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박차]나랏돈으로 '부실 공룡' 키운 산업은행도 수술대 올린다

송윤경 기자 2016. 5. 1.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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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부실 방치 책임자 징계·자체적 자본 확충 동시 진행
ㆍ용선료 30~35% 인하 추진엔 성공 가능성 반반 전망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언론사 경제부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조선·해운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그림을 제시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구조조정의 주체이며 정부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인위적인 빅딜(사업 맞교환)’ 역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구조조정에 대한 여론 악화를 의식해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방치해온 산업은행이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구조조정 주체를 구조조정하는’ 쇄신안을 꺼낸 것이다.

■‘산업은행 뼈를 깎겠다’

임 위원장이 산업은행 구조조정론을 내세운 것은 산은이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구조조정의 주체가 될 수밖에 없는 딜레마를 돌파하기 위한 판단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의 시기와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으나 대대적인 문책인사, 자회사 매각규모 확대, 자회사 ‘낙하산’ 재취업 근절 등이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산은 임직원이 구조조정을 위해 편입한 자회사에 재취업하는 폐단은 매년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올랐지만 좀처럼 시정되지 않는 등 ‘모럴해저드’가 심각한 것으로 지적돼왔다. 앞서 감사원은 최근 2년간 5조원이 넘는 적자를 낸 대우조선해양을 산은이 방치해온 것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 마무리 단계에 있다.

임 위원장은 산은의 인적 혁신도 이뤄질 것임을 예고했다. 임 위원장은 “산은의 구조조정 조직을 대폭 확충하고 외국 전문가들을 대거 쓸 예정”이라며 마크 워커를 예시했다. 마크 워커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외채협상단의 법률고문으로 현재 현대상선의 용선료·채무탕감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구조조정 재원 조달에 대해서는 한국은행의 발권력 동원을 재차 요청하면서도 임시로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 방안을 예시했다. 조건부자본증권이란 유사시 투자원금이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상각되는 조건이 붙은 채권으로, 투자자들이 이 채권을 사가면 그만큼 회계상 자본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한은의 산은 출자에는 법 개정 절차가 필요하고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임시변통을 하겠다는 것이다.

■해운사 부채비율 400% 돼야

임 위원장은 현대상선·한진해운이 현재 진행 중인 선주와의 용선료 인하 협상에 대해 “성공 가능성이 반반”이라고 전망했다. 해운사가 배를 빌려 쓰는 대가로 선주에게 지불하는 용선료를 현행보다 30~35%는 인하해야 회생 방안이 마련될 수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임 위원장은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용선료가 10조원 규모인데 이걸 깎지 않으면 은행돈 대서 선주에 갖다 바치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용선료 인하가 성공한 이후에도 사채와 은행부채를 깎는 동의를 거쳐야 해운사들의 부채비율이 400%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임 위원장은 “부채비율을 400% 이하로 낮추게 되면 해운사들이 대형 선박을 매입해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준비해둔 선박펀드 등으로 정부가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 주도 빅딜 없다’ 재확인

임 위원장은 정부 주도의 빅딜은 없다는 점을 재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1998년에 정부가 나서 추진했던 빅딜 중 주요 부문인 반도체·자동차·전자 모두 실패했다”면서 “1998년과 달리 지금은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등 통상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05년 대우조선해양을 지원했을 때 일본과 유럽연합(EU)에서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여신구조가 해외금융, 사채로까지 복잡하게 뻗어나가 있다는 점도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기 어렵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다. 다만 정부는 조선·철강·석유화학업에 대해서는 업계의 컨설팅을 지원하겠다고 밝혀, 자율적인 차원의 빅딜과 합병은 간접적인 차원에서 지원할 여지를 뒀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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