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원칙없는 '밀당', 면세점 2배↑ 명품 몸값만 폭증

CBS노컷뉴스 조은정 기자 2016. 4. 30.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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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면세점 2년만에 6개→13개..출혈 경쟁 불가피

정부의 면세점 정책은 말그대로 예측불허의 수준이다. 지난 1년동안 면세점을 3곳 추가하고, 멀쩡한 기존 면세점을 탈락시킨 뒤 다른 면세점으로 채우는 과정에서 굴지의 기업들이 요동쳤다. 올해에도 정부의 '밀당'은 끝나지 않았다. 정부가 29일 서울 시내 면세점 4곳을 추가한다고 발표하면서 업계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불과 2년여 만에 서울의 면세점이 6개에서 13개로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면세점 대전…"정부 원칙 없어"

2014년 초까지 서울 시내 면세점은 총 6개였다. 롯데가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코엑스점 등 3곳을 운영했고 신라면세점, 동화면세점, SK워커힐면세점이 각각 운영하고 있었다.

한류 열풍을 타고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중국인 관광객의 수요를 따라잡기 힘들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는 몇해에 걸친 검토 끝에 서울 시내에 총 3개를 추가하기로 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지난해 7월 호텔신라의 HDC신라, 한화의 갤러리아면세점63, 하나투어의 SM면세점이 티켓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면세점 대전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기존 면세점이 재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원점에서 심사가 이뤄지면서 멀쩡하게 영업중이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워커힐면세점이 탈락됐다. 롯데의 면세시장 독과점을 막기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이렇게 생긴 빈 자리를 신세계백화점과 두산이 꿰차고 들어왔다.

경쟁은 매번 치열했다. 면세점 심사 과정에서 대기업 총수들이 직접 나서서 자존심 대결을 펼쳤으며, 정부에 거액의 기부금을 앞다퉈 출연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총 9개로 정리되는 듯했던 서울 시내 면세점은 29일 관세청의 발표로 다시 13개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까지 총 4곳을 추가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폐점 위기였던 롯데월드타워점과 워커힐면세점이 구제받을 가능성이 큰 것은 물론 신규 업체 2곳의 자리가 생겼다. 결론적으로 지난해 정부가 여론을 봐가며 기준없는 '밀당'을 반복하면서 서울 면세점 개수만 무려 2배 이상(6개→13개) 늘어난 꼴이 됐다.

왜 특정 업체를 탈락시킨 것인지, 다시 구제하려는 것인지에 대해서 정부는 충분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만회할 기회를 잡은 기업들은 정부 발표를 환영했지만 오락가락한 정책으로 업계 전체에 혼란을 가중시킨 것은 분명하다. 당장 롯데월드타워점과 워커힐면세점은 오는 5월~6월 사이 일단 폐업을 한 뒤에 재승인 심사를 기다려야 한다.

◇ 명품 몸값 오르고 면세점 서바이벌 경쟁 불가피

그렇다면 향후 면세점 업계는 어떻게 될까?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듯 하다. 이제 막 개장했거나 아직 오픈도 못한 신규 면세점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할려면 지난해에 왜 그렇게 경쟁을 시켰는지 모르겠다. 정부의 기준을 도저히 알 수 없다"며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해도 2년 만에 6개에서 13개로 늘어나면 업체간의 출혈 경쟁이 심해질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명품 브랜드의 몸값만 높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가뜩이나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3대 명품을 비롯해 해외 브랜드의 몸값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4곳이 추가로 입점한다면 명품 모시기 경쟁이 더욱 심해진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절반씩 냈던 매장 인테리어 비용을 면세업체가 전액 지원하는 등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서로 명품 유치를 못해 안달이다"며 "재주는 곰(면세점)이 부리고 돈은 명품들이 싹쓸이해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서울 시내 곳곳에 면세점이 생기면서 풍선효과로 공항 면세점 매출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도 김포공항 면세점이 두번이나 유찰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2~3년 내로 문을 닫는 면세점이 생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면세점들이 주로 대기업 기반이라 당장 문을 닫지는 않겠지만 몇 군데는 인수합병되거나, 철수하는 곳이 생길 것이다. 서바이벌 경쟁에서는 신규 사업자들이나 중소기업 면세점들이 불리하다"고 내다봤다.

[CBS노컷뉴스 조은정 기자] aor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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