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구조조정 중인데 자구계획 내라니?"..뿔난 현대·삼성重

정필재 2016. 5. 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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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삼성중에 자구계획 요청한 채권 은행들
두 회사 모두 영업이익 발생…지난해 부실 털어
"대우조선과는 상황이 다른데 한묶음 취급" 불만
금융권 "조선업계 불경기에 지난달 수주도 없어"
재계 "자체 구조조정 와중 부실기업 취급…은행의 갑질"

【서울=뉴시스】정필재 기자 = 산업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게 채권단이 자구계획안을 내놓으라고 요청하면서 둘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은행으로선 돈을 못 받을 우려가 있으니 당연하다는 주장과, 흑자로 돌아선 정상 기업에, 더욱이 스스로 자구계획을 실천하고 있는 회사에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으라고 다그치는 건 지나치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4일 금융권과 재계 등에 따르면 함영주 하나은행장이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을 만나 자구계획안을 주문했다. 산은도 삼성중공업에 이를 요구했다.

자구계획안은 보통 여신을 상환하지 못 한 기업이 은행에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등을 신청하면서 제출한다.

돈을 받지 못한 은행들은 채권단을 꾸리고 회사가 낸 자구계획안을 살펴본 뒤 재무구조개선 작업 신청 여부를 결정한다.

현대상선은 용선료 인하와 사채권자 채무조정 등 자구계획안을 제출한 뒤에야 채권단 자율협약이 성립됐다. 한진해운은 자구계획안이 부족해 보완하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두 은행이 흑자로 돌아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정상에 자구계획안을 요청한 것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발언으로부터 시작됐다.

임 위원장은 최근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도 주채권은행이 경영개선을 위한 자체계획을 받고 계획 이행여부를 점검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저유가 등으로 조선업이 세계적인 불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들 업체가 4월 단 한 건의 수주도 확보하지 못한 점 등을 이유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금융위원장이 나서서 점검하라고 하는데 이를 거절할 수 있는 있겠느냐"며 "업황이 좋지 않고 부실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점검차원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재계에서는 '은행의 갑질'이라며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우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부실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재무상태가 좋지 않았을 뿐 현재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정상적인 기업이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 1분기 325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0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61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했다.

대규모 부실사태로 4조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취급을 받을 이유가 없다.

더욱이 두 회사는 자구계획안을 마련해 스스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권 사장이 2014년 취임한 이후 경영합리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달 말 조선 관련 계열사 임원 25%를 감축하는 상반기 임원인사도 단행했다.

삼성중공업은 인력 구조조정 및 비핵심자산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 작업 외에도 구조조정 특별팀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건설업계 관계자는 "돈을 빌려줬다는 이유만으로 멀쩡한 회사를 마치 부실기업 취급하고 있다"며 "이것은 은행의 갑질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은행의 요청에 담당 부서의 업무가 추가됐다"며 "사활을 걸고 회사 일을 보는 직원들은 은행의 요청에 야근도 불사하며 일해야 할 처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들은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말을 아꼈다.

해당 기업 관계자는 "할말은 많지만 그만 두겠다. 아무래도 걱정이 많이 됐기 때문에 요청한 것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며 "성실하게 자구계획안을 마련하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관련 은행 관계자는 "금융위원장 발언 이후 추진한 것"며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해당 기업에게 '자구계획안을 언제까지 어떤 형식으로 제출하라'는 구체적인 요청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rus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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