청와대 집회 지시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히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지난 2일 어버이연합에 대해 지난 2년간 미신고집회와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26건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20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나머지 6건도 조사를 마치고 조만간 송치할 예정이다.

전경련을 검찰에 수사의뢰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고계현 사무총장은 “어버이연합 게이트는 국민적 관심사가 됐고, 많은 의혹들이 사실일 개연성이 상당히 커지고 있다”며 “검찰은 ‘독립적 수사’라는 본연의 역할에 맞게 적극적으로 수사해 의혹을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영득·이진주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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