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바이러스, 잘 몰라서 더 위험하다

2016. 4. 3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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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우간다-동남아-태평양-남아메리카로 60년 동안 ‘소리없는 확산’
브라질 소두증 논란 전까진 증상 경미…인수공통감염병 예고편

지카 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 출처/ 미국 CDC
1947년 우간다 옆 빅토리아 호수 근방에 위치한 지카 숲.
히말라야 원숭이 한 마리가 숲 속에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아시아에 서식하는 히말라야 원숭이가 멀고 먼 아프리카에는 무슨 일로 나타난 걸까?
이 히말라야 원숭이는 감염성 바이러스 질환 연구의 첨병이다.
감염성 질환 연구 모델로 자주 사용되는 히말라야 원숭이는 우간다 바이러스 연구소(당시 황열병 연구소)에서 바이러스 검출을 위해 숲에 놓아둔 실험 동물 중 하나였다.
이 숲 속에는 연구소에서 도입한 원숭이를 포함해 표범, 뱀 등 다양한 동물이 살아가고 있지만, 무엇보다 70여 종의 모기가 서식하고 있다.
모기를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를 연구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다.
그리고 바로 그 히말라야 원숭이에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하나가 발견되었다.

지카 바이러스를 발견한 스코틀랜드 바이러스 학자인 알렉산더 해도우(Alexander Haddow)는 우간다에서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는 인수공통감염성 바이러스를 연구하던 학자였다.(Dick, 1952) 원숭이에서 검출된 바이러스는 주변 모기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주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혈청 검사에서도 감염률은 제법 높았다. 당시 우간다 여러 지역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약 6.1%가 이 바이러스에 노출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Dick, 1953) 해도우는 바이러스가 발견된 지역인 지카 숲의 이름을 따 이 바이러스에 ‘지카 바이러스(zika virus)’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리고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반세기가 흐른 뒤 전세계를 뒤흔들 질병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바로가기

2007년까지 확진 13명뿐…전세계 뒤흔들 줄 예상 못해

 지카 바이러스가 검출되기는 했지만, 당시 학계에서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들이 별 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7년 다수의 감염자가 발생하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논문은 십수 편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감염자에 대한 보고 정도가 전부였다. 즉 지카 바이러스의 생태나 보유 숙주, 혹은 기타 분자생물학적 정보가 전무했음을 의미한다.

 지카 바이러스가 감염된 사람에게 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진 것은 1953년, 나이지리아에서였다. 가벼운 열병 증상을 보이는 세 명의 환자에게서 지카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이다. 이후 추가 조사에서 주변 지역에 많은 사람들이 지카 바이러스에 노출된 적이 있었지만, 보통은 가벼운 감기 몸살 정도의 증상만 앓고 지나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연구진들은 심각한 질병이라 생각하지 않았고, 지카 바이러스 감염 사례도 이후 57년이라는 기나긴 세월 동안 잠잠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지카 바이러스는 자신의 영역을 점점 확장해가고 있었다. 1950년대 초반에서 1980년대 중반까지 지카 바이러스는 중부 아프리카인 우간다에서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으로, 그리고 나이지리아와 서아프리카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정확한 경로는 알 수 없지만 1960년대를 전후하여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파키스탄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지역으로까지 세력을 넓힌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2007년까지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로 확진된 사람은 13명에 불과했다.

 그리고 2007년, 지카 바이러스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이름도 낯선 야프 섬(Yap Island)이었다. 야프 섬은 서태평양 미크로네시아 연방에 위치한 여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당시 인구는 6,700여명에 불과했다. 2007년, 야프에 원인을 알 수 없는 감염성 질환이 출현했다. 증상은 발진과 결막염, 관절통이 특징이었다. 초기 혈청 검사에서는 뎅기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발견되었지만, 환자들이 보이는 증상은 뎅기열과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연구자들은 다시 혈액을 채취해 다른 바이러스와 비교해 보았고, 마침내 지카 바이러스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지카 바이러스 감염 증상을 보인 사람은 108명이었고, 이 중 49명이 확진되었다. 하지만 특정 섬이 아니라 야프 전 지역에서 발견된 점으로 미루어보아, 3세 이상 인구 중 약 73%가 지카 바이러스에 노출된 적이 있다는 추정치를 내놓았다. 50여 년에 걸친 세월 동안 13명의 환자 밖에 등장하지 않았는데, 이제서야 지구 반대편 외딴 섬 지역에서 100여 명에 가까운 감염 환자가 등장했다. 몇몇 학자들은 지카 바이러스가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내놓았다.(Duffy et al, 2009)

천천히, 확실히, 동쪽으로 동쪽으로…우려가 현실로

 지카 바이러스는 다양한 이동 수단을 이용해 태평양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2013년 10월, 남태평양의 광대한 해역에 퍼져 있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일대에서 지카 바이러스 유행이 다시 터져나왔다. 당시 유행은 뎅기열 유행과 함께 일어나 더 큰 혼란을 불러왔다. 2013년 12월에는 각각 미국인 관광객과 일본인 관광객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본국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2014년 2월에 이르러서는 폴리네시아 내 약 29,000명의 사람들이 지카 바이러스 감염 증세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고 이 중 8,503건이 지카 바이러스 감염으로 의심되었다. 전체 인구의 11.5%에 달하는 규모였다. 2014년 3월 유행이 잠잠해질 때까지 총 8.723명이 지카 바이러스 감염 의심 환자로 분류되었는데, 별 다른 증상을 겪지 않은 사람들을 포함하면 최소 30,000명 이상이 감염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규모 유행은 잦아 들었지만, 바이러스는 계속해서 주변 섬들로 퍼져갔다. 뉴칼레도니아, 이스터 섬, 사모아 등 주변 섬에서도 2014년에서 2015년 사이 산발적인 유행을 겪었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이어진 태평양 섬들의 유행은 과거 지카 바이러스 전파 양상과 눈에 띄게 달랐다. 감염자 수도 훨씬 적었을 뿐더러, 감염 지역 역시 태국,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만 국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속도라면 다른 대륙에서 대규모 지카 바이러스 유행이 일어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바이러스는 마치 대항해 시대의 항해자처럼 아프리카에서 동남아시아로, 또 태평양 군도로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동쪽으로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그리고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2015년 3월,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처음으로 지카 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이다. 2015년 3월, 브라질 동부의 바이아 주를 중심으로 뎅기열과 유사해 보이는 열성 질환이 보고되기 시작했다. 발진, 안구 충혈, 고열, 관절통과 두통이 특징이었다. 혈청 검사 등을 통해 뎅기열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졌다. 그리고 2015년 5월, 브라질 연구진은 질병의 원인이 지카 바이러스임을 밝혔다. 2015년 6월까지 유행은 이어졌고, 10월에는 브라질 14개 주로 퍼져나갔다. 브라질 보건 당국은 2016년 4월까지 총 150만명의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2015년 10월에는 콜롬비아에서도 발병 보고가 있었고, 2016년 3월까지 51,473명의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 그리고 2016년 3월에는 중남미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지카 바이러스 유행이 보고되었다.(Zanluca et al, 2015)

2016년 4월 기준 지카 바이러스 유행 지역 지도. 출처/ 미국 CDC

선천성 기형 신생아 폭증…위협의 새로운 국면

 지카 바이러스의 인체 감염이 처음으로 밝혀진 이래로, 지카 바이러스는 대체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되지 않았다. 태평양 지역의 대규모 유행이 발생하기 전까지 감염 사례가 워낙 적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별 다른 합병증 없이 감기나 독감 정도의 증상을 앓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태평양의 유행 사례에서도 일부 합병증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많은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소두증 아동(왼쪽). 출처/ 미국 CDC

하지만 2015년 9월, 브라질의 역학 연구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났다. 바로 지카 바이러스 유행 지역에서 소두증, 즉 두부 및 뇌가 정상보다 작은 선천성 기형을 가지고 태어나는 신생아가 늘어났다는 보고였다. 2010년에서 2014년 사이 브라질의 소두증 발생 보고 건은 연간 150건 안팎이었다. 하지만 2015년 한 해에만 4,074건의 소두증이 보고되었다. 소두증이 머리 둘레 측정을 통해 진단되며, 표준화된 진단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측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오진률이 높다는 한계가 있지만, 오진이나 과잉보고를 염두에 두더라도 소두증 발병률에 유의미한 변화가 생겼다는 점은 분명해보였다.

 기존 태평양 유행에서도 지카 바이러스 감염의 합병증으로 길랑바레증후군처럼 마비나 신경계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보고되어 있어, 브라질에서도 지카 바이러스에 의한 영향으로 소두증이 증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제기되었다. 초기에는 지카 바이러스에 의해 소두증이 일어날 수 있는가에 대한 격렬한 논란이 벌어졌다. 하지만 현재 소두증이 있는 태아의 양수, 태아 및 신생아의 뇌 조직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발견되어, 현재는 바이러스가 심각한 신경계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브라질에서의 연구에 따르면 임신 중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산모의 29%에서 태아의 기형이 발견되었다는 결과도 발표되었다. 또한 임신 초기 6-32주 사이에 일어나느 지카 바이러스 감염이 조기 유산, 및 태아 사망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Victora et al, 2016)

WHO ‘국제공중보건 비상사태’ 선언…변이 가능성 촉각

브라질 및 남아메리카의 지카 바이러스 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는 2016년 2월 1일,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 PHEIC)를 선언했다. PHEIC는 국제적 관심과 우려가 필요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의미하며, 심각하고 급작스러우며 예상치 못한 사태를 의미한다. 동시에 한 국가의 국경을 넘어 다양한 지역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라 국제적 공조와 대응이 빠른 시일 내에 필요함을 의미한다. 즉 PHEIC는 “질병의 국제적 전파에 따라 타 국가에 공중보건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국제적 대응과 공조가 필요한 예외적인 사태”를 의미한다. 지금까지 PHEIC는 총 네 번 발효되었는데, 2009년 신종플루(H1N1, swine flu) 대유행 사태, 2014년 5월 소아마비 사태(박멸을 목전에 두고 있던 시점에서 몇몇 국가에서 소아마비 감염 사례가 급증했기 때문), 2014년 8월 서아프리카 에볼라 유행 사태, 그리고 2016년 2월 지카 바이러스 유행 사태에서였다.

 삽시간에 전세계로 퍼져갔던 신종플루, 막대한 사망자와 높은 치사율을 보였던 에볼라, 그리고 천연두 이후 두 번째로 완전한 박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소아마비에 비하면 지카 바이러스는 국제적 공중보건의 위기라 보기에 조금 중요도가 떨어져 보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임신 초기 감염을 제외하면 일반인의 증상도 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아직까지 감염자 및 유행 국가도 세계적이라 보기 어려운 지카 바이러스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PHEIC를 통한 국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까지 이야기된 배경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시기의 문제다. 현재 주요 유행지 중 하나인 브라질에는 2016년 잡혀 있는 대형 국제 행사가 많다. 지카 바이러스 유행 초기였던 2월 5일부터 2월 10일까지는 대형 축제인 리우 카니발이 막 시작된 시점이며, 여기에는 약 10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게다가 유행이 억제되지 않은 채 조금 지나면 8월부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도 열린다. 유행이 다른 지역과 국가, 대륙으로 퍼지기에는 최적의 조건이다.

 지카 바이러스가 남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들인 것도 2013년 국제 행사에 참여했던 여행자를 통해서라 추정하고 있다. 연구 초기에는 여행자가 급증했던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이보다 이른 2013년에 벌써 브라질에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의 유전체와 기타 지역에서 발견된 지카 바이러스의 유전체를 비교해 보았다. 남아메리카의 바이러스는 태평양 폴리네시아에서 유행하던 바이러스와 가장 비슷했다. 남태평양 지역의 유행은 2013년 말에서 2014년 초였으니, 이는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최초로 발견된 시점보다 1년 이상 이른 시점이다. 당시 지카 바이러스 유행 지역에서 브라질로 이동했던 항공 여행객 추이를 보면 2013년 초에서 2014년 초까지 월 평균 3,775명에서 5,754명으로 급격히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연구진은 2013년 당시 브라질에서 열린 피파(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을 위해 방문했던 여행객을 통해 지카 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으로 추정했다. 즉 2016년 굵직한 국제 행사들이 있는 브라질에서 타 대륙으로 바이러스가 빠르게 전파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Faria et al, 2016)

 두 번째는 변이의 문제다. 지금까지 지카 바이러스는 성인에게 별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하나, 지금까지 관련 바이러스에 한번도 노출되지 않았던 인구집단에 급속도로 퍼져나갈 경우 변이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상대적으로 유전적 변이가 낮은 한정된 인구집단에 유행하던 질병이 여러 지역의 다양한 인구로 퍼져나가는 무작위성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변이 속도를 높일 수 밖에 없다.

 세 번째 이유는 정치적인 배경이 있을 가능성이다. 지난 에볼라 사태나, 시리아 난민 사태 등에서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해 국제보건계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사태에는 최초 감염자 보고가 있은 지 반년이 지나서야 국제 공조가 이루어지고 비상사태가 발효되었다. 현재 시점에서 유행 초기에 세계보건기구가 빠르게 위기상황을 선포한 것은 선제적 대응으로 주도권을 가져오고 비판을 잠재우겠다는 배경도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정치적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고 해서 바이러스 자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위험성들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진단 복잡하고 예방 백신 없어…모기 통제도 어려워

 지카 바이러스의 치료는 현재 증상을 완화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지카 바이러스 자체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카 바이러스의 전파를 조기에 예방하고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노력은 현재 지카 바이러스 전파의 주요 경로인 모기에 물리는 것을 예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예컨대 임신 중이거나 임신 예정인 여성이 지카 바이러스 고위험 지역으로 여행하는 것을 자제하도록 권고하는 것, 유행 지역 방문시 모기 기피제와 모기장을 사용하고, 소매가 긴 옷을 입고, 살충 처리된 옷을 입도록 권고하는 예방 조처들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예방법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모기 자체를 통제하는 방식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모기 서식처를 제거하고, 잠재적 서식처에 살충제를 살포하거나, 집 안에 살충제를 도포하는 방식이 있다. 하지만 이런 방제 노력들은 개인뿐 아니라 지역 사회 전체의 협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도심 지역에서 모기가 서식할 만한 작은 웅덩이나 고인 물까지 모두 제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가정 내 살충 처리 역시 사람들의 반발을 사기 쉽기 때문이다. 버려진 타이어나, 물이 새는 지하실, 정화조 등에서도 번식하는 모기의 서식처를 모두 처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브라질 정부에서는 모기가 흡혈 대상을 추적하는 데 지표가 되는 이산화탄소와 젖산을 내뿜는 광고판을 세우기도 했다. 이산화탄소와 젖산에 이끌려 모기가 광고판에 들어오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죽게 되는 형태로, 일종의 모기 채집망이자 덫인 셈이다. 작은 웅덩이 하나에서 매일 밤 수천 마리씩 발생할 수 있는 모기를 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방법이지만, 그만큼 지카 바이러스 통제에 절박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Toor, 2016)

매개 모기를 잡을 수 있는 브라질 시내 광고판. 광고판이 내뿜는 이산화탄소와 젖산에 이끌려 모기가 광고판에 들어오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죽게 되는 형태로, 일종의 모기 채집망이자 덫인 셈이다.(copyrights to posterscope)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 가장 큰 위험이다. 지금까지 지카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기초 연구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고, 발표된 논문도 2007년 유행 전까지 십수 편에 불과했다.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된 것도 2015년 후반에 들어서였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지카 바이러스는 간염, 뎅기나 황열 바이러스와 비슷한 플라비비리데(flaviviridae)에 속하며, 유전체 정보는 일부 알려져 있어 지금까지의 유행 경로까지는 밝혀졌지만 어떻게 증상을 일으키고 손상을 입히는지는 알져지지 않은 점들이 많다. 따라서 ‘잘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공포이자 위험일 수도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웨스트나일 바이러스도 유행 초기에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유아 및 노인 인구에 퍼지면서 심각한 뇌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지카 바이러스 연구가 부족한 탓에 일어나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진단이 있다. 지카 바이러스의 임상 증상은 발진, 고열, 관절통, 두통 정도의 경미한 증상으로 기타 감염성 질환과 구별하기가 매우 어렵다. 심지어 감염된 사람들 중 80% 가량은 무증상으로 지나간다. 이 때문에 확진을 위해서는 항체 검사나 유전자 검사 같은 상대적으로 복잡한 분자생물학적 기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현재 사용되는 항체 검사는 기존에 감염되었던 뎅기 바이러스 등의 항체와 교차 반응이 일어날 수 있어 오진의 가능성도 높다. 현재 가장 정확한 진단 기법은 플라크감소중화시험법이나, 손이 많이 가고, 바이러스를 직접 다뤄야 하는데다, 일주일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기 어렵다. 손쉽고 간편한 진단 기법이 없다는 것은 정확한 감염 규모나 영향을 측정하기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기후변화와 엘니뇨, 급작스런 대유행의 주범 추정

 본래 지카 바이러스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의 풍토병이었으나 2007년 경 태평양 폴리네시아로 전파되었다. 하지만 근 50여 년 간 지역적으로 제한적인 유행 양상을 보이던 지카 바이러스는 2007년 이후 태평양을 횡단해 불과 3년여만에 남아메리카 전체를 집어 삼켰다. 또 앞서의 연구에서 살펴본 것처럼, 브라질에 지카 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은 벌써 2013년의 일이었지만 본격적으로 유행이 심화된 것은 2015년에 들어서다.

 지카 바이러스의 행동 양상이 갑자기 이토록 변화한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그 중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 것이 바로 기후변화다. 2015년은 기후 관측 136년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되었다. 특히 2015년의 엘니뇨가 극심했던 해로 기록되어, 남반구는 2015년 하반기 기록적으로 더운 겨울과 봄을 경험했다. 더불어 남아메리카 북동부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심각한 가뭄을 겪기도 했다.(Paz et al, 2016)

 지카 바이러스는 주로 모기를 통해 전파된다. 따라서 기후변화가 모기의 행동에 영향을 주면, 이는 결국 지카 바이러스 유행 양상의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연평균 기온 상승으로 모기의 활동 시간과 영역이 늘어난다. 평균 기온이 높아지면 바이러스의 증식도 영향을 받는다. 가뭄도 모기의 활동과 번식에 영향을 준다. 직관적으로는 가뭄으로 비와 물이 줄어들면 모기 번식도 억제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사람들이 집 안 곳곳에 물을 저장하면서, 가정 내에서 모기가 번식할 곳도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가뭄 기간에 오히려 거주 지역 근처에는 모기가 늘어난다는 연구가 있다.(Pontes et al, 2000) 이 때문에 기후변화와 엘니뇨를 지카 바이러스의 계속된 동진과 급작스러운 유행의 주요한 요인으로 보는 연구자들도 있다.

 2016년에도 이러한 기온 상승과 기후변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 유행 초기에 잡지 못하면 토착화되거나 계속해서 번져나갈 위험이 있다. 게다가 기후 변화 영향으로 계절 및 기온 저하에 따른 유행의 감소를 무작정 바라기에도 어려운 상황이며, 계절적 유행 양상의 변화를 과거처럼 예측하기도 더욱 힘겨워졌다.

사회보건 체계 부족한 빈곤지역에 가장 큰 위협

 2016년 현재진행형인 지카 바이러스 유행은 인수공통감염병 유행 양상의 미래를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서아프리카 에볼라 사태, 그리고 한국의 메르스 사태에서도 드러났지만 지난 세기의 인수공통감염병 유행과 21세기의 인수공통감염병 유행 양상은 상당히 다르다. 세계 경제의 통합과 노동 유연화, 국가 내 분쟁의 증가, 교통 수단의 발달 등으로 인한 인구 이동의 증가는 감염병이 더 많은 인구 집단과 손쉽게 만날 수 있게 해주었다. 교역량 증가는 매개체가 될 수 있는 모기 종들을 기존 서식처에서 새로운 대륙으로 대량 수송했다.

 현재 남아메리카 내 지카 바이러스 유행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노출 후 면역을 획득하는 인구 비율도 증가해 감염 속도는 점차 둔화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필요한 의료보건 개입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앞서 지카 바이러스 통제의 한계에서도 언급했지만, 지카 바이러스의 백신이나 진단법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카 바이러스가 바로 지금 이 순간 남아메리카에서 유행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에 집중하는 것이다. 지카 바이러스가 2015년을 전후로 갑자기 세력을 넓힐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기후변화였다. 전세계적 기후변화는 모두가 감당해야할 부채이자 위험이지만, 동시에 빈곤한 지역에 가장 큰 위협을 가져다준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모기를 방제할 만한 사회보건 체계가 부족한 곳, 주거환경 개선을 통해 집 안으로 유입되는 모기를 막기 어려운 곳, 신속하고 빠른 진단과 치료가 불가능한 지역들에서 지카 바이러스는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그리고 현재 국제 사회의 대응 수준을 보자면, 지카 바이러스는 앞으로 등장할 수 많은 인수공통감염병의 예고편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 Dick GW. Zika virus. II. Pathogenicity and physical properties. Trans R Soc Trop Med Hyg 1952; 46: 521-34.

▒ Dick GW. Epidemiological notes on some viruses isolated in Uganda; Yellow fever, Rift Valley fever, Bwamba fever, West Nile, Mengo, Semliki forest, Bunyamwera, Ntaya, Uganda S and Zika viruses. Trans R Soc Trop Med Hyg 1953; 4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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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호/ 기생충 독립연구자, 과학저술가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 이 글은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에 실렸던 것을 이곳에 옮겨온 것입니다. 제목과 표현이 일부 수정되었습니다. 글의 원문은 사이언스온(▶바로가기) 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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