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던 아시아계는 어디에?" 호주의 '대나무 천장'

입력 2016. 5. 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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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재계·학계 고위직 미미..아시아계의 변화도 필요
<<출처: 시드니 제임스 루스 농고 홈페이지>>

정계·재계·학계 고위직 미미…아시아계의 변화도 필요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 법률회사에 소속된 한인 변호사들은 30대 중반 무렵이 되면 현재 회사에서 계속 일할지 아니면 기회가 좀 더 많은 것으로 보이는 홍콩이나 싱가포르로 자리를 옮길지 고민에 빠진다.

20대나 30대 초반에 열심히 일해 업무능력은 뛰어나지만, 이 연령대에 들어서 고객 유치가 갈수록 중요해질 경우 인맥이나 부모 배경 등 사회적 관계에서 백인 동료를 이겨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드니 북서부에 있는 명문 고교 제임스 루스 농고는 최근 수십 년간 대입 수학능력시험 격인 HSC에서 단연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워낙 성적이 우수해 3학년 학생들은 HSC 성적에다 내신을 환산한 '대학입학시험점수(ATAR)'에서 만점인 99.95점도 부족하다며 싸이의 히트곡 '강남 스타일'에서 따와 "ATAR 100점이 필요해"라는 풍자곡을 읊조릴 정도다.

이 학교 학생의 최대 80%는 비영어권 출신이며 이들 대부분은 아시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처럼 아시아계 학생들이 학교에서는 월등한 성적을 내고 있지만, 정계나 재계, 학계 상층부에서는 아시아계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현실에 대해 시드니모닝헤럴드 일요판인 선 헤럴드는 1일 아시아계가 '대나무 천장'(bamboo ceiling)에 막혀 기회를 잃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나무 천장'은 미국 등 서구 사회에서 아시아계의 고위직 상승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일컫는다.

아시아계 후손은 호주 전체 인구의 12% 정도다. 하지만 연방 상하원 의원 226명 중 아시아계는 4명에 불과하며, 연방정부 부처 17개 중에서 아시아계가 수장으로 있는 곳은 한 곳에 그치고 있다.

민간에서도 별 차이가 없어 2013년 호주다양성위원회(DCA)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계는 최고경영자의 1.9%, 이사진의 4.2%만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드니대학 부총장인 마이클 스펜스는 선 헤럴드에 "제임스 루스는 30년 동안 매우 뛰어난 아시아계를 배출해왔다"며 "지금 그들은 어디에 있나"라고 질문을 던졌다.

연방 인종차별위원회의 팀 수포마산 위원장은 "지도자는 카리스마가 있고, 적극적이며, 거침없이 말할 수 있어야 하지만 아시아계에 대해서는 수줍어하고 자신감이 없으며 내향적이라는 정형화한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4년 수포마산 위원장은 대나무 천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21세기에는 전문적인 지식을 가졌지만 저임금 노동에 종사하는 아시아계 호주인 계급이 형성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최근에는 민감한 주제인 인종 문제에 대해 약간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시드니대학은 '2020 전략'의 핵심과제 중 하나로 문화적 다양성을 선정하고 컨설팅업체 PwC, 웨스트팩 은행, 통신기업 텔스트라 등 주요 기업과 함께 아시아계의 고위직 진출 보장을 위해 더욱 힘을 쏟기로 했다. PwC의 경우 2020년까지 아시아계 파트너 비율을 11%로 높이기로 했다.

퇴임 예정인 공영 ABC 방송의 마크 스콧 최고경영자는 영국 BBC 방송과 비교하며 자신의 방송국 내에 문화적 다양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최근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시드니에서 활동하는 김진한 변호사는 연합뉴스에 "문화적 요인과 함께 미국에 비해 짧은 이민역사가 작용하고 있지만,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아시아계 진출도 더 활발해질 것"이라며 "아시아계 학생들은 스포츠나 사회봉사 등 학교 밖 활동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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