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 라이프레슨] 견종 탐구 | 비숑 프리제 Bichon Frise 얼굴이 웬열?

입력 2016. 5. 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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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숑 프리제 Bichon Frise란 ‘곱슬거리는 털’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요 녀석은 ‘귀족 귀부인을 겨냥한 가정견’을 목적으로 개량되었다. 전체적으로 포동포동 살집이 있는 편인데 얼굴이 유난히 커 보여 삼등신이라는 애칭도 있다. 하지만 사실은 얼굴이 매우 작은 미인형이다. 모든 것은 털 때문이다.

녀석들은 프랑스 왕조 시대에 꽤나 인기 있는 귀족견으로 사랑 받았다. 귀족 가문의 마님이라면 비숑 프리제 한 마리 끌고 살롱에 나타나야 트렌드에 뒤지지 않는다는 인정을 받을 정도? 사실 비숑 프리제를 자세히 살펴보면 당시 프랑스 귀족과 사뭇 닮아있음을 알 수 있다. 통통하고 헤어스타일은 꼬불꼬불하며 치장을 많이 해 상대적으로 ‘커 보이는’ 얼굴 모습 말이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을 때 귀족, 특히 악덕 귀족들의 수난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혁명군들은 왜 죄 없는 비숑 프리제까지 도륙을 해 버렸을까? 귀족들의 악행에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을까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개를 사랑하는 1인으로서 그 부분은 분노를 감출 길이 없다.

비숑 프리제는 낙천적이고 친절한 성격을 타고 났다. 생긴 것 자체가 웃는 상에 누구에게나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어주며 기꺼이 큰 머리 쓰담을 허용해주니 누가 녀석을 싫어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비숑 프리제에게 첫눈에 반하는 이유는 이런 성격 외에도 녀석의 솜사탕 같은 모습 때문이다. 푸들 같은 곱슬 털을 가졌지만 푸들에 비해 털의 굵기는 매우 가늘다. 그렇게 가는 털이 부스스 뭉쳐있으니 솜사탕처럼 보이는 것이 당연한 일. 때문에 관리에도 특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엉키기 시작하면 전문가가 아닌 이상 해결할 방법이 없다. 방치할 경우 비숑 프리제의 장점은 모두 사라지고 노숙견의 꼬라지로 전락하기 딱이다. 뿐만 아니라 엉킨 털 아래로 염증이라도 생기면 심각한 사태에 이를 수도 있다. 정기적인 미용이 필요한 이유다.

녀석의 웃는 얼굴 때문에 딱한 상황을 맞기도 한다. 비숑 프리제는 대체적으로 쾌활한 성격이지만 고독을 감내할 정도로 철학적인 성품은 아니다. 단지 웃고 있는 얼굴 때문에 ‘혼자 있어도 좋아한다’는 착각을 하기 쉽다. 이런 외모를 근거로 일부 애견인들은 ‘비숑은 혼자 있어도 짖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잘못된 정보다. 녀석도 몰티즈 못지 않게 심심하다며 엄청 짖어댄다. 가족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금세 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 다행인 것은 녀석이 총명해서 몇 번의 훈련으로 마구 짖어대는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훈련을 시키면서 보상 간식을 빼먹어서는 곤란하다. 쾌활하게 가르치면서 익숙해지는 동안 간식도 듬뿍듬뿍 주면 더 빨리 인식하게 된다. 새끼 때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것도 비숑 프리제의 단점 가운데 하나다.

강아지 입양의 필수 조건이 가족간의 협의와 합의이지만 때로는 반대를 무릅쓰고 아이를 데려오는 경우도 있다. 이때 비교적 가족의 거부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녀석이 비숑 프리제이다. 예쁘고 귀엽고 말도 잘 듣기 때문에 처음에는 회피하던 가족들도 이내 녀석을 사랑하게 되기 때문이다.

키는 커 봐야 30cm 미만, 체중은 약 3kg~ 8kg에 이르는 소형견이다. 소형견들의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비숑 프리제 역시 유전적으로 작은 머리 때문에 이빨, 잇몸감염에 노출되기 쉬우므로 특별한 관리가 요망된다. 백내장 등 안과 질환에도 비교적 취약한 편이라 성견이 될 때까지는 눈물 관리도 잘 해주는 게 고마운 일이다. 순혈 입양은 쉬운 일은 아니다. 나쁜 업자 가운데에는 푸들이나 말티스 잡종을 비숑이라고 속여 판매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믹스견이라 해도 무료 입양을 통해 가족으로 들이는 게 안전하다.

[글 이누리(프리랜서, 펫냥맘) 사진 위키미디어커먼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527호 (16.05.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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