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검사·전관·브로커가 얽히고설킨 법조 게이트

CBS노컷뉴스 최인수 기자 입력 2016. 4. 3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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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50억 원 수임료'를 써가며 부장판사 출신 최모 변호사를 수임하다 불거진 갈등으로 촉발된 '전관로비' 의혹에는 전현직 판·검사와 법조브로커까지 얽히고설켜있다.

정 대표 측 주장에 따르면, 최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구치소 접견에서 "반드시 보석 허가를 받아주겠다"며 50억 원을 요구했다. 20억 원은 수표로, 30억 원은 조건부 지급 계약이었다. 그러나 보석이 기각되면서 정 대표는 최 변호사에게 받은 20억 가운데 일부를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최 변호사가 폭행을 당했다며 정 대표를 고소했다.

두 사람의 연결고리로는 정 대표가 구치소에서 만난 송창수 이숨투자자문 대표가 지목된다. 송씨 역시 최 변호사에게 20억 원대 수임료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수신 등 혐의로 재판을 받던 송씨는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되기도 했다. 값어치(?)가 있었던 듯했던 변론이었지만, 송씨는 1300억 원대 투자사기 혐의로 추가 기소되면서 징역 13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최 변호사는 정 대표로부터 받은 돈의 성격에 대해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리는 등 실제 변론에 썼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폭력조직이 운영하는 정킷방에서 원정도박을 한 혐의는 물론 관련자들의 진술까지 검찰이 확보한 상황에서 법정변론만 기대하고 수십억 원이 오갔을지는 의문이 남는다. 보석, 집행유예를 단언한 변호사, 자신의 구명로비를 위해 거액의 베팅도 마다 않는 까닭에는 전관로비’의 욕망과 먹이사슬이라는 법조계 민낯이 드러난다.

판사 출신의 최 변호사 뿐 아니라 구형이나 수사과정에 검사장 출신 전관 변호사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의혹도 불거져있다. 정 대표가 측근에게 법조계 인사 등 8명의 이름을 적어 건넸다는 쪽지에 등장하는 H변호사가 의혹의 중심에 서있다. 그는 정 대표 사건의 1심 때부터 이름을 올리고 있어 수사과정에서부터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H변호사는 정 대표의 구명 로비를 위해 뛴 것으로 지목된 법조브로커 이모씨와 이씨의 동생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수시로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H변호사는 정 대표가 실형을 선고받기 전, 검찰과 경찰이 수사하던 도박 사건을 변호해 정 대표의 무혐의를 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표가 앞서 무혐의를 받았던 사실이 알려지자 검찰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무혐의 의견으로 송치된 사건으로 제보자가 입을 닫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전관예우가 아니었느냐는 의혹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검찰 고위직 출신의 한 변호사는 "H변호사가 정 대표의 무혐의를 끌어냈을 때 거액의 수임료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정 대표 측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 측에서 변호사 비용으로 거액을 썼다고 주변에 과시했다는 것이다.

정 대표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브로커 이씨를 통해 현직 부장판사에게 직접 구명로비를 시도한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 논란이 일자 L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강남의 한 일식집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이씨에게서 정 대표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L부장판사는 이튿날 정 대표 사건이 자신에게 배당되자 기피신청을 했고, 정 대표는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L부장판사는 "이씨를 사업가로 알고 있었고 전과가 있었다거나 다른 어떤 일을 했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직업적 특성상 외부활동 등에 있어 자기관리에 철저한 현직 판사가 나름 유명 브로커로 꼽히는 이씨의 법조계 활동을 몰랐다는 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L부장판사는 사기도박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골프강사 정모씨와 미국 여행을 다녀온 사실도 드러나 부적절한 처신이 도마에 오르면서 29일 인사조치됐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CBS노컷뉴스 최인수 기자] appl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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