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이 당선인] 전현희 "10년간 혈우병 소송하다 무력감에 정치 결심"

CBS노컷뉴스 박초롱 기자 2016. 5. 1.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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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것은 의미없다..세상 바꾸는 멋진 도구 될 것 "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당선자는 이번 20대 총선에서 '여당텃밭' 강남을에서 당당히 재선에 성공하면서 '여전사' 이미지를 거머쥐었다.

변호사로서, 정치인으로서 그가 걸어온 길보다는 국내 첫 치과의사 출신의 변호사란 '고급스러운' 이미지에 주목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하지만 전 당선자는 '일하는 국회의원'이 돼 증명해 보이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번 20대 총선 서울 강남을 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당선인이 29일 오전 서울 대치동 본인의 사무실에서 CBS 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황진환기자
◇ 왜 꼭 강남을이어야 했을까…"쉬운 길은 싫었다"

전 당선자는 지난 19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강남을 당내 경선에서 패배했다. 이후 당에서는 송파갑 전략공천을 권했지만 전 당선자는 거절하고 훗날을 도모했다. 그리고 다시 강남을에 출마해 결국 재선에 성공했다. 강남을에 대한 '짝사랑'을 비로소 보상받은 것이다.

"(쉬운 정치는) 제게 의미가 없어요. 이 곳은 다들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선뜻 나서려 하지 않아 하기로 한 것이에요. 대부분 쉽게 될 수 있는 곳을 노리고, 다선을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저는 '안되는 지역'이니까 제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전 당선자는 이번 총선에서 1호 전략공천자였다. 망설임없이 이번에도 강남을을 택했다. 전 당선자는 '작은 변화의 물꼬'를 트고 싶었다며 환히 웃었다.

"제가 여기서 당선되는 것 자체가 상징적인 일이잖아요. 이 지역이 지역주의나 계급주의의 상징적인 곳일 수 있는데, 이게 허물어진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정치가 바뀐다는 의미에요. 굉장히 보람있고 저 스스로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어요"

쉽지는 않았다. 오랫동안 여당 지역구였던 곳이라 제대로 선거운동을 하기도 어려웠다. 유권자를 만나기 위해 지역행사에 가면 자리가 마련돼 있기는커녕 아무도 자신을 소개해주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행사장에 온 유권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인사를 건네면 행사장 관계자들이 "당신 뭐야"라며 쫓아내기도 부지기수. 자존심도 상하고 서러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지역구였어요. 하지만 열심히 다니다 보니 먼저 불러주기도 하고, 점점 마음을 열어주는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어디든지 부르면 찾아다녔죠"

결국 전 당선인은 강남을에서 51.5%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현역 의원인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는 44.4%를 기록해, 전 당선인이 무려 6624표를 더 많이 얻어 당선됐다.

이번 20대 총선 서울 강남을 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당선인이 29일 오전 서울 대치동 본인의 사무실에서 CBS 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황진환기자
◇ '세상을 바꾸는 멋진 도구'로 살아온 삶…정치는 내게 '운명'

대치동에 위치한 전 당선자의 사무실 한 켠에는 전 당선자의 사진과 함께 '세상을 바꾸는 멋진 도구'란 말이 붙어있다. 전 당선자는 정말 그렇게 되기 위해 살아왔다.

전 당선자는 "변호사가 된 것 역시 치과라는 공간 말고 더 넓은 공간에서 부딪히며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변호사가 되고 나서는 공익소송도 많이 맡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전 당선자의 기억에 깊숙히 남아있는 소송은 '새내기' 변호사 때부터 수년간 씨름한 녹십자 소송이다. 당시 녹십자사의 혈우병 치료제 훽나인을 사용하다가 에이즈에 감염된 혈우병 환자들과 그 가족들을 돕고자 나선 소송이 10년 넘게 이어졌다.

"에이즈에 대한 편견때문에 아이들이 상처를 입을까봐 소송에 나서지 않겠다는 피해 가족들을 설득해 소송을 시작했어요. 제가 최초의 사법시험에 합격한 의사였잖아요. 이 사건을 보면서 '아, 이 일을 하라고 하늘이 사시 합격을 시켜줬구나' 생각하기도 했어요"

이번 20대 총선 서울 강남을 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당선인이 29일 오전 서울 대치동 본인의 사무실에서 CBS 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황진환기자
혈우병 치료약과 에이즈 감염의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했고, 이미 10년이 지난 사건이라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점도 난제였다.

"2007년에 대법원에 상고장을 냈어요. 그때 정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소송에 패소하고 무력감이 정말 심했고요. 변호사가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없구나, 근 몇 년동안 싸웠는데 아무런 성과가 없이 패소하고 거대 제약회사에 무릎을 꿇었고 언론이나 국회, 정부 모두 도와주지 않았으니까… 내가 의원실에 서면을 적어 도움을 요청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내가 국회의원이었으면 힘든 분들을 위해 일했을텐데'라고 생각했죠"

대법원까지 올라간 사건은 결국 3심에서 인과관계가 인정돼 파기환송됐다. 전 당선자가 초선 비례의원으로서 18대 임기를 마쳐갈 때 쯤의 일이었다. 결국 소송은 지난해 고등법원이 낸 강제조정안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전 당선자는 18대 의원을 마친 뒤 인천 아시안게임의 친환경 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전 당선자가 위원회를 직접 찾아가 무보수로 일하겠다면서 자처한 일이다.

직접 영국에 건너가 런던올림픽 친환경 위원장을 만나고, 위원회를 설득해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기 위한 예산을 지원받았다. 결국 런던올림픽에 이어 친환경ISO인증을 받는데도 성공했다.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는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힘이 돼야 겠다는 생각이었어요. 흔히 경력을 보고 편하게 의원 할 이미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저는 제가 편하게 사는 것보다 소명의식이 더 중요했어요"

전 당선자는 첫사랑이었던 남편과 결혼한 뒤 큰 부족함 없는 삶을 살았다. 남을 돕는 일도 행복했고, 가정적인 남편과 사이도 좋았다.

"남편이 평소 제가 정치를 하는 것을 싫어했어요. 사실 18대 이후 정치를 그만두면서도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반드시 들지는 않았어요. 그러다가 남편이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고가 있었고....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요"

하지만 그는 다시 20대 국회의원에 도전해 당선됐다. 전 당선자는 "억지로, 억지로 생각했어요. '나는 개인의 삶보다는 대한민국을 위한 일을 하라는 것인가 보다'라고 억지로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지난해 연말에 출마선언을 하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20대 총선 서울 강남을 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당선인이 29일 오전 서울 대치동 본인의 사무실에서 CBS 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황진환기자
그래서 그에게 정치는 '희생'이자 '헌신'이다.

자신을 위해 살기 위해서라면 굳이 정치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지역민들의 고충을 해결하고, 어려운 민생을 해결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수서역 인근 KTX가 들어서는 곳에 주민의 편의를 도모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등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개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또 세곡동 지역의 도서관이나 학교 부족 등 문제를 해결해 실제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국회의원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20대 국회에서 국토위에 상임위 배정을 신청했다.

'일하는 정치인'이 되어 계파갈등, 싸움으로 얼룩진 정치인의 이미지를 바꾸고 국민을 위해 정말 필요한 존재라는 칭찬을 받고 싶다.

"20대 국회의원 전현희를 표현하는 단어는 '헌신'입니다. 겸손하고 항상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나 자신을 낮추고 국민을 바라보며 일하겠다는 뜻이에요. 이렇게 인터뷰를 하면서 이야기해놓고 국민 앞에 (철회하지 못할) 약속을 하는거죠 (웃음)"

[CBS노컷뉴스 박초롱 기자] warmheartedc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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