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괴 4∼5개는 4개" 판결로 억대 뇌물 경찰 '면죄부'(종합)

2016. 5. 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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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천 경정 중형 대신 석방..유흥업주한테 받은 금괴 몰수도 모면 금괴 1개 줄면 뇌물액 모자라 특가법 적용 못 하기 때문
집행유예 선고 받고 석방된 박관천 경정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의 핵심 인물인 박관천 전 경정이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석방된 뒤 취재진을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4부는 청와대 문건 유출과 억대 금품 수수 혐의로 기소된 박 경정에게 1심의 징역 7년형을 파기하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16.4.29 songa@yna.co.kr
질문에 답하는 박관천 경정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의 핵심 인물인 박관천 전 경정이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석방된 뒤 취재진을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4부는 청와대 문건 유출과 억대 금품 수수 혐의로 기소된 박 경정에게 1심의 징역 7년형을 파기하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16.4.29 songa@yna.co.kr

박관천 경정 중형 대신 석방…유흥업주한테 받은 금괴 몰수도 모면

금괴 1개 줄면 뇌물액 모자라 특가법 적용 못 하기 때문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출신의 박관천(50) 경정이 최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것을 두고 법조계 주변에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박 경정은 청와대 문건 유출과 거액 뇌물 수수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로 7년 이상 교도소에 갇히고 청탁 대가로 챙긴 억대 금괴는 몰수당할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항소심 에서 자유의 몸이 되고 2억3천만원 상당의 금괴까지 차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순간에 지옥에서 천당 행운을 얻는 데는 항소심 재판부가 구세주 역할을 했다.

2심 재판부도 뇌물인 금괴(골드바) 5개는 박 경정이 분명히 받았다고 원심을 인정했다. 다만, 추가로 받았다는 1개의 실체를 놓고 운명이 갈라졌다. 금괴를 하나 더 챙겼다는 공소사실을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아 1심 유죄가 면소(免訴) 판결로 바뀌었다. 뇌물액이 줄면서 공소시효가 짧아진 탓이다.

'면소'란 형사소송에서 공소시효가 지났을 때 소송 절차를 끝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해당 범죄 혐의를 처벌할 수 없다.

박 경정은 지난해 1심에서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와 뇌물로 금괴 6개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가 유죄로 인정됐다. 그 결과 징역 7년과 소지한 금괴 5개 몰수, 4천340만원 추징을 선고받았다.

중형 선고에는 뇌물 혐의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양형기준이 없는 공무상 비밀누설죄와 달리 수뢰액 1억원을 넘는 특가법상 뇌물죄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징역 10년 이상이면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유흥업주로부터 2007년 금괴를 받았기에 박 경정 단죄에 시점은 문제 되지 않는 듯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돌발 변수가 생겼다. 검찰 공소사실 가운데 일부 범죄사실을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박 경정에게 금괴를 제공한 유흥업자 오모씨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오씨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 "(박 경정에게) 골드바를 1차로 2개, 2차로 4∼5개 줬다"고 증언했다.

1심은 오씨 진술이 일관되고 뇌물을 준 경위와 정황에 부합한다며 박 경정에게 건넨 금괴가 4개 이상이라고 판단했으나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오씨가 거래한 금은방 주인과 통화하면서 "며칟날 샀는지 몇 개를 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 점과 '4∼5개'라는 표현으로 개수를 특정하지 못한 점을 합리적 의심의 근거로 꼽았다. 오씨가 박 경정 요구로 두번째 준 금괴의 일련번호가 훼손됐다고 말했는데 박 경정의 대여금고에 그런 금괴가 3개만 남은 점도 신빙성 부족 사례로 거론했다.

결국, 항소심은 금괴 5개만 뇌물로 인정하면서 총 뇌물수수액이 1억원보다 낮아졌다. 금괴 거래 당시 개당 가격이 1천900여만원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금값이 급등해서 현재 시가는 2억3천만원 정도다.

뇌물액이 1억원 미만이면 특가법상 공소시효가 7년으로 줄고 박 경정은 처벌을 피하게 된다. 금괴를 받은 2007년 7월부터 계산하면 2014년 공소시효가 끝나는데 기소는 지난해 2월 이뤄졌기 때문이다.

재판부의 관대한 판단 덕에 유흥업자와 검은 결탁을 한 경찰 간부는 사실상 면죄부를 받게 됐다.

박 경정의 범행은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에 파견된 2007년에 이뤄졌다. 서울 강남과 북창동 일대에서 퇴폐 유흥주점과 안마시술소를 운영하던 오씨에게서 금괴를 받은 것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성매매 영업, 조세포탈 등 혐의로 수사받던 오 씨 구명을 약속한 대가다.

1심에서 몰수형이 선고된 금괴는 2심 면소 판결이 확정되면 박 경정이 돌려받게 된다.

다만 검찰이 4일 상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다른 판단이 나올 수도 있다. 사건 관련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은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하므로 상고심에서 달라질 여지는 있다.

진술 신빙성과 관련, 대법원 판례는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 일관성뿐만 아니라 진술자 인간됨, 진술로 얻는 이해관계 여부 등을 살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번 항소심 판결을 계기로 공직자 부패를 엄단하겠다는 사법부 공언이 허언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서민이 평생 모아야 할 돈을 경찰 간부가 단박에 챙겼음에도 단죄는 커녕 검은돈까지 차지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공소시효를 이유로 면소 판결이 선고돼 몰수 대상 뇌물을 범죄자가 되가져가는 부조리를 막도록 사법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법조계 안팎에서 거세다.

이와 관련, 법원 관계자는 "시효 문제와 관련해 법원은 '정의의 실현' 못지않게 중요한 가치인 '법적 안정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아무리 부패범죄라고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 규정이 없는 이상 법원이 형사소송법에 따라 면소 판결을 하는 것은 법규정과 절차상 정당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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