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개헌'몰이 맞서.."평화헌법 사수" 5만명의 외침

2016. 5. 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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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일 ‘5·3 헌법기념일’ 집회

아베 “현 헌법은 패전의 산물”
7월 참의원 선거 ‘개헌선’ 확보해
‘무력 포기 헌법 9조’ 폐기 추진

“안보법제는 시간 흘러도 위헌”
야당 등 “침략전 두둔 개헌” 규탄
“개헌 반대” 68%…3년새 16%p↑

3일 도쿄 고토구 린카이광역방재공원에서 열린 5·3 헌법집회에 참여한 한 시민이 ‘아베 정권 퇴진’이라는 글이 써진 펼침막을 들고 있다. 주최 쪽은 이번 집회의 참가자를 5만명이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9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뼈대로 하는) 안보법제가 성립을 했다고 말하지만, 위헌 법률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위헌입니다.”

일본의 황금 연휴기간인 3일 수만명의 인파가 도쿄 고토구의 린카이광역방재공원으로 몰려들었다. 지난해 가을 일본 사회를 뒤흔든 안보법제 반대 투쟁을 이끌었던 일본의 시민·사회 단체들은 1947년 5월3월 일본 평화헌법이 시행된 것을 기념하는 ‘헌법기념일’을 맞아 대규모 ‘5·3 헌법집회’를 기획했다. 연사로 나선 일본 제1야당 민진당의 오카다 가쓰야 대표의 연설이 이어질 때마다 청중석에선 박수와 구호가 쏟아져 나왔다.

헌법기념일을 맞아 일본 곳곳에서 개헌 찬반을 둘러싼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등 개헌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주요 신문들은 이날 ‘개헌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을 묻는 설문조사를 비롯해 다양한 특집 기사들을 내보냈고, <엔에이치케이>(NHK)는 주요 정당 대표들을 불러 특집토론을 벌였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전후 70년간 일본의 평화를 유지해 온 ‘평화 헌법’이 개정될 가능성도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1월 연두 기자회견에서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을 호소하겠다”고 말했고, 3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선 “헌법 개정을 임기 중에 이뤄내고 싶다”고 했다.

아베 총리가 개헌에 집착하는 것은 그가 현행 헌법을 미국에 의해 강요된 ‘패전의 산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그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는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도조 히데키 내각(1941.10~1944.7)의 각료(상공대신)로 전시 통제경제를 기획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일본의 침략전쟁에 대해 ‘틀리지 않은 전쟁’이었다고 생각했고, 평화헌법을 미국 점령정책의 산물로 보고 “일본인의 손으로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는 신념을 지녔다. 아베 총리도 2006년에 펴낸 책 <아름다운 나라에>에서 “국가의 골격은 일본 국민의 손으로 백지상태에서 만들어야 한다. 헌법 개정이야말로 ‘독립 회복’의 상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개헌을 향한 아베 총리의 강한 의지 만큼이나 이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반대 투쟁도 본격화 되고 있다. 행사장에서 가까운 아리아케역에 내리자마자 궂은 날씨에도 “아베 정권 퇴진”, “헌법을 지키자”는 구호를 외치는 많은 시민들로 가득찼다. 대학 1학년인 시라토리 아이(19)는 “주변에 헌법이나 정치에 대해 말하는 것을 터부시하는 풍조가 있지만 이런 현상을 그대로 둘 순 없다. 우리는 전쟁 경험자의 살아있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다. 젊은이들이 행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5만명이 참가했다. 이처럼 현행 헌법을 지키려는 ‘평범한’ 일본인들의 지지는 점점 커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3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헌법 9조를 ‘바꾸지 않은 편이 좋다’는 응답이 2013년 3월엔 52%에 머물렀지만, 3년이 지난 이번 조사에선 16%포인트 오른 68%로 뛰었다. 9조를 ‘바꾸는 게 좋다’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엔에이치케이> 방송 조사에서도 ‘개헌이 필요없다’는 의견이 3년 사이에 16%에서 31%로 2배 늘었고,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선 헌법이 ‘현재대로 좋다’는 응답이 2004년 이후 처음으로 50%를 넘었다.

이날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두 개의 대열로 흩어져 행진을 시작했다. “전쟁법은 지금 바로 폐지!”, “헌법을 지켜라!”, “아베 정권은 당장 퇴진!” 등 헌법 사수를 외치는 시민들의 외침이 도쿄 유명 관광지인 오다이바와 도요스 지역에 울려퍼졌다.

도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관련기사:일본 기존 헌법과 자민당 개헌안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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