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백두혈통, 화려한 포장―초라한 실상

조성은 기자 2016. 5. 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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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습' 공식화 등 전망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 1월 12일 표창수여식을 열고 4차 핵실험 관련자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북한은 6일부터 7차 당 대회를 개최하고 3대 세습 공식화, 권력 핵심 세대교체 등을 선언할 예정이다. 뉴시스

북한이 국빈급 외빈을 초청할 때 숙소로 내주는 백화원 영빈관에는 거대한 파도 그림 한 폭이 걸려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 주요 인사와 회담이 끝나면 이 그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그림은 북한 인민예술가 김성근 화백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파도는 미국을 필두로 한 ‘외세’의 압박을 상징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9년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 관련 기사에서 이 그림을 두고 “맹렬한 파도는 모든 적을 무찌를 준비가 돼 있는 국가와 위대한 지도자를 상징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의 역사적 굴곡마다 이 사진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구국의 서사’를 과시해온 것이다.

6일 개최되는 북한 노동당 7차 당 대회에서는 김일성·김정일에 이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까지 이어지는 ‘백두혈통’ 3대의 가족 서사도 완성될 전망이다. 북한은 이미 김 제1비서 신격화 작업을 상당 부분 마무리한 상황이다.

허황된 신화에 가까운 북한의 ‘공식’ 역사는 고난에 맞서 민족의 순수성을 지켜낸 ‘백두혈통’ 3대의 서사로 구성된다. 신화 속 1대 김일성 주석은 14세 때 ‘타도제국주의동맹’을 결성하고, 8년간 10만여회의 전투 끝에 미·일을 꺾고 ‘사회주의 낙원’을 일궈냈다. 2대 김정일 위원장은 ‘고난의 행군’을 이끈 지도자로 포장됐다. 김씨 일가의 악행은 모두 감췄다. 김 주석이 북한 정권을 수립하면서 ‘외세’인 소련의 후원을 받은 사실, 기습 남침으로 6·25전쟁을 도발한 사실, 유엔군에 패해 압록강까지 패주했던 사실 등 불리한 사실은 김씨 일가에 유리하게 각색됐다.

이제 가족 서사는 3대째로 이어진다. 6일 열리는 7차 노동당 대회에서 김 제1비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지켜낸 ‘조국’을 ‘핵 강국’ 반열에 올려놓은 우상으로 등극할 전망이다. 이미 ‘김정은 강성대국’ ‘김정은 조선’ 등과 같은 우상화 문구가 등장했다. 그를 선대와 같은 격으로 올려놓는 ‘태양’이란 표현도 나왔다.

김 제1비서 여동생인 김여정이 부장(장관급)으로 승진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 제1비서의 신망이 탄탄한 데다 ‘백두혈통’을 강화하는 효과도 낳을 수 있어서다. 당 선전선동부 부장 등용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집권 5년차를 맞아 다양한 ‘업적’도 내세우고 있다. 3차 핵실험에 이어 ‘수소탄 시험’이라는 4차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성공시켜 선대의 숙원이었던 양탄일성(兩彈一星·원자폭탄과 수소폭탄, 인공위성)을 이뤄냈다고 주장한다.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개발, 핵탄두 소형화, 핵탄두 대기권 재돌입 모의시험 등 핵능력 고도화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두고 북한 매체들은 올해 초부터 ‘핵·경제 병진 노선’의 승리라며 자축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화려한 선전과 달리 실상은 초라하다. 연이은 전략적 도발로 인해 북한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외교적으로 고립된 상황이다. 도리어 열악한 경제 사정에서도 당 대회를 무리하게 개최해 자칫 체제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70일 전투’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며 선전하고 있지만 과도한 주민 동원으로 주민들의 불만만 더 키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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