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 재심법정서 강압수사 진실공방

박효익 기자 입력 2016. 5. 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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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경찰관들 "모두 자백해 폭행할 이유 없었다" 재심 청구인들 "누군지 모를 정도로 많은 경찰관들이 때려" 담당 경찰관들이 무혐의 처리한 증인 "내가 진범" 증언
3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주지방법원 앞에서 익산 나라슈퍼 사건 피해자와 유족들이 사건 재심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16.5.3/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전주=뉴스1) 박효익 기자 = 1999년 전북 완주 삼례에서 발생한 이른바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의 수사를 담당했던 당시 경찰관들이 법정에서 강압수사 및 수사과정에서의 폭행 의혹을 전면으로 부인했다.

그러나 이들에 의해 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을 받은 재심 청구인들이 당시 경찰관들의 폭행과 강압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한 상태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전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장찬) 심리로 열린 임모씨(37) 등 3명에 대한 재심 신청 사건의 세 번째 심문 기일에 증인으로 참석한 경찰관 A씨는 “조사 과정에서 임씨 등을 때린 사실이 없다. 왜 맞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이날 임씨 등 3명은 모두 “경찰 조사 과정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임씨는 “때린 경찰들이 많아서 정확히 누가 때렸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의자에 앉은 채로 경찰봉으로 손바닥과 발바닥을 맞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심 청구인 강모씨(37)와 최모씨(36) 또한 조사 과정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최씨는 A씨를 폭행 경찰관들 중 1명으로 지목했다.

A씨는 그러나 “3명의 피의자가 모두 범행을 자백한 상태라 때리지도 않았지만 때릴 이유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다만 현장검증 당시 임씨 등에게 욕설을 하고 폭행을 한 사실에 대해선 잘못을 인정했다. 이날 재판부는 유족이 현장검증 당시 촬영한 1시간 분량의 동영상을 시청한 뒤 증인 심문을 진행했다.

동영상에는 현장검증 당시 A씨가 손바닥과 수첩으로 임씨 등의 머리를 때리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또 임씨 등이 경찰관들의 지시에 따라 범행 장면을 재현하는 모습도 담겨 있었다.

A씨는 “현장검증 당시 왜 일일이 지시를 하고 욕설을 하고 때렸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당시 동네 사람들도 많이 모여 들고 해서 피의자들이 상당히 위축된 상태였기 때문에 빨리 진행하라는 취지에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임씨 등을 왜 범인으로 판단했느냐?”는 질문에 “피의자들은 처음부터 순순히 자백을 했고 진술 내용이 세부적으로 일치하지 않았지만 큰 틀에서 일치했다”며 “단 한 번도 진술을 번복한 적도 없다”고 답했다.

“진술 이외의 증거는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며 “3명 모두 자백을 했기 때문에 진술에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당시 작성된 현장검증 조서도 논란이 됐다. 동영상 속 임씨 등은 별다른 진술 없이 경찰관들이 시키는 대로 범행을 재현했지만 조서 상에는 임씨 등이 자신들의 범행을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처럼 돼 있기 때문이다. 조서는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경찰관 B씨의 명의로 작성됐다.

변호인은 “현장검증 조서가 실제와 다르게 작성됐다”며 “재심 청구인들이 범행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현장검증 조서는 유죄 판결의 중요한 증거로 사용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B씨는 “관행적으로 날인만 했을 뿐 실제 작성은 팀원이 한 것”이라며 “조서 검토를 소홀히 한 부분은 인정한다”고 해명했다.

B씨는 변호인의 다른 질문들에 대해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현장검증 당시 사진촬영을 담당했던 경찰관 C씨는 “다른 사건들도 하나에서 열까지 다 경찰관들이 지시해서 범행 재현을 시키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대부분의 피의자들이 현장검증에 소극적으로 임하기 때문에 원활한 진행을 위해 시키기도 한다”면서도 “하나에서 열까지 지시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C씨는 또 “피의자들을 검찰에 송치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범인들에 대한 제보가 들어왔다”며 “제보를 간과할 수 없어 당시 계장과 과장에게 보고했지만 직원들이 귀담아 듣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경찰관들에 앞서 이날 오전 증언을 한 제보자 이모씨는 “사건 발생 다음날 한 친구로부터 ‘자신이 진범 중 한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또 친구와 함께 훔친 패물을 장물로 처분했으며 범행 도구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진범들 중 한 명에 대한 개인적인 원한으로 완주경찰서에 제보를 했지만 신고보상금을 노린 정신이상자로 취급당했다”며 “억울하게 징역을 산 아이들이 늦게나마 재심을 청구한다고 하길래 많은 망설임 끝에 오늘 다시 증언을 하게 됐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일 오후 2시 4차 심문기일을 열고 나머지 증인들에 대한 심문 및 증거 채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임씨 등은 경찰의 폭행 및 강압수사로 허위자백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이들은 1999년 강도치사, 특수강도 혐의로 기소돼 2명은 각각 징역 장기 4년 단기 3년, 1명은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그해 2월6일 새벽 4시께 전북 완주군 삼례읍 우모씨(당시 37세) 부부가 운영하는 상점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해 유모 할머니의 입을 청테이프로 막아 질식사시키고 금품 200만원 상당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다.

같은 11월 이들에 대한 형이 최종 확정된 지 한 달 만에 부산지검이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용의자 3명을 모두 붙잡아 자백을 받았다. 하지만 전주지검으로 사건이 넘어간 후 진범으로 지목된 사람들에게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이미 확정 판결을 받은 임씨 등을 수사해 재판에 회부한 검사에 의해서다.

당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일행 중 1명인 이모씨는 3차 심문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이 진범이라고 증언했다. 공소시효(10년)는 2009년 만료된 상태다.

whi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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