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조끼 착용 장병들 엎드린채 숨진것 확실"
"군에서 구명조끼를 제작할 때 등쪽 부력을 강하게 설정한 게 큰 잘못이었죠."
2010년11월 이포보 5공병여단 장병 익사 사고를 조사했던 군의 수사 관계자 A씨는 6년 전에 벌어진 사건의 감춰졌던 내용을 공개하며 "기본적으로 군용 물품이나 무기체계를 제작할 때 안전성과 실효성을 따져 신중하게 해야 하는데 구명조끼는 막연히 '강을 건널 때 작전을 해야 한다'는 기준만 적용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에 노출되기를 원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느꼈던 군의 문제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비판했다.
A씨는 "이포보 사고 보고서에서 군인들이 물에 엎드려 있는 채로 건져졌다는 내용을 보고 구명조끼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나중에 마네킹으로 실내 수영장에서 시험을 해봤고 익사에 구명조끼가 영향을 끼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망 원인을 찾다 보니까 구명조끼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다른 쪽에서도 제기됐다"며 "구명조끼를 입고 떠오르면 생존 확률이 높아야 하는데 그것(구명조끼) 때문에 죽었다고 하니 시험을 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은 사고 발생 13일 후인 2010년 11월 30일 서울에 있는 한국체육대 실내 수영장에서 지식경제부·육군 수사단·국방기술품질원·한국원사직물실험연구원·생산업체 등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구명조끼 부력시험을 실시했다. 이 시험을 통해 군은 구명조끼가 등쪽 부력이 강하게 설정돼 있어 의식을 잃으면 무게중심이 앞쪽으로 쏠리리면서 호흡기가 물속에 잠기는 현상을 확인했다.
군이 구명조끼의 등쪽 부력을 강하게 설정한 이유는 완전군장을 착용한 상태에서 몸의 무게중심이 뒤로 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수중에서 완전군장을 하지 않으면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엎드린 상태가 된다.
A씨는 "물에 빠져서 정신을 잃었을 때는 부력 문제가 중요하다"며 "해군의 구명조끼나 민간에서 사용하는 구명조끼는 이런 상황에서도 기도가 열리고 호흡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육군은 아직도 희생자들이 '수중에서 와류에 휩쓸려 물속에서 이미 익사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A씨는 "구명조끼가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은 당시 수사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다 알 것"이라며 "구명조끼 문제를 외부에 공개하면 파장이 커질 것은 뻔한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당시 구명조끼 문제를 제기한 이유에 대해서 "추가적인 희생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강을 건너는 작전 중에) 물속에서 총을 쏴야 한다는 요구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런 게 실제 상황에서 가능하겠느냐"며 "말도 안 되는 조건이었고 장병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기준에도 맞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내용은 군에서 작성한 수사 보고서에 포함됐다. A씨는 "수사를 마무리한 뒤 구명조끼 부력이 장병들의 익사와 인과관계가 있으니 이를 정밀 검증해서 시정하라고 보고서에 썼다"며 "신빙성을 가지고 확실하게 내린 결론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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