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자당 출신 시진핑, 전임 후진타오 세력에 칼 빼들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2016. 5. 4.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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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정권서 승승장구한 공청단.. 대규모 감찰·예산삭감으로 위기 "내년 말 19차 당대회 앞두고 시진핑, 자기사람 심으려 整地" 공청단 황태자 후춘화도 '전향'.. 리커창 총리 중도하차 관측도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현 총리 등을 배출하며 권력의 산실로 승승장구해온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요즘 사면초가(四面楚歌)다. '제 기능을 못한다'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질책에 이어 대규모 감찰과 예산 삭감, 인력 축소 등의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중화권 매체와 외신에서는 중국 최고 지도자(상무위원)를 비롯해 중앙·지방 권력이 대거 개편되는 내년 말 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시 주석이 전임 후진타오 정권 때 구축된 정파인 '공청단파' 청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 주석은 공청단파의 라이벌인 태자당(太子黨·혁명 원로나 고관의 자제로 구성된 세력) 출신이다.

2일 공청단 홈페이지와 봉황망 등에 따르면 올해 공청단 예산은 전년보다 무려 50.9%나 줄어든 3억627만위안(약 550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공청단 산하 대학인 '중국청년정치학원'의 신입생 모집도 중단됐다. 공청단은 여전히 회원 수가 8000만명에 이르고 있지만, 이대로 가면 공청단이 유명무실한 좀비 단체로 전락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공청단의 추락은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시 주석은 군중조직업무회의에서 공청단에 대해 "현장에서 아무 기능을 하지 못하는 사지 마비 상태"라고 질책했다. 이후 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에서도 공청단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시 주석의 '복심'으로 통하는 왕치산(王岐山) 상무위원이 이끄는 당 기율위는 작년 10~12월 공청단에 대한 감찰에 착수해 올 2월 귀족화·기관화·행정화·오락화 등 '사화(四化)'를 공청단의 죄목으로 발표했다.

공청단파의 차세대 주자로 '리틀 후진타오'로 불려온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서기마저 최근 "사화(四化) 문제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며 공청단 때리기에 합류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움직임을 단순한 공청단 개혁 문제가 아니라 내년 19차 당 대회를 앞둔 권력 투쟁으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은 5년마다 당 대회를 열어 중앙과 지방 당 조직의 간부들을 교체한다. 중국 최고 지도부인 상무위원 7명 중에서도 태자당 출신인 시 주석과 공청단파의 리커창 총리만 남고 나머지 5명은 '칠상팔하(七上八下·67세는 남고 68세 이상은 은퇴한다)'의 원칙에 따라 퇴임하게 된다. 이 빈자리를 어느 세력이 차지하느냐를 놓고 권력 투쟁의 서막이 올랐다는 것이다.

베이징 정가 소식통은 "시 주석의 공청단 때리기는 19차 당 대회의 전초전"이라며 "내년 집권 후반기 5년을 맞는 시 주석이 중앙과 지방 요소요소에 자리 잡은 공청단 출신들을 솎아내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국 3대 정파 중 하나인 상하이방은 저우융캉(周永康) 전 상무위원 등 간판 인물들이 시 주석 집권 이후 반부패 개혁의 된서리를 맞으며, 이미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반면 공청단파는 리커창 총리가 버티고 있을 뿐 아니라 공청단이라는 전국 뿌리 조직을 통해 중앙과 지방 권력에 지속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프랑스 AFP통신은 "공청단에 대한 조사는 시 주석의 권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 주석이 리커창 총리의 경제 실적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이후 중국 관영 매체들은 리커창 총리의 경제 철학을 뜻하는 '리코노믹스' 대신 시 주석의 '공급 측면 개혁론'을 지속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리 총리가 경제 분야에서 확실한 실적을 내지 못하면 총리직을 중도 하차한 리펑(李鵬) 전 총리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돌고 있다.

[공청단派는… 후진타오 집권 때 득세… 고학력 행정관료 출신 많아]

공청단파(共靑團派)는 장쩌민(江澤民) 계열의 상하이방(上海幇), 시진핑 주석을 주축으로 하는 태자당(太子党)과 함께 중국의 최고 권력을 분점하고 있는 정치 파벌이다.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이들을 중국에서는 '퇀파이(團派)'라고 부른다. 1920년 설립된 공청단은 원래 중국 공산당 내 청년 간부를 양성하고, 청년층에 사회주의 사상을 전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파벌과는 무관한 조직이었다. 그러나 공청단 출신인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집권기에 그의 권력을 등에 업고 중국을 좌우하는 정치 파벌로 부상했다. 당시 발탁된 인물이 후진타오와 공청단에서 함께 활동했던 리커창 총리, 후춘화 광둥성 서기, 링지화 전 통일전선부장 등이다. 이들은 상하이방이나 태자당과 달리 대부분 화려한 배경이 없는 평범한 집안 출신에 베이징대 경제학 박사 출신의 리커창 총리처럼 주로 고학력 행정 관료 출신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중국 정치는 장쩌민 전 주석을 중심으로 한 상하이방, 혁명 원로의 자제 등으로 구성된 태자당, 그리고 공청단파가 때로는 투쟁하고 때로는 합종연횡하면서 이끌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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