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연합 사무총장 잠적, 2가지가 불안하다

최봉진 입력 2016. 4. 30. 10:44 수정 2016. 4. 3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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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연합-청와대-전경련' 커넥션의 열쇠.. 증거 인멸하거나 희생양 되거나

[오마이뉴스 글:최봉진, 편집:김지현]

그가 사라졌다. 일주일이 넘었다. 그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일까 걱정이 앞선다. 대중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했던 그였다. 사람들 앞에서 호기롭게 목소리를 높여왔던 그였다. 그랬던 그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는 어디에 있는 걸까. 그리고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당황스럽기는 했을 것이다. 이런 식의 스포트라이트는 아무리 대중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그라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는 바로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다. 추 사무총장은 지난 22일 '어버이연합 게이트' 해명 기자회견 이후 종적을 감췄다.

감히 상상이나 했겠는가. 불과 며칠 사이에 이런 신세가 될 줄을. 완전히 달라진 자신의 처지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고, 어쩌면 극심한 두려움에 이성을 상실했을지도 모른다.

거칠 것이 없었던 그였다.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와 국정원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그였다. 여기에 대한민국 경제를 움직이는 전경련으로부터는 자금까지 지원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최고의 권력과 조직에 자본까지 곁에 있었던 셈이다. 무서울 것도, 누구의 눈치를 볼 일도 없었다.

대중의 손가락질과 경멸? 그런 것들은 애당초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충성심과 애국심만 있으면 세상 못 할 일도, 못 갈 데도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국정교과서 등 인류 보편적 가치가 녹아있는 의제들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오직 박 대통령과 국가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외의 것들은 단지 그들을 위한 부속일 뿐이었다.

추선희 사무총장에게 정의란? 애국이란?

 지난 22일 오전 종로구 인의동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추선희 사무총장이 '전경련과 재향경우회 등에서 뒷돈을 받았다' '청와대 행정관 지시로 친정부 시위를 벌였다' 등 각종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그는 집회란 집회는 빠지지 않고 모조리 찾아다녔다. 특히 박 대통령을 위해서라면 염치와 체면조차 불문했다. 단식을 벌이는 세월호 유족 앞에서 폭식 퍼포먼스도 마다치 않았고, 돌 맞을 각오로 위안부 피해자 문제 협상 타결 찬성 집회도 열었다. 여당 정치인이라고 절대로 봐주지 않았다. 김무성·유승민은 물론이고 이재오·김문수·정몽준에게도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그에게 박 대통령을 곤란하게 만드는 자들은 모두 박멸의 대상일 뿐이었을까. 그것이 애국이고 충성이며 정의라고 믿었던 걸까.

그런데 하룻밤 사이에 세상이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전경련의 자금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화근이었다. 언론은 집요했고 날카로웠다. 지난 25일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그의 해명이 거짓임을 입증하는 증거들이 언론에 의해 속속 공개됐다. 언론은 애초 불거진 1억2000만 원뿐만 아니라 이전에 받았던 4억 원의 행방까지도 찾아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청와대뿐만 아니라 국정원으로까지 전선이 확대됐다. 언론과 시민사회는 그에게 청와대가 집회를 지시한 것인지 아닌지를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런데 '지시가 아닌 협의를 했을 뿐'이라는 그의 발언이 오히려 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 지시든 협의든 청와대와 관변단체의 사무총장이 만난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국정원과의 관계도 집중 추궁을 받고 있다. 언론과 시민사회는 국정원이 어버이연합을 관리해 온 배후라고 보고 있다. 국정원의 작품으로 의심받는 '박원순 제압 문건'대로 움직였던 것이 문제였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시절 국정원이 보수단체의 신문광고와 전단지 배포, 1인시위의 피켓문구까지 관여했던 사실도 도매급으로 엮여 나오고 있다.

언론은 이제 '청와대-국정원-전경련-어버이연합'이 얽혀있는 커넥션을 '게이트'라고 규정하고 있다. 판이 커져도 너무 커져 버린 탓이다. 덩달아 그에게도 게이트가 활짝 열리게 됐다. 이름하여 '헬게이트'(지옥문)다.

'찾아야 한다'... 사라진 어버이연합 사무총장

▲ 박정희-박근혜 부녀 대통령과 어버이연합 지난 22일 오전 종로구 인의동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추선희 사무총장이 '전경련과 재향경우회 등에서 뒷돈을 받았다' '청와대 행정관 지시로 친정부 시위를 벌였다' 등 각종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추선희 사무총이 기자회견을 위해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어버이연합 사무실에는 이승만, 박정희, 박근혜 사진액자가 곳곳에 걸려 있다.
ⓒ 권우성
그는 '어버이연합 게이트'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핵심 인물이며, 경실련과 청년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한 피의자다. 이번 게이트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주요 인물이며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앞두고 있는 피의자 신분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그가 사라졌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증거 인멸의 가능성이 있다. 이번 게이트는 청와대와 국정원 그리고 전경련까지 연계된 초대형 게이트다. 정권의 안위가 걸린 중차대한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들로서는 어떻게든 사건의 파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묘연해진 그의 행방이 증거를 인멸하는 한편, 윗선과 말을 맞추기 위한 작업일 가능성이 큰 이유다.

반대로 그가 '꼬리 자르기'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엄청난 사안에 청와대와 국정원, 전경련이 손을 놓고 있을 리가 없다.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합당한 인물을 물색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이번 게이트의 실체를 모두 알고 있는 인물이면서 동시에 청와대와 국정원, 전경련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인물이다. 청와대와 국정원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제3의 인물인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행방이 묘연해진 걸 두고 '불길하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그가 사라진 것과 이 두 가지 가능성이 모두 결부돼 있기 때문이다. 그가 모처에서 증거 인멸을 하고 있든, 아니면 희생양을 찾고 있는 정치권력의 표적이 됐든,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버이연합 게이트'의 실마리를 풀 가장 중요한 단서가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하루빨리 그의 소재를 찾아야만 한다. 전자라면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헌법 가치가 위험해지고, 후자라면 그가 위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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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국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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