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유독물 아님' 공고..시장에 독성원료 풀어줬다"

홍재원·김보미 기자 입력 2016. 5. 1. 22:36 수정 2016. 5. 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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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민변 “사태의 출발점은 정부”…복지부도 백서에서 의문 제기
ㆍ옥시, 2일 첫 공식 입장 발표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원인물질로 지목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유독물질이 아니라고 공고했으며, 집단 사망 사태 전 이 물질의 유독성이 이미 알려졌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1일 파악됐다.

1996년 12월 유공(현 SK케미칼)은 정부에 PHMG 제조신고서를 제출했다. 이 신고서를 보면 SK는 “이 물질은 항균카펫 등에 첨가된다”며 “사용할 때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작업자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충분히 환기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이듬해 3월 환경부는 이 물질에 대한 유해성 심사 결과로 “유독물에 해당 안됨”이라고 관보에 고시했다. 옥시레킷벤키저는 이를 바탕으로 2001년 이 물질을 활용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했다.

옥시가 살균제에 대한 독성실험을 별도로 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애초에 정부가 원료물질을 무해하다고 공고한 게 대규모 사망 사태의 출발점이란 지적이 나온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송기호 변호사는 “PHMG에 대한 정부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옥시가 이 물질을 원료로 사용하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제조업체(옥시)뿐 아니라 해당 물질이 일반적으로 유독물질이 아니란 식으로 공고해 독성원료를 시장에 풀어준 정부의 과실도 크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문서에도 이런 의문이 제기돼 있다. 2014년 복지부 질병관리본부 폐손상위원회가 펴낸 가습기 살균제 사건 백서는 “PHMG는 2003년 무렵엔 유독물질에 해당될 정도의 강한 독성을 가진 물질이란 게 널리 알려져 있었다”며 “이런 상황이었다면 정부나 제조업체는 유해성을 알고 있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옥시는 2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살균제 피해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연다고 이날 밝혔다. 옥시가 이 문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여는 것은 살균제 사태가 터진 이후 처음이다. 이 자리에는 아타울라시드 사프달 현 대표가 직접 나서 사과하고, 향후 대응 방침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은 영국 레킷벤키저가 옥시를 인수하기 전해인 2000년 10월 이미 옥시의 PHMG 첨가 살균제가 출시된 점을 파악했다. 이에 따라 영국 본사에 대한 본격 수사는 어려워졌다.

<홍재원·김보미 기자 jw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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