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우리 있어요]장애는 학대받을 이유 아니다

방귀희 | 한국장애예술인협회 회장 2016. 5. 4.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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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가족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작지만 가장 탄탄한 공동체인데 요즘 가족 해체 현상이 두드러져 가정의 달 5월을 무색하게 만든다. 특히 사회적 약자 가운데 약자인 아동이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미래가 건강하지 못할 것이란 적신호이다.

아동학대의 80% 이상이 부모에 의한 것이라는 통계수치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 가정이 얼마나 많은 위험 요소를 안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최근 보도된 아동학대 사건을 보면서 한 가지 발견한 사실이 있다. 바로 아동학대 속에 장애가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폭행해 숨지게 한 후 시신을 훼손하고 3년 동안 냉장고에 숨겨둔 패륜범죄 사건의 희생자인 최모군은 과잉행동장애가 있었음에 틀림이 없다. 최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이상행동을 보였기 때문에 체벌을 한 것이라고 폭행 이유를 밝혔다.

가정 환경이 열악한 경우 눈에 드러나는 장애가 아니면 장애 발견이 늦어진다는 연구도 있듯이 자녀에게 무관심한 부모는 아이의 이상행동이 장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또 경찰에 의하면 최군의 엄마는 지적 능력이 떨어져 자신의 판단보다는 남편의 지시에 순종하며 살았기 때문에 친엄마임에도 남편의 폭행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지 못했다.

그 후에 발표된 ‘7세 딸 암매장’ 사건의 범인인 엄마도 딸을 베란다에 감금시키고 밥을 하루에 한 끼밖에 주지 않으며 폭행한 이유를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냄새가 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기결석자 전수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4살 딸 암매장’ 사건도 아이가 대소변을 못 가려 욕조에 가둬놓고 학대를 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 두 사건의 경우는 발달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

발달이 지체되어 생리현상 조절이 어렵고, 주의력 결핍장애로 과잉행동을 하는 것인데 그것이 마치 아이들 잘못인 양 훈육이란 미명 아래 폭력을 휘둘러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단순히 부모의 아동학대 차원을 넘어, 사회가 발달장애인에 대한 진단부터 재활훈련까지 책임지지 못한 장애인 복지 시스템 미비 때문으로 보아야 한다.

장애가 있다고 학대당하고, 버려진다면 장애인은 영원히 약자로 남아 큰 사회 문제로 확대된다. 장애아동은 가족으로부터 사랑받고, 사회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장애를 이유로 학대나 배제의 대상이 된다면 약육강식의 먹이사슬로 운영되는 맹수세계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장애가 심해서 온전히 부모에게 의지하며 살아가야 해도 아주 귀하게 사랑받는 장애아동들이 많다. 지난해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꾸민 예술제에서 정말 아름다운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발달장애 자녀가 발레복 차림으로 무용을 하는 무대였는데 대중 앞에 서는 것이 처음인 가족이어서 어설프기 짝이 없었지만 진지하면서도 평온한 표정을 보며 ‘저 사람들이 천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공연을 위해 가족들은 모여서 의논을 하고 연습을 하며 장애인 가족이라는 상처를 서로 보듬었을 것이다. 이를 통해 가정의 행복은 재산이나 지위가 아닌 사람에 대한 사랑에서 나온다는 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그 사랑을 우리 사회가 실천했으면 한다. 우리는 흔히 아이가 예쁘게 생겼다며 관심을 보이고, 아이가 말을 잘한다며 똑똑하다고 칭찬한다. 그런데 장애아동은 이상한 시선으로 경계하며 외면한다. 장애아동에게 따뜻한 눈빛을 보내고 같은 공간에서 식사하고 같은 놀이기구를 즐기는 것이 당연한 일이란 인식이 필요하다. 장애아동에게 말을 걸어주고 보호자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올 동안 아이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친절을 베풀 수는 없는 걸까? 장애아동을 둔 부모가 죄인처럼 ‘죄송합니다. 우리 아이가 장애가 있어서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굽신굽신 고개를 숙이지 않게 해줄 수는 없는 걸까?

성숙한 사회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에 필요한 배려를 해주는 시민 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장애 때문에 생명권을 위협받는 끔찍한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을뿐더러 장애아동이 잠재력을 가진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방귀희 | 한국장애예술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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