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채 직결되는 재정투입 꺼려.. '코코본드' 카드 만지작
○ 국책은행 ‘유동성 공급’보다는 ‘자본 확충’부터
한국판 양적완화는 크게 2가지 방식이 가능하다. 우선 한은이 산업은행의 산업금융채권(산금채), 수출입은행의 수출입금융채권(수은채) 등 국책은행이 발행한 채권을 사들여 두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해주는 방법이다. 하지만 한은이 시장을 거치지 않고 국책은행의 채권을 직접 사주려면 한은법 개정 등이 필요한 데다 채권 발행은 국책은행의 부채를 늘리는 것이어서 또 다른 부실을 키울 수 있다.
정부는 국책은행의 유동성 공급보다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책은행들이 손실을 감당할 수 있도록 자본을 늘려주는 방안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재 산은과 수은의 조선, 해운업 관련 대출은 20조 원이 넘는다. 국내 금융권 조선, 해운 여신의 60% 이상이 몰려 있어 자본 확충 없이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말 현재 산은과 수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각각 14.2%, 10.0%이다.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손실이 불어나면 재무 건전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 방안으로는 한은이 돈을 찍어 국책은행의 자본금을 직접 늘려주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현재 한은의 수은 출자는 수출입은행법에 근거 조항이 있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산은에 대한 출자는 산은법을 바꿔야 해 여소야대로 재편된 국회 상황에서 야당이 반대할 경우 추진하기 어려울 수 있다.
○ 코코본드 발행 방안 새롭게 부상
이에 따라 정부는 한은이 산업은행의 ‘조건부 자본증권(코코본드)’을 인수해 산은의 자본을 확충하는 방안을 새로 들고나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언론사 부장단 간담회에서 “국책은행 자본 확충을 위해 산은법 개정을 추진하고, 법 개정 전에는 코코본드 발행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코본드는 평소에는 채권처럼 사고팔 수 있지만 은행의 재무건전성이 나빠지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다. 코코본드는 국제 규정상 ‘자본’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산은의 재무 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 또 현행법으로도 유통시장에서 한은이 산은의 코코본드를 인수하는 게 가능해 법을 개정해야 하는 다른 방안보다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 산은의 재무 건전성과 신속한 자금 조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올 2월 유럽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가 발행한 코코본드가 이자 미지급 우려로 문제가 됐던 것처럼 투자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된다.
한은은 국책은행에 직접 출자하거나 코코본드를 인수하기 위해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다. 한은 관계자는 “보편적인 통화정책을 펼쳐야 할 중앙은행이 조선, 해운 등 특정 업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중앙은행에 이런 역할을 맡기려면 국회에서 여야 간의 합의 등 최소한의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재정 투입을 통해 국책은행의 자본을 확충해주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하려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야당의 반발 등으로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한은의 발권력 동원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가능한 재정과 통화정책 수단의 조합을 생각해 보고 있다”며 “딱 하나의 방법을 쓰기보다는 폴리시 믹스(policy mix·정책 조합)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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