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뉴스]뇌과학자 정재승 "5년 뒤 일상에서 알파고 만날지도"

임인영 인터파크도서 북DB 기자 2016. 4. 3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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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특강 중인 정재승 KAIST 교수 (사진 : 카오스재단 제공)
4월 15일, 과학의 달 4월을 맞아 뇌과학자 정재승과 인문학자 진중권의 과학 특강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 뇌과학, 미학’이 개최되었다. 대중과 과학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무료 강연을 개최 중인 카오스재단과 인터파크의 공동기획으로 성사된 이번 만남은 최근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전을 통해 국민적 관심을 얻은 인공지능을 물리학과 인문학, 두 개의 학문적 시선으로 탐색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두 사람은 지난 2009년과 2012년에 미학과 과학의 시선으로 21세기 한국을 조망한 책 ’크로스’ 시리즈의 공저자로 만난 바 있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인문학자 진중권 "알파고가 주체적 결정? 레토릭일 뿐"인공지능을 뇌과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정재승 KAIST 교수는 ’기계의 인간화’를, 인공지능을 인문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인간의 기계화’를 이야기했다. 인공지능의 현주소와 ’인공지능 시대’가 될 미래의 공통적 화두, 그에 따른 갖가지 사회 현안 등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정재승 교수는 강연을 통해 훗날 인공지능을 다루는 능력으로 계급이 나뉘는 ’기술 계급사회’나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기술이 초래하게 될 문제점을 이야기했다. 동시에 그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함께 제시하기도 했다. 더불어 알파고 대전을 계기로 과학 분야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진 현상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강을 끝낸 정재승 교수를 만나 몇 가지 질문들을 건넸다.

Q 인공지능에 대한 미학적, 물리학적 관점의 해설이 흥미로웠습니다. 오늘 강연, 어떠셨나요?

진중권 선생님과의 강연은 늘 즐거워요. 제가 보는 방식과 굉장히 다른 방향으로 보는데 굉장히 유사한 내용들도 많고요. ’우리 분야에서는 이렇게 해석하는데 저 분야에서는 저렇게 표현하는 구나’ 이런 것들을 배울 수 있어서 굉장히 즐겁고 유쾌한 배움의 시간이고요. 호흡도 잘 맞는 것 같고요. 관점이 달라서 생기는 ’티격태격’도 서로 ’쿨’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웃음) 되도록 이런 기회들을 많이 만들려고 하죠.

Q 진중권 교수님은 ’인간의 기계화’에 대해 이야기하셨고, 정 교수님은 ’기계의 인간화’에 대해 이야기하셨습니다. 오늘날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내가 사회를 위해서 만들어내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을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이나 인공지능으로 대체되지 않는, 나만의 대체 불가능한 ‘사회의 기여’라는 것이 과연 있나 하는 게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생각해야 할 화두 같아요. 내가 남들처럼 똑같이 생각하고, 남들과 비슷한 수준의 판단을 하면서 일을 반복적으로 수행한다면 그 삶은 인공지능과 크게 다를 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야 하는 거죠. 나만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고요. 그게 부족하다면 앞으로라도 자신의 사회적 존재감을 각별히 드러내면서 노력을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Q 알파고 대전은 인공지능의 현주소를 시사하는 하나의 사건이었다고 보는데요, 인공지능의 수준은 현재 어느 정도까지 왔다고 보시나요?

사실 딥마인드의 알파고는 아주 특별한 수준이에요. 일상에서 우리가 이런 수준으로 늘 인공지능을 접한다고 생각하시면 안 되고, ’인공지능의 최전선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라는 정도로 생각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 5년쯤 후에는 알파고를 일상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게 될지도 모르죠. 그때는 바둑이라는 제한된 상황이 아니라 은행에 갔을 때, 자동차 운전을 할 때, 컴퓨터에서 사람들과 소통을 할 때 언제든 맞닥뜨릴 수 있는 기술일 거예요.

Q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미국은 1조4천억 원, EU는 2조 원을 투자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국내에서는 얼마나 투자를 하고 있나요?

단적으로 말하기가 어려워요. 아까 말한 금액들은 ’인공지능’에 투자한다기보다는 뇌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투자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인공지능에도 그에 못지않은 투자들을 하고 있죠. 특히 인공지능은 비즈니스 영역에서 더 각광받고 있어요. 구글이 딥마인드를 인수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 거죠.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는 인공지능에 조금 소홀했는데, 이번 기회에 ’인공지능이 저 정도 수준이라서 이걸 활용하면 굉장히 좋은 서비스를 해줄 수 있겠구나‘라고 느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정부가 인공지능에 많은 투자를 하겠다고 했으니 지켜봐야죠.

Q 알파고가 우리에게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도구로서의 과학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그러나 진중권 교수님은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전 결과를 ’인간이 인공지능을 테스트하고 한 번의 버그를 잡아냈다’라는 다른 관점으로 해석하셨는데요,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음, 그렇게 볼 수도 있고요. 알파고의 수준만으로 보자면 좋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하나 나왔고 최고의 바둑기사가 테스트를 해본 거죠. 버그를 잡았다고 볼 수도 있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본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알파고가 보여준 모습들이 10년 후쯤이면 우리가 예상하고 기대하는 범위를 벗어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단순히 테스트 상황이었다고 폄하하기에는 조금 조심스럽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항상 상황이 복잡해지면 어쨌든 우리는 결과 값만 보게 되고, 그 결과 값만 가지고 세상에 적용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결국 그들(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의사결정을 하고 그걸 따라야만 하는 일이 올 수도 있어서 저는 조금 두렵기도 합니다.

Q 인공지능을 잘 다루는 사람이 못 다루는 사람을 지배하는 ’기술 계급사회’에 대한 우려를 표하시기도 했는데요. 실현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인가요?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도 인공지능 프로그램 코딩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의 몸값이 더 높죠. 그것을 이용만 하는 사람들보다 우리 사회에서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죠. 예를 들면 예전에는 약국에서 약사 한 명이 환자들마다 처방전을 보고 조제를 해주었다면, 미래에는 그냥 처방전 넣으면 약을 알아서 분류해서 서너 명 정도의 약사가 받아다가 환자들에게 주는 거죠. 그런 일이야말로 인공지능 시스템이 잘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약사가 컴퓨터 프로그래밍도 잘해서 시스템 매니지먼트를 할 수 있어요. 문제가 일어나면 버그도 잡고요. 만약 그렇다면 다른 약사들은 사라지지만 그 약사는 남겠죠.

결국은 인공지능 시스템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가 그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될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모든 것이 자동화되는 미래에 과연 누가 주도권을 잡을 것인지가 기술 계급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일 텐데, 그때 인공지능 기술을 이해한 사람은 굉장히 핵심으로 올라설 수 있죠.

Q 강연 중 소개된 ’인공지능 강화이론’에 대한 설명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반복 학습을 통해 사고력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인데요. 이는 곧 주체적인 의사결정에 대한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부분입니다. 인공지능의 가능성, 어디까지 보시나요?

가능성이야 무궁무진하겠죠. 지금은 굉장히 거대한 잠재력의 빙산의 일각을 본 것뿐일 거고요. 앞으로 100년 후 인공지능이 어느 수준이 될 것인지는 가늠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다만 ’이제 큰일 났다. 인공지능 때문에 우리 다 망했다. 일자리 다 잃는다.’ 이렇게까지 공포스럽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20~30년 안에 갑자기 세상이 많이 바뀌는 일이 벌어지진 않을 것 같고요.

Q 로봇사회가 초래될 경우에 발생하는 경제적 문제에 대해서 로봇에게 소비를 시키거나 인간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해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그중 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기는 실질적 대안이라고 생각하여 이야기한 것인지, 수사적 표현이었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아니에요. 저는 되게 진지하게 (기본소득제 실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로봇들 덕분에 많은 노동이 자동화되어서 저비용으로 많이 생산한다 한들, 그걸 소비할 주체가 없다면 그 생산은 무의미하죠. 그 시스템은 붕괴될 거고요. 그러면 인간은 우리 사회에서 소비자로서의 역할이라도 하라는 미션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거죠. 그러면 기본소득이라는 제도를 진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고요.

다만 기본소득과 반드시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 ’노동을 해서 얻는 임금이 어떻게 인센티브로서의 역할을 수행할까’라는 거예요. 모두가 기본소득만으로 편히 살 수 있으면 그 사회는 활력과 창의성을 잃어버린 사회가 될 거 아니에요? 그러지 않고 기본소득 외의 임금이 어떤 방식으로 인센티브 역할을 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때로는 경쟁을, 때로는 협력을 하게 만들 것인지가 우리 사회에서 고민해야 될 문제인 거죠.

Q 마지막 질문인데요. 많은 저서를 통해 과학이라는 분야를 대중들에게 친숙하고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최근 알파고 대전 이후 과학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가 높아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과학이 쉬운 학문은 아니죠. 저한테도 여전히 어렵고요. 어려운 개념들이 등장하고 때로는 수식을 이해해야 되지만 그걸 잘 이해했을 때 알게 되는 우주와 자연과 생명의식에 대한 경이로움 때문에 힘들어도 과학을 하는 거죠. 게다가 우리 사회가 점점 과학기술에 의존하는 사회가 되면서 과학기술을 잘 이해하는 것이 세상을 바라보는 데 굉장히 중요한 틀로 기능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과학이 모두가 한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교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중에서도 과학기술은 한번 깊이 빠져서 도전해볼 만한 분야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런 생각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 역시도 연구를 하다가도 재밌는 걸 발견하면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애쓰고 있죠.

※이 기사는 인터파크도서 북DB와의 콘텐츠 제휴를 통해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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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영 인터파크도서 북DB 기자 iylim@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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