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수호대' 자임 어버이연합 "근혜야 울지마라, 오빠가 있다"

이혜리 기자 입력 2016. 5. 1. 13:22 수정 2016. 5. 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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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민감시단을 만들어서 새누리당과 박근혜 민생정부가 잘 가는지 안가는지 확인하고 우리가 감시활동을 하겠습니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이튿날인 2012년 12월 20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열린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들의 기자회견에서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한 발언이다.

추 사무총장은 “새누리당이 잘해서 대선 승리한 게 아니다”라며 “새누리당 구태정치 다 갖다 버리고 올바른 정치를 하게끔 하기 위해서 우리가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어버이연합은 이날 ‘박근혜 당선인에게 바란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새누리당에 전달했다.

■ 어버이연합 ‘박근혜 수호대’ 역할 자임

어버이연합 같은 극보수단체들은 실제로 무엇을 했을까.

경향신문이 27일 유튜브에 올라온 보수단체들의 활동 내용을 분석한 결과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들은 박 대통령의 취임 이후 줄곧 박 대통령의 ‘수호대’ 역할을 자임했다. 이들은 현 정부에 반대되는 성향의 정당과 시민단체들에 ‘종북’ 딱지를 붙여 집회·시위와 기자회견으로 그들을 수백차례 압박했다. 어버이연합이 단독으로 집회를 여는 게 아니라 한국대학생포럼, 라이트코리아 등 극보수단체 수십개가 모두 나와 집회에 동참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의 입지에 타격을 입히는 대상에게는 어디든지 찾아갔다. 2013년 5월 9일엔 서울 중구 CJ그룹 건물을 찾아갔다. 이들은 거기서 “CJ가 종북 성향의 방송을 하고 있다”며 “이재현 CJ 회장은 사업 종북”이라고 규탄했다. CJ 소유인 tvN의 간판 프로그램인 ‘SNL코리아’에 MBC파업을 지지한 최일구 전 앵커가 나오고, 해당 프로그램 내 ‘글로벌 텔레토비’ 코너에서는 박 대통령과 초선 의원에 불과한 안철수 의원을 등장시켜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는 주장이었다. 어버이연합은 CJ그룹으로부터 2013년 8월쯤 1000만원의 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3년 8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규탄’ 집회에서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지윤기자

또 카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쓴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7시간’ 관련 칼럼이 논란이던 2014년 10월 10일엔 서울 중구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을 찾아가 “허위사실로 대한민국 대통령을 모욕한 산케이는 즉각 사과하라”며 집회를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 공격한 야당 의원도 표적

야당 의원들도 수시로 표적이 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희상·박지원(현 국민의당)·김현·정청래 의원 등이 대표적인 저격 대상이었다. 어버이연합은 특히 김광진 의원을 ‘386운동권 출신’의 ‘협잡꾼’이라고 부르면서 강하게 비난했다. 어버이연합은 2014년 7월 4일 “대통령 발언을 왜곡한 협잡꾼 김광진을 즉각 처벌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열었다. 추 사무총장은 이때 김 의원의 얼굴이 붙어있는 모형을 쓰러뜨리며 “이런 사람이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떠나가는 겁니다. 이런 사람이 없어져야 대한민국이 바로사는 거예요”라고 외쳤다. 옆에 있던 회원들은 김광진 의원의 얼굴 사진을 잡아뜯고 발로 밟았다. 일부 회원들은 새정치민주연합을 ‘새청부살인연합’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죽여버려 그냥!” “잘한다 잘해!”라고 소리질렀다.

또한 2013년 5월 서울시가 작성한 ‘국정원 추정문건 대응조치 진행사항 분석 보고서’에서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시위가 문건 작성 시점 직후 집중됐다고 분석하자, 어버이연합은 즉각 5월 30일 서울시청 앞에서 박원순 시장을 규탄 집회를 열었다. 추 사무총장은 당시 “시청은 돈들여서 멋지게 짓고 우리는 뼈빠지게 아침 새벽에 나와서 폐지 주워다가 이거 모아서 애국운동 하는데 자금을 대고 있는데, 이놈의 X새끼들”이라고 외쳤다. 그는 또한 “재작년에 먹던 라면 급식비도 서울시장이 끊어버렸습니다. X새끼 아닙니까”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 “대통령한테 욕을 하는 X같은 새끼들”

2014년 1월 14일엔 또다른 극보수단체인 ‘엄마부대봉사단’ 등은 박 대통령을 응원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대통령 지지합니다! 지지합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주옥순 엄마부대 봉사단 대표는 “여성 대통령이 취임 1년이 됐다. 그동안 나라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여성 대통령을 지지하지는 못할 망정 계속 발목을 잡고 미래를 약속할 수 없도록 굉장한 사회적 혼란이 있다. 오죽하면 엄마들이 이렇게 나와서 박 대통령 응원하겠냐”라고 말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선 직후인 2014년 9월 4일에도 어김없이 어버이연합은 집회를 열었다. 추 총장은 당시 “대통령한테 욕을 하는 이런 X같은 새끼들은 대한민국에 존재할 이유가 없는 그런 X새끼들입니다. 정의구현사제단, 수녀들 그 사람들과 세월호와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아무 관련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이들은 민주노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국농민총연맹을 규탄하는 집회도 수차례 열었다.

■ 대선 전에도 “근혜야 울지마라 오빠가 있다”

어버이연합의 이 같은 행동은 2012년 대선 전부터 이어져왔다. 대선 전인 2012년 6월 20일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들은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오픈프라이머리 주장하며 국민 분열시키는 비박 3인방 강력 규탄한다”, “여자 대통령은 안돼라며 여성 무시하는 이재오 의원 즉각 새누리당 탈당하라”라는 내용의 집회를 열었다. 이 때도 추 사무총장은 집회에 나와 발언을 했다. 추 사무총장은 “권력의 욕심에 의해서 이재오, 김문수, 정몽준 이러한 비박 3인방 썩어빠진 새끼들”이라며 “완전 국민경선제하자 여자가 무슨 대통령이 되겠냐, 이러한 썩어빠진 생각을 한다면 그놈들은 새누리당에 있을 것이 아니라 통합진보당에 왕년에 동기들한테 찾아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근혜야 울지마라 오빠가 있다”, “빨갱이들 죄다 죽여야 대한민국이 산다”라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어버이연합 유일 출입기자’라는 장재균씨가 게재한 유투브 영상 캡쳐 화면

■친박 서청원, 대선 직후 어버이연합 회장 운영하는 단체 방문

이 같은 어버이연합의 활동에 보답하듯 박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2013년 2월 19일엔 ‘친박 좌장’인 서청원 한나라당 전 대표(현 새누리당 의원)이 ‘대한민국지킴이 민초들의 모임’을 방문했다. 대한민국지킴이민초들의모임은 심인섭 어버이연합 회장이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는 극보수단체다.

당시 영상을 보면 서 전 대표는 “(박 당선자) 대신 감사 말씀드려도 이해해 달라”며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것은 법과 제도를 지키는 것 아니냐. 종북세력이든 대기업이든 법과 제도를 안 지켜서 그렇게 된 것 아니냐. 박근혜 당선인이 젊은 일자리 이런 것도 있겠지만 법과 제도만은 완벽하게 하겠다”라고 발언했다. 관중들은 박수를 쳤다. 박 대통령의 선거캠프 법률특보였던 정인봉 변호사도 나와 “박 당선인이 된 것은 나라가 존속될 수 있느냐, 종북세력에 의해서 점령당해서 더이상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논할 수 없는가라는 마음으로 선거에 임했다”며 “대한민국의 생사를 건 전쟁이었다. 그동안 고생하셨다”라고 말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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